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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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1995년 태생 때부터 미숙아인 상태로 출범하였다. 그 당시 지방자치제는 행정 면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선거로 선출하였으나 각종 행정사무는 지방자치제에 걸맞게 대폭 이양되지 못한 채 걸음마 단계였다. 그리고 지방재정면에서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2로 대폭 개선되지 못한 채 2할자치의 취약한 상태였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불완전한 지방자치제가 그 동안 별 탈없이 굴러온 것도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지방정부가 지방교부세를 통해 지방의 재정수요를 감안해 재정이 취약한 비수도권 지자체에게 재원을 적절히 분배하고 국고보조금제도를 통해서는 일정 사업의 지방부담을 완화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정부도 재정수입 범위 안에서 예산편성을 한다는 암묵적 재정준칙인 ‘양입제출’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이 결과, 그 동안 지방정부는 매년 발생하는 재정흑자와 예산 불용액을 재원으로 다음 년도 추경을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두 차례 이상 편성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불안정한 균형상태는 2005년을 기점으로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참여정부 들어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는 행정사무를 재정보전 없이 대폭 지방으로 이양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급증하는 국고보조사업은 지방 재정의 부담을 덜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방정부 세출 면에서의 규율도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다름아니라 일부 지자 체의 SOC투자와 사치성 청사건설, 전시성 사업확대가 줄을 잇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더해 2008년 MB정부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지방정부와 공기업까지 총동원하여 전방의적으로 재정확대정책을 시행하였다. 2년 후 지방정부의 채무는 급증하고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실제로 2010년 244개 자치단체 중 152개가 재정적자를 기록하였고, 도의 경우 지방예산 대비 채무잔액 비율이 위험 수준인 42.5%로 3년 동안 3.5배 이상 급증하였다.
불행히도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지방 재정문제는 악화 일로에 처해 있다. 왜냐하면 지방세의 근간을 이루는 재산 관련세가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로 세수차질을 보이고 있는데다, 135조원으로 대변되는 복지공약 가계부를 본격적으로 실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지방재정은 세출 증가율이 세입 증가율을 구조적으로 상회하기 시작하였고, 지방 공공부채도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해부터 국면 타개를 위해 지방정부의 세출조정, 지방세 비과세 감면축소와 담배세 인상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지방재정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향후 박근혜 정부는 미래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보다 근본적으로 지방재정제도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의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투트랙(Two-Track) 패키지 개혁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방정부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 중앙과 지방정부 세원배분 비중이 8:2인 반면, 세율 비중은 4:6으로 재정지출과 수입의 불균형으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 의존적인 지방정부의 자율성 결여와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신장성이 높은 소득소비세 위주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최소 7:3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가 변화하는 외부 환경과 지역 실정에 맞게 환경 세, 숙박 세와 같은 임의세와 법정외세를 조례로 규정하여 과세할 수 있도록 과세자 주권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국고보조사업을 전면 재정비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복지정책의 확대로 연 평균 9% 대로 급증하고 있는 복지관련 보조금으로 전체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이 40% 내외로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동시에 지방재정의 다른 축인 ‘책임’을 담보할 지방재정제도의 개혁도 추진하여야 한다. 우선, 지방공사공단 및 민간투자사업 중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의 채무 범위에 포함시켜 ‘채무관련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지방의 투자심사 제외사업과 전문성이 부족한 타당성 조사기관의 난립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행자부가 준비하고 있는 ‘지방재정 건전화법’을 조속히 법제화하여 재정위기 단체에는 지방사업축소, 인력감축뿐 아니라 탄력세율 적용을 통해 자체부담 중대를 강제해야 한다. 지방세 관련 조직, 교육훈련, 정보화 기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중앙지방정부간의 갈등과 지방재정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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