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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재해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25일 20시5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41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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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김영란법의 재해석

 

 부패방지법의 성격을 띄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 이하 김영란법이라 함)이 3월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심각한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前)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중이던 2012년 8월 공직자비리 근절을 위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으로 입법예고 되었으나 법무부는 직무관련성이 없는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에 대하여 형사처벌 하겠다는 내용에 대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입법에 난색을 표명했었다. 2013년 7월에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절충안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8월초에 국회에 제출되고 4개월 만에 정무위원회에 법안으로 상정되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김영란법의 입법관련 진행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자와 관련된 부패가 국민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여론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었으며 2015년 1월 정무위에서는 2012년 8월 입법예고된 본래의 김영란법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의 김영란법으로 3월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다.

 

 김영란법의 입법과 관련한 진행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고  주요내용은 크게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방지, 이해충돌방지의 3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3월3일 통과된 김영란법은 원래의 김영란법과 몇가지 중요한 점이 달라져 있다. 첫째는 공직자 등의 범위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시켰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공직자의 이해 충돌방지조항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영란법은 법전문가들 조차도 그 위헌성에 대하여 갑론을박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들의 70%가 김영란법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김영란법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이러한 지지는 우리사회의 부패를 줄여서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그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헌법이념과 가치로 판단해야지 여론조사로 하는 것이 아닌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논리이다. 법은 그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위헌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면 그 요소를 제거해야 법의 실질적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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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의 위헌요소는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김영란법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일반국민이 어떤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혹자(或者)는 김영란법 제5조 제1항에서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 열거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7가지의 예외적인 경우를 적시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에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각 유형에서 표현하는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표현의 애매모호함으로 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적인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등에 대하여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불고지죄(不告知罪)에 대한 규정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 양심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셋째로는 김영란법의 규제대상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을 포함시킨 것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은 다른 공적인 영향력이 있는 직업군이 제외됨으로써 헌법상 평등권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3가지 요인이 김영란법이 내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위헌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외에도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또는 약속하는 경우에는 직무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처벌하는 조항은 실질적인 순수한 증여가 처벌되는 문제가 발생되고, 벌칙규정인 김영란법 제22조 제1항과 제5항의 내용을 보면 직무관련성 없는 101만원의 금품수수와 직무관련성 있는 99만원의 금품수수에 있어서 전자가 더 중하게 처벌되는 문제점도 김영란법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입법논리라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점점 더 넓히고, 아무리 적은 금품수수라도 직무관련성, 대가성과 무관하게 처벌한다면 한국이 더 깨끗해 진다고 생각할수 있을까? 김영란법이 아니라도 부패를 방지하는 법규정은 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사립대학 교수와 국립대학교수가 직업이 같다고 하여 단순히 같은 법을 적용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입법태도라고 할수 있다. 사립대학교수의 경우 김영란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재단과의 계약관계나 복무규정, 형법상 배임수재죄 등을 통하여 처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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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은 형법의 특별법이다. 대표적인 침해법인 형법과 조세법은 침해법의 성격으로 말미암아 형법에 있어서의 죄형법정주의, 조세법에 있어서의 조세법률주의는 그 성격이 비슷하다. 국민에게 형사적 처벌을 가하는 형법규정도, 국민에게 세금을 부담시키는 조세법규정도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고는 처벌하거나 조세를 부과할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는 법에 단순히 규정했다고 하여 처벌하거나 과세할수 있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그 내용이 헌법에 합치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입법취지 즉, 공무원의 부패를 척결하여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듬으로써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안고 있는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하지 못하고 법의 시행에 들어갈 때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어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법의취지와는 무색하게 법적용에 있어서 국민들의 예측가능성을 저하시키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켜 결국은 법이 의도하는 실질적인 긍정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부질없는 국민들의 법리논쟁만 유발시킨 용두사미(龍頭蛇尾)법으로서 기억될까 걱정이다. 위헌여지가 있는 법규정에 대하여 입법자의 재량만을 운운하는 것은 올바른 입법태도가 아니다. 합헌을 예기할 때 국민들의 법의 지지율을 얘기하는 것도 잘못된 접근방법이다. 대한민국 공직자의 부패지수를 낮추어 투명한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 경쟁력있는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것은 김영란법을 대하는 모든 국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김영란법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를 낮추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법으로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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