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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의 탄생, 스마트시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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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30일 17시00분

작성자

  • 김성우
  •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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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매일 매일 일하고 잠자고 살아가는  ‘도시’라는 공간 역시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거대한 또 하나의‘공장’이다.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2/3와 온실가스의 70%가 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현재의 도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50년까지 도시의 에너지 수요와 배출량은 현재 수준에서 각각 70%와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속히 증가하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시티(Smart City)다. 정치, 경제, 사회의 글로벌 리더들이 스마트시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2017년 10월, 캐나다 토론토에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서 구글의 혁신 기술을 도입하여 약 5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도 아니고 토론토 시도 아닌 민간기업인 구글이 왜 토론토 시에 그렇게 많은 금액을 투자하겠다는 것일까? 구글이 투자하겠다는 돈의 많은 부분이 도시 내에 센서를 다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도시 곳곳에 센서를 달아서 사람과 물건의 이동과 흐름을 파악하고 그 특성을 파악해서 데이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토론토 시의 입장에서 보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서 사람의 이동과 제품의 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구글 역시 자신들이 구축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시티를 구축에 대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사디크 칸(Sadiq Khan) 런던 시장 역시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런던을 더 살기 좋은 도시, 더 일하기 좋은 도시, 더 투자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런던이 글로벌 스마트시티 선도 도시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무엇이 글로벌리더들을 스마트시티의 선점으로 이끄는 걸까? 과연 스마트시티란 어떤 것일까?

 

글로벌 컨설팅 펌인 KPMG는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분석, 스마트시티의 핵심적인 요소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 번째는 기술, 둘째는 데이터, 셋째는 시민들의 행동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서 스마트시티를 바라본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기술이라는 측면을 살펴보자. 스마트시티에서는 과거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 분산형으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는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도로, 교통, 통신 등 모든 인프라들이 중앙집중화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엄청난 효율을 주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으로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각 가정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에너지 프로슈머의 시대를 대비하기 어렵다. 뭔가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4차산업 혁명의 ‘기술’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역의 분산전력 시스템 구축의 사례로 설명해 보자.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은 2016년 4월 프레지던트 스트리트의 50가구를 대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최초의 P2P 전력 거래를 시작했다. 각 가정마다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와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하고 자신들이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으로 이웃에 자동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전력’과 같은 중앙 전력 공급 회사 없이 개별 가정이 직접 전기를 사고파는 거주자 중심의 지역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전원 확대에 따른 지역 기반의 운영, 관리 체계의 필요성은 물론 자연재해로 인해 정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 해안을 덮쳤을 때 중앙집권식 발전소에서 공급하던 전력이 끊기면서 많은 가정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분산 전력 시스템이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 이웃 간 전기자동차 충전서비스 거래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응용사업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루클린 이외에도 텍사스의 그리드 플러스(Grid +), 스위스의 마이 비트(My Bit), 호주의 파워 렛저(Power Ledger), 네덜란드의 파워 피어스(Power Peers) 같은 유사 사업들이 확산되고 있다.

 

  둘째 요소는 데이터다. 스마트시티는 대중의 참여 없이 불가능하다. 대중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스마트시티를 위한 데이터 활용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마스(MaaS, Mobile as a service)로 불리는 인터넷 플랫폼 기반 차세대 교통체계다. 마스는 일종의 주문형 교통 시스템이다. 모든 교통 수단을 개인의 이동 수요에 맞춰 최적화하는 원스톱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훨씬 진화한 모습으로 버스와 지하철뿐만 아니라 택시와 철도, 렌트카, 공유자전거 등 모든 교통 수단을 연계할 수 있고 결제와 통신까지 결합된 플랫폼이다. 대기시간을 크게 줄이고 비용도 적게 들며 효율적이고 대기오염도 줄일 수 있다. 유럽의 사례를 들어 보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마스를 상용화한 whim이라는 서비스 선보인 이래 세계 각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이 서비스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길안내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을 안내하는 서비스들이 존재하고 있다. 헬싱키의 whim 서비스에서는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통합한 것은 물론이고 출퇴근, 주말활동, 여행 등 이동 목적에 따른 최적화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서울역에서 강남역을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교통 수단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강남역을 가는 길에 맛있는 점심을 먹거나 전시회를 구경하면서 비를 맞지 않고 갈 수 있는 옵션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액제 등 지불방식을 다양화하여 경제적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헬싱키 이외에 파리와 빈, 하노버,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유럽 도시들과 로스 엔젤레스, 덴버, 라스베가스 등 미국 도시, 그리고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등이 이런 서비스의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셋째는 시민들의 행동양식 변화이다. 스마트시티의 특징은 위에서 아래로 일반적으로 추진되는 과거의 톱 다운(Top Down)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의견 개진과 직접 참여를 통해 바텀 업(Bottom Up) 방식의 진화를 의미한다. 공무원 몇몇 사람이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직접 참여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이런 활동들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추진 중인 토크 런던(Talk London)은 기존의 열린 정부 개념에서 더 나아가 시민의 의견을 공유하고 이슈를 논의하는 고도화된 플랫폼이다. 토크 런던에는 현재 4만 명 정도의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설문조사, 토론, 댓글 등의 방법을 통해 정책을 제안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실제로 저공해자동차지역(Low Emission Bus Zone), 초저공해자동차지역(Ultra-Low Emission Zone) 등 저탄소 도시 개발을 위한 논의에 1만5천 명의 시민이 참여해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즉각적인 정책으로 반영됐다. 그 결과 친환경버스만 운행할 수 있는 ‘저공해자동차지역’을 2017년부터 즉시 시행했고 , 2019년부터는 규정된 배출기준 이하의 차량만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인 ‘초저공해자동차지역’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시티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확한 정의를 내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정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미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라는 개념속에서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재생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 스마트시티라는 단어는 또 하나의 피로감을 주는 용어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도시를 정비하고 개발함에 있어서 기존에 하던 대로 ‘어쩌다 스마트시티’로 갈 건지, 미리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각 도시의 니즈를 채우기 위한 스마트한 시티로의 의도적 탈바꿈으로 갈 건지! 그 선택에 따라 다양한 규모의 도시를 모두 보유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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