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의 현실과 자주권 확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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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의 존립이 위태
올해로서 민선 지방자치 20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행정이 지역주민의 수요에 밀착대응한다는 지방자치의 취지는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지역사무를 처리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부족 수준을 넘어 지방자치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다.
‘13년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2.3%이지만 244개 지방정부 중에서 88.5%인 216개는 재정자립도 50% 미만이며 특히 12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10% 미만이다. 더욱이 지방세로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지방정부가 123개로 전체의 50%를 초과하며 세외수입을 포함한 자체수입으로도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지방정부는 41개에 달한다. ’08년 이후 계속 증가하던 지방채무는 엄격한 관리하에 ‘13년에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자체수입 역시 줄어서 관리채무비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07년에 1조 3천억 수준이던 채무가 지난해에는 3조 2천억을 넘어 150%가까이 급증하였다. 총예산대비 채무비율은 위기단체지정기준 ‘심각’ 수준인 40%에 근접해 있고, 경상일반재원 대비 관리채무비율은 이미 100%가 넘어서 지방채 발행 권한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재정이 위기에 빠진 원인을 한가지로 집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하는 업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사용할 권한(재정자율성)과 재원을 적절하게 사용할 의무(재정책임성)를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재정분권화를 통해 세입・세출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균형예산 달성 및 장기채무 억제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데 지방재정의 문제가 있다.
갈 길이 먼 과세자주권
정부전체의 세입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의 경우 국가마다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상이해서 일률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 있으나, 일본(43%), 독일(50%), 스위스(55%) 등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 조세체계의 중앙편중 정도가 다소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조세법정주의를 취하고 있어서 지방의 주 수입원인 지방세 등을 지방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다만 일부 세목에 대해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정책필요성 등을 이유로 지방이 필요한 재원을 조세이전 방식보다는 보조금 등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방의 세입에서 중앙정부로부터의 의존재원 비중은 ‘08년 38%에서 ’13년 42%로 확대되는 등 세입자율권은 오히려 꾸준히 축소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지방세는 지방소득・소비과세(35%)의 비율에 비해 취등록세, 재산세 등 경기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동산 거래 및 보유과세의 비중(44%)이 높아 경제위기가 심화된‘09년 이후 세수신장성 및 안정성이 낮은 편이라서, 특히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지방재정확보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더욱이 거래세 중 일부인 양도소득세만은 국세로 되어 있어 거래세 징수의 일관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그간 중앙정부는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지방세 비과세 감면제도를 수시로 활용하여 그 감면액이 ‘02년 9.3%(32,419억)에서 ‘10년에는 무려 23%(148,106억)까지 치솟은바 있다. ‘13년부터는 이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세율 자체를 크게 낮추고 지방소비세율 인상분으로 그 손실을 보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보전효과가 충분치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구나 ’08년 이후로 꾸준히 소득세, 법인세 등이 인하되어왔으나 그로인한 지방세 감소분에 대한 보전 역시 충분치 않았다.
늘어나는 복지지출 감당키 어려워
한편 의료 사회복지 지출 등 성질상 국가가 담당해야할 기능을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지방비 분담비율 상승 등으로 자체가용재원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2년 기준 예산규모는 151조이지만, 경상비, 국고보조금, 특별회계 전출금 등 법적 의무적 지출을 제외한 실질적 의미의 자체재원 비율은 전체 예산의 12%수준에 불과하며, 자치구의 경우는 1.1%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07~’13년 사이 5.9%인 연평균 예산증가율에 비해, 사회복지비 지출은 연평균 12.5% 확대되어 예산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15.4%에서 22.3%까지 증가했다. ‘14년 7월부터는 기초연금제도 도입되면서 25%를 부담하는 지방재정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소방사무의 경우도 대형화재 및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소방사무의 광역화가 추진되면서 지방사무의 비중은 점점 감소하고 국가와 공동사무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지만, 소방재원 3조 1천억원 중 98%를 지방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 1천개가 넘는 국고보조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국비보조율은 07년 68%에서 13년 60%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가운데 2000년대 후반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기조에 지방정부가 부응해 왔다. ‘08년 초 사업예산제도와 복식부기제도의 도입 등 성과 중심적 재정운영을 추구하던 정부는 08년의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지방재정의 조기집행과 재정지출 확대로 방향을 전환하고, 지방정부의 부실을 방지하는 방어적 장치로 활용되던 지방채발행제도를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지방채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의 일부를 보전하고, 국고보조사업은 국비에 의해 우선발주하고, 추후 지방비를 확보하도록 하였으며, 재정의 조기집행비율이 높은 지방정부에게 특별교부금 재원으로 포상제까지 실시했다. 이에 더하여 앞서 지적했듯이 08년 이후 일련의 감세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로 인한 지방세 감소 효과는 ’08~‘12년 5년간 18조 6,350억원, 연평균 3조 7,270억원으로 ‘10년기준 지방세의 7.5%에 달한다.
리스크 관리가 부족한 지방재정
지방재정의 문제 중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으로 SOC사업, 행사사업 등 지방재정의 방만성을 지적할 수 있다. 인천의 경우 아시안게임 경기장건설, 세계도시축전 등 국제행사 개최 및 사후 시설관리비용, 월미 은하레일 등 관광사업, 각종 경제자유구역 등 개발사업 및 산하공기업 개발사업에 대한 지급보증 등으로 지속적인 적자요인이 발생하였다. 이들은 모두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에 도시브랜드가치 제고 등 필요성에 의해 추진되었으나, 경기하강으로 인한 세수감소추이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으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또한 도시철도 2호선 조기완공 등 미래세대 편익을 위한 자본지출 비율이 높았던 것도 재정부담의 한 원인이 되었다.
더구나 이러한 대규모 재정소요사업에 대해 중기지방재정계획 등을 통해 충분히 리스크 관리가 되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채무발행에 의존했던 것도 문제였다. 호경기의 사업확대기조가 외부환경변화의 대응에 실패했던 것이 고스란히 현재의 재정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재정규율에 맞지 않고 장기전망이 결여된 예산편성 관행도 위기시 세출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자주권 확대해야
오늘날 지방재정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과제는 재정자주권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본다. 전체 정부지출 중 지방정부 비중이 40%, 국고보조금 사업 등을 합하면 60%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체세입중 지방세 세입을 적어도 40%수준으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소득세 세율을 현행 소득세의 10%수준에서 20%수준으로, 현재 부가가치세의 11%수준인 지방소비세도 20%정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세에 지방세가 부가 과세되는 일부 세목을 모두 독립세로 전환하고 세율 또한 법률이 정한 상하한 이내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하여 지방정부의 과세자주권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의 경우 홀로 국세로 분리되어 있는 양도소득세를 지방으로 이양하여 부동산 취득부터 매각까지의 과세를 지방정부가 종합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세는 응능원칙에 따라 국방, 외교 등 순수공공재를 제공하고, 지방세는 응익원칙에 따라 준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통적 조세원리에 따르면, 의료, 교육, 저소득계층지원 등 복지서비스 등은 중앙정부가 전국적 표준 또는 지역적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는 국가사무이므로 원칙적으로 국비로 전액 시행한다는데 중앙-지방간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이를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된다면 사무수행에 걸맞게 소득소비과세 중심의 국세 일부 항목을 지방세로 이양하는 것도 검토해야한다. 복지지출 비중이 높은 북유럽의 경우 지방세대비 소득소비과세비중이 90%를 넘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방정부가 계속 증가하는 복지지출을 분담해야 한다면 그에 걸맞는 세원구조개편이 필요하다. 최근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화재발생 원인에 대한 원인자부담원칙을 반영하여 담배 가격 인상분에 소방안전세를 신설, 소방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하다. 또한 중앙정부가 지역간 균형을 위해 지방에 내려주는 교부세 등 형평화 보조금 산정기준을 단순하고 명확히 해서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지방으로 세원을 이양하여 자율적 세입확보에 힘쓸 유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국가사무의 위임 및 지방비 매칭 의무 등 지방과 협의없는 중앙의 일방적 지방재정부담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서 현재 지방재정법에 심의기구로 규정되어 있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발전시켜 중앙-지방간 재정부담협의기구를 법제화하고 구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중앙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적극 동참했던 지방정부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만기도래채무에 대한 차환한도를 확대하여 채무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대규모 재정사업의 경우 타당성 심사, 지방재정투자심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내실있게 하고, 이를 중기지방재정계획에 의무적으로 반영해 장기 재정소요 예측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투자심사 대상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외부전문위원들의 위촉을 통해 심의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동시에 투자심사기준 중 유용성이 떨어지거나 중복성이 있는 항목은 통ㆍ폐합하고 지방분권 및 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여 심사기준의 분류체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하여 투자사업 이력을 관리하는 종합적인 투자사업 이력관리를 위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균형예산 회복을 위해서 예산편성시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의 의무화, 각종 조례 등에 대한 paygo원칙 도입 등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그 주체인 지방정부의 재정책임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그 첫단계는 건전한 재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간 방만한 면이 없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세출구조조정과 세입확보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지방정부에 재정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중앙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건전성도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적극적인 분권화 통해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인식과 제도가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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