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신산업과 공공부문 기능조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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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에너지의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여야 한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공감을 얻고 있다. 성장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유지해온 과거의 에너지 산업은 저성장시대에 맞는 산업으로 변신이 불가피하다. 화석에너지 위주의 산업에서 새로운 에너지 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의무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에너지 신산업을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신산업의 새로운 솔루션들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들로 가득 차 있다. 늘 그러하듯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서 자리 잡아 성공한다는 것은 언제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과감하게 투자도 해야 하고, 단위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단계까지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해야 비로소 경쟁력을 얻게 된다.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이고 이를 추진하는 힘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IT를 위시한 첨단산업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른바 시장의 선택이며 미래를 견인하는 힘이다.
그런데 에너지신산업은 이게 잘 안 된다. 다른 산업 보다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더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에너지나 신기술이 처음 시장에 들어오면 기존의 질서와 관행, 제도와의 모순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면 에너지 가격이 왜곡되어 있거나 시장을 지배하는 기득권이 강해서 신산업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죽음의 계곡을 대면해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턱없이 싸기 때문에 새로운 솔루션이 들어갈 틈이 없다. 아무리 전도유망한 기술이라도 기존의 방식보다 현저하게 비싸다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그 격차를 지원해주는 방식은 일정기간 도움이 되겠지만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은 되지 못한다. 시장의 질서는 가격이 싼 제품이 이기는 것이고, 그래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잘못되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 지금의 에너지 가격은 심각하게 부당한 구조이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억눌러 왔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막대한 부채규모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존 에너지 가격은 공기업의 부채를 기초로 싸게 쓰도록 방치해놓고 신기술은 이를 극복하라고 떠미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또한 시장이 기존 사업자나 독점공기업에 의해 전적으로 장악되어 있다면 신기술이 들어오는 것은 더욱 어렵기 마련이다. 기존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가 경쟁력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 사업자는 보호하고 새로운 기업은 진입하지 못하게 통제해서 그러하다면 이 또한 공정한 일이 아니다. 규제를 혁파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신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기업을 개혁하고 시장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신기술이 들어오도록 하는 가장 지름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규제를 혁파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내 놓았다. 몇몇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거나 통합, 혹은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실한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력시장의 판매경쟁을 도입하겠다는 것과 천연가스 도입과 도매시장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시장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이다. 개혁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매우 신중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음이 확연하다.
기득권의 반대가 극심하다. 정치적 압박을 극복하고 추진하는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개혁의 방향이 옳더라도 정책의 추진에 의지가 있어야 하고,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에너지 신산업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진입과 가격의 규제를 푸는 일에 더 힘이 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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