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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과 금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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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02일 21시2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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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과 금융

 

  지난달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 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하여 1%대의 금리시대를 열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금리를 내림으로써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대외거래 면에서 자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국의 수출은 증가시키고 수입은 감소시켜서 거래 상대국의 부(富)를 인위적으로 뺏어 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서 ‘인근 궁핍화 정책(beggar-my neighborhood policy)’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과 중국 등 경제대국들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로 해당 국가의 화폐의 가치하락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생각되는 주변 거래 국가들마저도 양적완화를 앞세운 환율 전쟁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심각한 수준에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2010년 이후 국내경제가 저성장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모두 저조한 상황에서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비껴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환율전쟁의 여파로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상품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013년 32.5%에서 금년에는 26.6%로 하락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도 2013년 8.1%에서 금년 들어서는 7.5%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중 엔저현상의 덕을 보고 있는 일본의 자동차는 37.3%에서 38.5%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정부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기에 노력하였지만 3.3% 성장하는데 그쳤다. 최근에도 정부는 금리인하와 정책 시너지를 높여나가기 위해 재정 금융 등 거시경제정책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해서 유효수요를 늘려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무역 증가율이 세계경제증가율의 2배로 증가하던 공식이 깨지고 2012년부터는 오히려 무역증가율이 경제증가율을 하회하면서 세계무역환경도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하는 등 수출의존적인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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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황형 무역수지의 흑자로 인해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16년 이상 한국경제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왔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89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올해도 유가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수입비용 감소 등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만해도 수출이 415억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4% 감소했지만 수입이 338억 달러로 무려 19.6%나 감소해 무역수지는 77억 달러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37개월 연속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GDP대비 6%를 상회하는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대표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의 미국의 정책을 논의하는 정책써클의 일각에서 한국을 인위적인 환율 저평가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 상당폭 완화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경상수지 적자국들의 흑자를 줄이기 위한 환율조정 요구논리가 약화되긴 하였지만 원/달러환율이 2014년 8월 이후 그 직전 1년 동안의 절상추세에서 벗어나 약세로 전환된 이후 더욱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서도 아직 환율조정은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성장에 문제가 생기니 방어를 해야 한다고 논리가 팽배하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환율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작금의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환율에 의존해 성장을 유지해가면 성장의 과실이 주로 수출기업위주로 돌아가게 되어 몇 개의 산업에 집중된 수출산업구조만 더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994년 말 통계편제 이후 연도말 기준으론 처음으로 대외자산이 대외부채를 상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분기 기준으로는 작년 3/4분기 말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국제투자 잔액(Net IIP)이 이미 플러스(+)로 전환하였다. 2014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금융자산은1조 802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에 금융부채는9,983억 달러로 순국제투자 잔액은 819억 달러로 2013년말 –372억 달러에서 플러스로 전환해 무려 1,191억 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대외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원화 가치 절하 등으로 줄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저금리 경제에서는 취약한 금융산업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제조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과 경영 리스크 분산으로 지금의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 왔다면, 금융회사들도 이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수평적 확장을 지속성장의 방안으로 모색할 때가 왔다. 그동안 매 정권마다 금융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는 금융허브론을 수없이 제시해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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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한국경제규모에 걸맞게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혼자서 어려우면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를 하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때마침 한중 FTA체결에 덧붙여 3월말 신청을 마감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유럽의 주요 국가를 포함해 총 47개국이나 창립회원국 신청을 했고 한국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앞으로도 수년간은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이고 한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초과 공급 현상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활용해 국내 금융회사들은 우선은 무역금융·대출 등 위안화 지급 중개를 확대해 나가면서라도 새로운 영업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위안화 금융허브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물론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 보다 중국 자본시장에 한발 더 앞서 다가가야 한다. 국제 금융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와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금융산업을 일으킬 해법을 찾는데 노력해야 한다. 갈등적인 글로벌 환경의 산물인 환율전쟁을 지렛대로 활용해서라도 금융발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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