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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경제의 효자손이 될 수 있을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31일 20시5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00분

작성자

  • 정영록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경제발전론

메타정보

  • 33

본문

중국은 우리경제의 효자손이 될 수 있을까?

 

 1998년의 일이다.  당시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우리 대통령의 중국국빈 방문이 정해져 있었을 때다.  중국의 최고위 인사에게 어떤 얘기를 하는 게 좋을 지를 각계각층에서 찾고 있었다.  정부의 각료급 인사 한 사람이, 중국에 대해 뭘 감사하다고 얘기해야 할지를 물었다.  중국이 환율절하에 나서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이웃 나라를 어려움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있었다.  그 인사는 만나자 마자, 대뜸 그 얘기를 해야 할지를 물었다.  단호하게 우리대통령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첫째, 당시 중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경제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평가 절하는 목표달성에서 후퇴하는 것이었다.  둘째가 중국의 대외교역은 중국기업체들이 만든 제품이 거래되는 것 보다는, 약 60% 이상이 중국에 투자한 해외 업체들이 본사의 필요에 의해서 무역이라는 형태로 조달하는 것이다.  즉, 구조적인 문제지 환율 탄력성이 높지 못하다.  따라서, 중국은 이점을 감안, 평가절하에 나설 수가 없었다.  중국처럼, 규모가 큰 나라는 국가의 정책이란, 자국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정상회담을 통한 외교적 성과란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의 방중 시 제일 먼저 거론한 것이 우리가 하지 말라고 조언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전문가 얘기는 왜 필요했단 말인가? 

 

   그런데, 근자에 들어 정말 ‘중국은 우리나라에게 효자손인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는 듯하다.  효자손이라면 얼마나 효과적인 효자손인가?   사실 이에 대한 답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단순히 경제 분야에 대한 생각만을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실물 분야이다.  수차 얘기했지만,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경제관계는 우리나라의 약 2만개 기업이 중국에 50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해서 연간 ,2500억 달러 정도의 교역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수출은 거의 정체되고 있다.  물론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얻고는 있다.  또한, 이런 경제 교류 활동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은, 한때는 교민회 자체 집계대로 약 70만~80만 명이 거주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반으로 줄어서 얼추 30만~40만 명의 교민이 상주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한다.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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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ita web site/  www.kita.net

 

 

   첫째, 투자가 수반 되는 무역 부문이다.  우리나라는 외관상, 분명히, 대중(對中) 무역 흑자를 거두고 있다.  최근 5년간만 보더라도 연간 작게는 450억 달러에서 많게는 63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 전체적으로는 평균 500억 달러의 무역수지흑자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지만수 박사의 자료(2015.3.5, 비즈니스워치 국제세미나 발표 자료 “중국의 뉴 노멀과 한국경제”)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시장에서, 일본이나 대만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반무역으로 추계해본 내수시장 진출 비중도 독일(77.8%), 미국(67.7%), 일본(49.9%)에 비해서 반타작 정도인 33.7%이고 6~7년 전에 비해서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학계 에서는 (사)현대중국학회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내수시장을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줄곧 해 온바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업체들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 다는 얘기처럼, 새로운 환경변화에 자신을 바꿀 생각은 못하고 과거처럼 중국내에서 가공무역에만 안주했던 것은 아니가 한다.  그러다가 결국은 야반도주라는오명을 남기고 철수한 업체도 많아진 것 같다.

        

   둘째, 금융부문이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의 중국진출은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지속적으로 확대, 2014년9월말 현재, 11개 은행, 21개 증권사, 10개 보험사, 1개 여신전문회사 등 총 43개의 각종 금융기관이 나가있다.  특히, 한국은행(2003년 외국계 중앙은행으로서는 최초로 대표 사무국을 개설)과 금융감독원 등이 대표처를 개설. 운영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 투자 업체 수 증가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정착 우리 교민의 숫자도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비가 올라가서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귀국하는 추세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 투자기업과 우리 교민에 대한 서비스를 위주로 은행을 중심으로 진출한 금융기관의 영업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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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필자는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효자손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어이없다는 심정을 떨칠 수가 없다.  과거에는 그랬었는지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시아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또한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느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 일본으로부터 주문을 받고나면, 이를 중국에서 염가로 생산해서 공급, 소위 이윤을 남기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쪽의 인건비 상승과,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윤폭이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 결과 중국과의 교역량이 상승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생활비도 올라가서, 중국내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져, 교민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금년도 중국경제 성장률 목표치 7%에 대한 의미 해석도 분분하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7% 성장률 논쟁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슬기롭게 새판에 적응하느냐의 예지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7%대의 경제성장 목표로 바뀐 것은 이미 시 주석체제가 들어선 2012년 말 부터였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발전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를 강조한 바있다.  핵심은 장기적 발전체제 구축이다.  현재 중국지도부의 화두는 친환경, 친서민, 혁신이다.  과거 30여년은 비효율적인 계획경제를 청산하는 분위기 쇄신이었다.  지금은 정상국가로 복귀한 후 어떤 중국을 만들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이 차원에서 성장률 목표치는 더 이상 절체절명의 목표가 아니다.

 

   결국, 우리는 아주 자연스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즉, 중국은 자국의 발전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운영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외국과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금번 아시아사회간접자본투자은행 (AIIB)제안도 하루 이틀된 것이 아니다.  중국이 여기에 나서는 것은 첫째, 과다외환보유고에 대한 압력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고, AIIB설립이 그 해결책의 하나이다.  여기에다가 과잉 생산력을 해소하는 문제이다.  결국은 시장을 유럽대륙 등으로 연장하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우리의 고민은 AIIB를 통해서 Bretton Woods 체제를 이탈, 중국주도경제권으로 들어간다는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체제에 참가하는 경우 과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익을 향유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 준비를 사전에 해오고 있었는지가 더 아픈 고통이 될지도 모른다.  가령, 우리가 필요한 절실한 프로젝트가 있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재원염출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AIIB를 염두에 두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과거 10여 년 전부터 동북아 개발은행 (NEADB: North East Asia Development Bank) 에 대한 얘기를 하고 다녔던 우리의 지도층 인사들이 과연 AIIB의 출범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큰 과제일 것이다.

 

   정부는 정말 경제정책 입안에서 중국의 변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  중국에 투자한 투자업체들도, 새로운 7%시대의 중국경제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  환경설비가 미비한 점은 없는지, 사회보장비를 급여에서 제대로 공제해서 잘 쌓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점검 해보아야 한다.  언제 불법으로 조용히 털고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만 중국이 우리경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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