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커지는 EU(하): 영국, EU탈퇴협정안이 몰고 온 정치적 위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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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 WA)안이 영국 각의에서 통과되었다. 이로써 영국은 2019년 3월 29일 탈퇴를 앞두고 “합의 없는 탈퇴(no-deal Brexit)”에 따른 위험과 혼란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이 점차 마무리 단계로 접어 들어가고 있으나, 아직 최종 결정까지는 다수의 절차가 남아 있다. 이달 25일 EU 27개국 특별정상회의에서 협정안이 추인되면, 12월 초 영국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부의 극심한 반발로 통과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국의회의 승인과정에서 조약안이 부결되면서 블렉시트 협상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 영국이 전환기 없는 탈퇴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만일 협정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메이 총리의 퇴진 및 내각 해산, 조기총선이나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실시 등 정치권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국의 블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의 추진과정, 2년여의 협상과정과 장장 5시간의 영국 각의를 거쳐 의결된 탈퇴협정안의 주요내용과 쟁점 그리고 향후 이 불확실성의 끝은 어디가 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완전탈퇴(hard Brexit)와 관세동맹 잔류(soft Brexit) 사이를 오간 EU탈퇴(Brexit) 협상
영국이 EU와 탈퇴협정을 합의한 이후 나타나는 혼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협상진행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EU탈퇴(Brexit)를 결정하였다. 2016년 7월에는 메이 총리가 이끄는 신정권이 탄생하면서 EU탈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이후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은 난항을 겪기 시작하였다.
< 표 1> 영국의 Brexit협상 경과와 향후 일정
일 시 | 주 요 내 용 |
2016년 6월 23일 7월 13일 | 국민투표→EU탈퇴 결정 메이 정권 탄생 |
2017년 3월 29일 6월/7월 12월 8일 | EU법 제50조 발동→2019년 3월 29일 EU탈퇴 결정 영국 의회해산, 총선거로 보수당 참패→DUP와 협정, Brexit절차 개시 EU탈퇴조건 대략적 합의→아일랜드 국경문제는 추후 회담 의제로 넘김 |
2018년 6월 26일 7월 12일 9월 10월 11월 25일 12월 초 | EU탈퇴법 입안→2019년 1월 1일까지 EU와 협상안 영국 하원 승인의무화 Chequers법안 발표, 데이비스 Brexit부 장관 사임, 도미닉 랍(Raab) 장관 취임 비공식 EU정상회의⇒메이 총리 새로운 국경문제 해결안 제시 지시 EU정상회의, 새로운 국경문제 제시 없어 정치적 합의 실패 특별 EU정상회의 개최(예정) 영국,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비준(예정) |
2019년 1월 21일 3월 29일 5월 말 | 영국 하원 Brexit협상안 승인기한→시한을 넘기면 새로운 법안 마련해야 영국의 EU탈퇴, 이행기간 시작, 영국의 EU관세동맹에 잔류 유럽의회 선거(영국 제외) |
2021년 1월 1일 12월 31일 | EU, 2021∽27년 다년간 예산(재정계획) 적용 개시 이행기간 종료(종료 6개월 전에 EU와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
2020년 5월 | 영국 총선거(예정) |
자료: 외신 등 자료 종합
2017년 3월 29일에 EU법 제50조를 발동되고 2년 후인 2019년 3월말의 탈퇴를 결정했지만, 그 후 메이 총리가 갑자기 결정한 영국 하원을 해산하고 실시한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였다. 이후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지방정당인 민주통일당(DUP)과 정부신뢰, 예산, EU탈퇴법안 등에 한해 협력을 얻는 Confidence and Supply협정을 통해서 가까스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 영국은 EU와의 탈퇴조건에서 대략적인 합의를 했지만, 이 시점에서 DUP와의 협력을 고려하여 아일랜드 국경문제를 미루게 되었고, EU와 협상과정에서도 EU에서의 완전탈퇴(hard Brexit)와 관세동맹에 잔류(soft Brexit)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2018년 6월 EU탈퇴법을 제정하였고, 이 법에 따라 합의내용을 2019년 1월 21일까지 영국 하원의 승인을 얻도록 의무화하였다. 같은 해 7월 메이 총리는 재화부문만의 EU공통규칙을 적용하고 서비스부문은 제외하는 Chequers계획을 발표했다(<표 2> 참조). 재화부문을 특별 대우하는 이유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의 국경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Chequers계획은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으로,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교역관계 등에 있어서 EU와 최대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메이 총리가 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련하였지만, 각료들과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고, 여러 장관들이 사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표 2> 브렉시트 백서(Chequers Plan)의 주요내용
주요 분야 | 주요 협력분야 | 세부내용 |
블렉시트 원칙 | 단일시장, 관세동맹에서 탈퇴 | 랭커스터 하우스 연설 등 그동안 보여 왔던 비전을 존중(또한 국민투표 결과 존중)하여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 |
재화의 경제협력 (재화의 자유무역) | 농·수산물, 자동차 및 기계 등 | EU와의 공통의 법규(rule book)에 따라 자유무역을 실시. 다만, 공동농업정책, 공동어업정책에서 철수(영국과 EU에서) 통합된 독특한 공급체인과 적시 프로세스 보호. |
서비스 협력 | 금융서비스 | 시장세분화 방지, 금융안정성 유지 등 영국·EU가 각각의 시장 접근을 관리하는 새로운 경제·규범 체계 마련(동등성 원칙). 다만, EU여권제도의 대안으로는 미흡한 조치. |
디지털 | 영국의 산업정책에 부합하고 서비스 산업에 기반을 둔 영국 미래에 유용하고 자유로운 규제 틀을 만들 수 있도록 EU에 새로운 동의를 구함. 현재 수준의 상호시장 접근은 상실 | |
사람의 자유이동 | 이민수속 및 입국심사 | 사람의 이동자유를 제한하고 영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 수에 대한 결정권을 되찾고 새로운 이민 시스템 도입. |
EU시민의 권리 | 여행 · 유학 · 취업을 위한 새로운 틀 마련 | |
국경관리 | 통관수속 및 관세협정 | 원활한 통관조치(Facilitated Customs Arrangement)를 단계적으로 도입. 영국과 EU의 통합관세지역으로 기능 목표. |
북아일랜드국경 | 평화적 합의과정을 거쳐 물리적 국경설치 방지. 영국과 지방분권의 법적 정합성 보호. | |
EU와의 협력 | 협력합의 | 과학 및 혁신, 문화교육, 개발 및 국제 행동, 무역과 연구개발, 우주분야에서 EU와 협력 유지. 필요 재정투입 계속. |
안전보장·분쟁처리 |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을 제안. 유럽형사경찰기구와 유럽사법기구 등 주요기관에 계속 참가. |
자료: 영국정부 백서 및 大和総研의 자료 참고하여 작성
이후의 브렉시트 협상은 9월 비공식 EU정상회의, 10월 EU정상회의에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의 해결방안에 양보도 진전도 없었다. 합의 없는 탈퇴(no-deal Brexit)의 위험성마저도 예상되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 11월 13일 EU와의 협상이 극적으로 마무리 되고 양측이 탈퇴협정(WA)안을 합의하고, 이어 14일 영국 각의에서 승인되었다. 앞으로의 영국 측의 일정은 탈퇴협정안이 2019년 1월 21일 이전에 영국 하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2019년 3월 29일 합의 없는 상태에서의 탈퇴위험도 있다. 한편 EU측에서는 2019년 3월말 이후 영국은 EU를 탈퇴할 것을 전제로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 캠페인, 2021년부터 적용되는 EU예산의 협의를 이미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의 난관인 아일랜드의 국경문제, 여전히 이행기간 동안 해결할 과제로 남아
이번에 합의된 탈퇴협정안의 주요내용은 아래의 <표 3>과 같다. 이 조약이 발효되는 경우, 2019년 3월 29일 이후, 영국과 EU 간에는 이 탈퇴협정(WA)이 유일한 법적 협정이 된다. 영국은 EU 회원국으로 그동안 EU법체계에서 벗어나 경제, 사회 등 제반분야에서 EU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게 된다. 브렉시트 조약안에는 영국의 EU탈퇴이후의 이행기간 설정, 아일랜드 국경, 분담금 정산, 금융시장접근, 양측 시민권리 및 사업관할권 문제 등이 망라되어 있다.
<표 3> Brexit조약안의 주요내용
분 야 별 | 협 정 안 주 요 합 의 내 용 |
이행기간 | 2019년 3월 29일 탈퇴이후 2020년 12월 말까지 전환기간 설정. 이행기간 동안 EU단일시장에 잔류, EU규범 준수. 이 기간에 양측은 새로운 미래관계를 구축. 기간연장이 필요한 경우 2020년 7월 1일 이전 공동합의에 따라 전환기간 1회 연장. 1회 연장기간 언급 없음. |
아일랜드 국경 | 하드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하여, 영국 전체가 EU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 합의. 영국은 영구적인 새 무역협정으로 대체할 때까지 EU관세동맹에 잔류. 전환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까지 미래 무역협정을 체결 위해 최선의 노력. 수산물을 제외한 모든 상품 적용. 이행기간 종료이전에 새로운 미래관계를 구축으로 안전장치 실행되지 않기를 기대. 안전장치가 가동돼 영국이 EU관세동맹에 잔류한 상황에서 이를 종료하려면 상대방에 종료이유를 포함해 이를 통보할 의무 부과. 이후 공동위원회가 6개월 내 열리게 되고, 양측이 동의하면 안전장치 종료. |
동일규제 | 안전장치 가동기간 영국은 경쟁 및 국가보조, 고용, 환경 기준, 조세 등의 분야에서 EU와 동등한 규제수준 유지. 영국이 감세 등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EU산업 및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훼손할 할 수 없도록 규정. 협정문에 포함된 '퇴행금지조항'(non-regression clauses)에 따라 영국은 EU수준의 사회·환경·노동 기준 유지. |
분담금 정산 |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의 EU분담금 정산. 영국은 EU직원들의 연금부담, EU회원국 시절 약속한 2020년까지 EU프로그램에 대한 재정기여. 이혼합의금은 약390억 파운드(한화 약 57조3천억원)로 추산. 전환기간 동안인 2019년, 2020년 EU예산 분담금 부담. 전환기간이 연장되면 협상을 통해 추가적으로 EU예산을 부담 전망. |
금융시장 | 브렉시트 이후 EU금융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허용. 미국과 일본기업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접근권과 유사. EU의 '동등성 원칙'(equivalence system)에 따라 영국의 규제가 EU와 동등하다고 판단되면 해당부문의 영업관련 인허가, 보고절차 면제. |
시민 권리 | 영국에 주재하는 300만 EU시민 및 EU거주 100만 명에 달하는 영국 시민에 대해 사회보장 유지 |
사법 관할권 문제(Governance) | 전환기간 종료이후 탈퇴협정은 공동으로 구성하는 위원회에서 준수여부 관리. 위원회는 상호동의아래 결정을 내리고 법적 구속력 보유. 분쟁발생 시 5명으로 구성된 중재 패널 소집. 다만 EU법과 관련한 이슈는 중재패널이 결정하지 않고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결정권한 유지. |
자료: European Commission, Fact Sheet: Brexit Negotiations: What is in the Withdrawal Agreement, Brussels, 14 November 2018 및 국내외 언론보도자료 종합
이 가운데 그동안 영국과 EU의 블렉시트 협상에서 최대의 어려움은 아일랜드의 국경문제로 집약된다. 양측은 이번 탈퇴협정을 통해서 '하드보더'(Hard Border, 국경통과 때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합의하였다. 따라서 영국은 EU와 영구적인 새 무역협정으로 대체할 때까지 EU관세동맹에 잔류한다. 수산물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적용대상이다. 양측은 영국의 전환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까지 미래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양측은 이행기간의 종료이전에 새로운 미래관계의 구축하여 안전장치가 실행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안전장치가 가동돼 영국이 EU관세동맹에 잔류한 상황에서, 이를 종료하려면 한쪽이 상대방에 종료 이유를 포함해 이를 통보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후 이를 논의할 공동위원회가 6개월 내 열리게 되고, 양측이 동의하면 안전장치가 종료된다.
이와 같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전까지 영국과 EU는 사실상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EU측은 1998년 4월 10일 영국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영국과 아일랜드(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체결된 벨파스트 (평화)협정(Belfast Agreement)에 근거하여 북아일랜드를 EU단일시장·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아이랜드海에 국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지역정당인 민주통일당(DUP)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DUP는 아일랜드海에 국경은 영국을 분단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메이 총리는 영국 전체가 EU단일시장·관세동맹에서의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의 관세 체크 포인트를 간편하게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영국측의 입장에 EU측도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최근 EU측도 어느 정도 양보를 제안하였었고, EU27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합의에 이르렀다.
< 그림 1> 최대의 난제인 북아일랜드의 국경문제
자료 : 石野 なつみ, 英国のEU離脱:現状と見通し, 住友商事グローバルリサーチ(SCGR)
이번 탈퇴협정안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의 국경문제를 영국의 EU탈퇴 이후 2020년 12월말까지의 이행기간 동안에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최종 해결책은 내년 3월 29일 오후 11시 영국의 EU탈퇴 시점부터 2020년 12월 말까지의 이행기간 동안에 합의를 목표로, 탈퇴이후 영국과 EU간의 새로운 (무역)관계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이행기간 동안 최종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혹은 합의하더라도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최종 해결책의 시작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를 대비하여 backstop(안전장치)방안이 마련되었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국경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물리적 국경을 설치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도기적 대체조치’로 backstop(안전장치)방안이다. 안전장치 방안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는 다음과 같다. 영국 측은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현재와 같은 관세동맹에 남아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EU측은 북아일랜드만을 대상으로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머무는 것을 요구해왔다. EU측은 영국의 제안에 대해 이탈이후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 사실상 잔류하는 것을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로 간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으며, 기한을 구분한 backstop(최종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한이 되면 backstop이 만료되는)은 backstop으로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왔다. 한편, 영국은 EU측 제안에 대해 북아일랜드만이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하면 영국을 분리하게 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여 왔다. 메이 정권은 각외에서 협력하는 북아일랜드의 지역정당인 DUP의 지속적인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DUP가 반대하고 있는 북아일랜드만이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는 경우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특히 영국이 EU탈퇴이후에 ‘일부라도‘ 관세동맹에 잔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강경 이탈파의 이해를 얻으려면, backstop이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 왔다.
한편 EU측에서 일부 관계자가 영국 전체가 일시적으로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을 허용하는 자세의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한시적인 backstop은 인정하지 않았다. 만일 영국 측이 한시적인 조치에 집착한다면,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backstop의 경우, 그 backstop이 만료된 시점에서 최종적인 방안(협정)이 시작될 수없는 경우의 ‘backstop의 backstop’으로, 북아일랜드만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할 것을 요구할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정상회의 전후로 이행기간의 연장 논의가 부상하여 왔던 것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이행기간을 연장하면 최종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시간적 여유가 생겨나 backstop을 실제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도 이행기간의 연장에 긍정적이지만, 보수당의 강경 이탈파는 이행기간의 장기화가 영국의 EU탈퇴를 유명무실화 하여 사실상 EU잔류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여 이에 강력히 반발하여 왔다. 이행기간이 장기화되면 그동안 EU에 대한 추가예산 갹출이 요구되기 때문에 영국에서 이행기간의 연장논의에 대해서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결국 브렉시트 조약안에는 영국이 사실상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하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행기간 동안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잔류기간동안 영국이 EU규범을 준수하는 한편, 예산분담금을 수용하는 큰 틀에서의 소프트 브렉시트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브렉시트 조약안이 지난 14일 장장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영국의 각의를 통과하였지만, 영국보수당을 비롯한 유럽회의론자들은 영국을 영원한 EU의 “속국(vassal state)”로 만들 것이며, 북아일랜드는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이 EU의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세계국가들과 자유로운 통상협정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보수 EU회의파들에게는 이는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회 내 EU회의파 보수 세력들이 현재 제시되어 있는 탈퇴협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강하다. 메이 총리는 의회에서 모든 안전대책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졸속합의를 비난하는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U 측과의 가장 어려운 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메이 총리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집권 여당 보수당 내의 반대가 뿌리 깊어 여차하면, 의회에서 탈퇴협정(WA)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혼돈의 영국: 순조로운 브렉시트(Brexit)인가,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인가, 노 브렉시트(no Brexit)인가?
과연 영국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이번 탈퇴협정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여 순조로운 탈퇴가 이루어질까? 아니면 부결되어 합의 없는 탈퇴(no-deal Brexit)로 무질서한 탈퇴가 될까? 또는 투스크 EU상임의장의 언급대로 노 브렉시트(no Brexit)로 갈까? 탈퇴협정안의 각의통과이후 잇따른 주무장관을 포함한 각료들의 사임과 강경 탈퇴파를 중심으로 한 의회의 거센 저항으로 앞으로의 일정은 불투명하며 합의 없는 탈퇴의 위험성이 여전하다. 2018년 초반까지 꾸준히 제기된 탈퇴철회(no Brexit)에 대한 정치적 판단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하다. 물론 영국의 EU탈퇴 철회는 여당 강경 이탈파의 반란이 예상되어 메이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민투표의 재실시에 대해 EU탈퇴의 시비를 묻는 국민투표가 아니라, 합의내용을 수락할지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의 실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2차 국민투표 실시는 완전히 부정하면서도 국민투표의 취지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행기간의 연장은 영국 보수당 강경 이탈파의 반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행기간 연장동안의 EU분담금과 유럽의회에 영국 선출 의원이 없는 가운데 제정된 EU정책의 준수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가주권을 포기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행기간 동안 새로운 무역관계협상에서도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북아일랜드 국경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 더욱 혼돈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미 브렉시트 조약안 합의 이전부터 메이 정권에 대해 강경 이탈파가 메이 총리 불신임안 제출 준비를 거의 완료하고 제출만 남기고 있는 단계까지 와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강경 이탈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Confidence and Supply 협정을 맺고 있는 DUP도 아일랜드海에 국경개념이 부활하면 10월 29일 발표된 2019년 예산안을 부결할 것을 이미 표명하여 왔다. 제1야당인 노동당도 이번 합의안에 반대 입장이다. 점차 메이 정권이 붕괴되고 의회의 해산을 통한 총선거가 실시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합의 없는 탈퇴 우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2019년 3월 29일을 맞이하는 경우에는 이행기간도 없다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 된다. EU측과 메이 정부측은 이를 피하기 위해서 이번 브렉시트 조약안을 합의하였다. 메이 총리의 선택은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였다. 합의 없는 탈퇴가 바로 국가주권의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강경 이탈파 보수당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메이 총리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탈퇴협정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메이 총리의 앞날도 영국의 앞날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EU와 합의한 탈퇴협정안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투스크(Donald Tusk) EU상임의장이 영국이 브렉시트 계획을 취소(no Brexit)하고 EU에 남기를 결정한다면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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