한국에서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한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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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게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할까? 2018년 10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산업통상자원부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 연구 2018.11), 가장 많은 기업들이 생각하는 것은 "전사적 차원의 비전과 전략을 고려하는 지속가능경영"이었다. 대기업의 52.1%, 중견기업의 54.8%, 중소기업의 33.7%가 그런 답변을 제시했다.
기업들이 말하는 ‘전사적 차원의 비전과 전략을 고려한’ 이라는 의미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지속가능한 기업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차원에서 사업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즉, 기업들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이 바로 기업들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인 것이다. 기업은 하나의 기관(institution)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기업의 성격은 생물체(living organization)로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오랫동안 장수하기를 소망하는 살아있는 조직체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야 하는 정책은 이들이 마치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한다면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영양을 제공하고, 주변 환경을 잘 만들고, 이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학습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들이 사회라는 곳으로 나가는 것을 도와서 이들이 사회에서 필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우리가 낳는 우리의 자식들이고, 국가는 마치 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제3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2016-2036)을 수립하였다. 이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의 4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포용적 혁신경제’가 들어 있다. 정부의 지속가능발전의 목표인 포용적 혁신경제는 ‘포용적 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 친환경 순환경제 정착,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에너지체계 구축’의 3가지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위에서 논의한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가장 관련이 높은 전략은 아마도 ‘포용적 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 전략일 것이다.
‘포용적 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 전략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일자리 창출, 혁신형 창업지원, 고용안정성 제고, 공정거래 문화 확산, 미래 산업 육성, 기후변화대응 기술 투자확대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국가가 기업들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을 위해서 어떤 국가적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포용적 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의 구체적인 전략들 중에 기업들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전략은 없다. 혹자는 일자리 창출, 혁신형 창업지원, 미래 산업 육성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일자리 창출'은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아 질 때, 나타나는 결과이지 국가 전략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혁신형 창업'과 '미래 산업'은 기존 기업들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분야의 창업과 새로운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바람'이지, 기업들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을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에 담겨있는 국가의 목표와 전략에서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목표와 전략이 담겨있지 못하다는 것은 기업들의 미래경쟁력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지향하는 국가전략이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왜 국가가 관여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냐고 물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자식들이 잘 자라고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은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부모는 그저 자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정말 더 어려운 부모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자식들이 어떤 문제로 어려워하는지 항상 곁에서 함께 고민해주고, 자식들이 스스로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식들이 도움을 청하게 될 때에는 언제든지 부모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해서 도움을 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가 만약에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가장 이상적인 국가의 역할이고 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최소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들어서 국가의 목표와 전략, 그리고 실행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최소한의 국가전략인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전 세계의 모든 선도 국가들이 자국의 기업들의 경쟁력과 산업의 경쟁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은 자국 산업의 성장력과 경쟁력이 되고, 이는 다시 국가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그렇게 중요한 기업들의 미래 성장력과 경쟁력에 대한 국가목표와 국가전략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이 지금의 선진국반열로 오르기까지의 국가 목표와 국가 전략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지금까지의 방향과 전략의 효과에 대해서 스스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국가 목표와 국가 전략이 한국을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하는데 성공을 한 전략이고, 예전에는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고까지 높이 생각했지만, 지금 한국이 안고 있는 양극화, 기울어진 운동장, 일자리문제 등 국가적,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국가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그래도 지금까지의 국가전략으로 지금의 한국이 가능했고 ,앞으로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 두 그룹간에 서로 소통이 불가능한 논쟁과 정쟁만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해서 논쟁과 정쟁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양보도 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ideology)의 대결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국가의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나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2016-2036)의 장기적 국가목표와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기로에 서있는 배와 같은 형상이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따라서 지금까지 한국이 만들어낸 ‘한강의 기적’을 다시 한 번 창조해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것인가가 달려 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은 한국이 지금의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까지 다른 국가들이 창조하지 못했던 한국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잘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지금까지의 국가목표와 국가전략이 가져온 국가적, 사회적 문제들인 양극화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정과 형평과 같은 새롭게 등장한 가치들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국가비전과 국가목표, 국가전략의 수립이 가능한가에 달려있다.
국가의 비전과 목표,그리고 전략을 어느 한 쪽으로만 집중해서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비전과 목표, 그리고 전략을 창조해야 한다.이를 수립하고 실청하는데는 국민 전체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달성해 나가는 국가리더십이 정말 중요한 때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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