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유가하락 어떻게 볼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26일 19시5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39분

작성자

  • 손양훈
  • 전 한국에너지 연구원장,인천대학교 교수

메타정보

  • 37

본문

유가하락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석유시장에서 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더 나은 표현이 될 것 같다. 에너지는 우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재화이고 주요 생산요소라는 측면에서 유가가 높다는 것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급등락을 한다는 점이 더욱 어려운 점이다. 더구나 단 기간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적응하기도 어렵고 미래를 조망하기가 더욱 어렵다.

최근의 유가가 급락하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중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 국의 경제가 주춤하고 있어서 수요가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그기에 다가 달러화가 강세이고 투기적 동기의 자금이 개입하여 더욱 빠른 속도로 유가가 속락하였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즉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공급의 구조가 바뀐 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이후에 유가는 매우 높은 상태가 유지되었다. 그로 인해 과거에 없었던 비전통에너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셰일 혁명으로 일컫는 새로운 조류는 에너지 공급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였다. 더욱이 새로 등장한 비전통에너지의 공급은 기존의 에너지 공급과 달리 매우 신축적이고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OPEC이라는 에너지 카르텔 구조를 유지해온 기존의 에너지 공급자들은 마침내 강력한 경쟁자를 제대로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불과 수년 사이에 셰일가스로 인하여 석유시장은 그 사정이 확연히 달라져 버렸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OPEC과 석유 메이저들이 구축하였고 오랫동안 유지해온 석유시장의 조정 메커니즘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OPEC은 감산을 포기하였고 오히려 유가하락을 부채질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음모론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사우디가 연합하여 산유국인 이란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가스를 혼내주기 위해 일부러 방관하고 있다고 풀어내기도 한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저간의 사정이나 속마음은 확인할 길이 없다.

 

  

201532619572537126u8lou.png
 

  한 가지는 명확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들이 처한 시장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석유를 감산해 봐야 남 좋은 일이 되고 시장 지배력만 상실하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나만 손해 볼 수는 없다는 각자도생의 결과이다. 이것이 바로 셰일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질서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OPEC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매우 어렵다. 석유수요는 고만고만한데 공급이 자꾸 늘어나면 유가가 다시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상당한 기간 그렇게 갈지도 모른다. 누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장의 질서가 변했다. 그러나 셰일혁명의 효과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저유가 쇼크는 시장의 반응을 불러오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을 위한 투자는 지연되거나 취소될 것이고, 가격이 낮으니까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유가는 언젠가 다시 반등할 것이다. 이 또한 시장의 법칙이다. 하지만 유가가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강력한 견제를 받게 되어 있다. 세일가스의 개발은 일시적으로 주춤하겠지만 가격이 오르면 즉각 생산을 재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미지의 땅을 개발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된 땅에서 나온다. 이른바 그린필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브라운필드 프로젝트이다. 새로이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비하여 재개절차도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생산원가를 낮추려는 노력 속에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오랜 시간 석유시장을 지배해온 OPEC은 가장 강력하고 가장 기술진보가 빠른 경쟁자를 갖게 된 것이다. 자원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카르텔을 형성하고 오랜 기간 석유시장을 지배해온 메카니즘이 무너지고 있다. 바로 기술진보의 역동성이고, 시장의 힘이다.

 

2015326195741g6bdo6t347.png
 

  적극적인 조정자가 사라진 석유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직은 시간이 더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적인 기관들의 예측이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는 산유국들이 똘똘 뭉쳐 고유가로 몰고 가는 일은 과거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석유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모두 가격에 대하여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공급이 좀 늘어나면 급락하고, 수요가 조금만 늘어나도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37
  • 기사입력 2015년03월26일 19시5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3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