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뒤죽박죽 양적완화논리와 한국은행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5월15일 20시47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18일 13시13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 51

본문

 

(1) 급하다고? 문제의 핵심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무엇이 그다지도 급하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한국은행은 돈을 붓기만 하라는 것인가? 조선3사의 천문학적인 부실규모가 당장 큰 문제라고? 2015년 말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3사의 부채규모는 65.9조원이다. 가계부채(=가계신용) 1200조원에 비하면 5.5%에 불과하다. 그것도 2년 전인 2013년 말 부채규모는 59.3조원이었으니 2년 동안 11.1% 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그렇게도 낮은 초저금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연간으로 따지면 5.6% 증가한 셈이니 같은 2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속도 18.4% 보다도 훨씬 낮다. 결론적으로 조선3사의 부채가 문제라면 가계부채는 훨씬 더 큰 문제이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야 한다면 가계부채의 해결을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돈을 풀어야 한다.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서둘러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못한다. 

 

문제의 첫 번째 핵심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105년 무려 5조505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6년 1분기에도 2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부채비율은 7308.5%(동아일보5월5일)달하여 221%, 306%에 불과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그런대로 흑자를 내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자구계획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6조 5천억원 달하는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헤어나지 못했으며 분식회계라는 도덕적해이 행위를 저지른 의혹까지 초래했다. 이것은 대우 자체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현재의 구조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이 두 번째 문제의 핵심이다. 

 

(2) 먼저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라. : 헤쳐 모여야 한다.

기업구조조조정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주채권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단계이고, 2단계는 채권단과 해당기업 간의 자율협약(채권단과의 공동관리)이고, 3단계는 기업개선작업, 즉 워크-아웃(work-out) 단계이며, 4단계는 법정관리, 즉 기업회생관리단계이고, 마지막으로 5단계는 기업청산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상태로써 2단계인 자율협약보다는 강도가 다소 낮은 수준이다.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3가지 카드를 병렬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법정관리도 불사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구조조정방식이 아니다. 국책은행으로서는 "일단 회사를 살리는 게 목표”라며 “대우조선해양을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부분을 안고 가는 이런 방식은 올바른 구조조정이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과 같은 중후장대 사업은 중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만큼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대우조선의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살리되 경쟁력이 없는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 올바른 구조조정이다. 한 때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물량 133척 중 51척을 독식할 정도의 기술력이 있다면 그 부분은 살리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도려낼 필요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헤쳐 모여져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부분을 워크아웃하든지 법정관리하든지 하는 문제나 경쟁력이 있는 부분을 자율협약으로 독립시키든지 다른 회사와 M&A를 하든지하는 방식의 문제는 마이너(minor) 한 문제일 것이다. 

 

(3) 그 다음은 국책은행의 자본확충과 구조조정이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원은 일차적으로는 재정에서 충당하고 이차적으로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나 기채로 해결하면 된다. 산업은행의 자본확충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의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되고 나서 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자본 확충의 시기와 규모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산업은행 당국자의 말은 옳다. 해운조선 산업의 업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산업은행의 자본확충규모도 달라질 것은 확실하다. 이것저것도 정해지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자본부터 확충하자는 것은 본말의 전도이다. 2015년 말 기준 산업은행의 BIS 비율은 14.28%로써 시중은행 평균치 14.85%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조선·해운·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큰 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건전성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 산은은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7조 3천여억 원의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따라서 부실기업매각 등 자체 구조조정계획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것 또한 자본확충 못지않게 시급하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이 이 지경으로 오기까지 간여한 모든 경영책임자는 물론 관리책임이 있는 국책은행 관계자와 채권은행 책임자, 그리고 중요한 정책결정에 간여한 정부 책임자에게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하나가 헤쳐 모인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뒤집어서 대우조선 하나 살린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런 대기업의 부실에 대해 구조조정을 한다는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국민의 돈 공적자금을 갖다 부으면서도 온갖 비효율과 비능률과 비도덕을 빚어내는 국책은행을 바로잡지 못하면 조선산업의 몰락 자체보다 더 위험한 해악이 되는 것이다.    

 

 

(4) 한국은행은 최후의 보루(last resort)여야 한다.

정부는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한은이 출자하게끔 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한국은행은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볼 때 출자보다는 대출이 적절하다면서 정부입장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AIG와 GE 등에 유동성을 지원할 때도 출자 대신 대출을 택해 상환 절차를 분명히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은행자본확충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출 방식은 담보 설정 등이 가능하고 또 언젠가는 채권이 회수될 것이므로 통화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은행의 이 생각 또한 성급하고 섣부르다. 먼저 (1)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되고 (2) 그에 바탕한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및 자본확충방안이 수립된 다음에야 (3) 출자든 대출이든 결정되어야 제대로 된 순서다.  

한국은행이 먼저 나서면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명백하다. 첫째, 이미 한국은행의 재무구조도 염려스러울 만치 위태롭다. 현금통화 90조원에 통화안정증권잔액은 186조원에 달하고 지준예치금은 113조원이나 되어 합하면 389조원에 달한다. 둘째,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3년 동안 훨씬 많은 본원통화발행(양적완화)이 진행되었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늘어난 본원통화 31.9조 보다도 박근혜 정부 3년(2013년-2015년) 동안에만 43.1조원이나 늘어났다. 

 

a0484158101179b8c399675b0976e784_1463312
 

셋째, 국회와 달리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아니므로 법에서 정한 명확한 기준과 범위 없이 한국은행 임의로 발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법 제65조 ①항은 통화와 은행업의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중대한 긴급사태 발생 시에 금융기관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여신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나 2008년 금융위기에서와 국가적 금융안정의 관점에서 명백하고도 시급한 경우(evident and imminent)가 아니면 발권력을 함부로 동원해서는 안 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에 대한 출자 형태로 정부의 구조조정을 지원한 것에 비판이 나온 적이 있듯이 비록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발권력 동원은 역사적인 특혜시비와 비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1
  • 기사입력 2016년05월15일 20시47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18일 13시13분

댓글목록

핀랜드님의 댓글

핀랜드

imf 당시 당초 공적자금이  60조 정도 예상했으나 모두 170조정도 투입되었다고 한다.  아직 회수되지 못한 금액도 60조 정도 되고.          이번 양적완화도 만약 시행된다면 50조정도에서 시작해서 150조정도에 끝날 확률이 높다.  좀비기업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리는 없으니.        2008년 금융위기로 원화절화시켜 내수희생되어가면서 수출증대했지만 대기업들 돈벌어 현금성 유보금만 497조를 쟁여놓고 풀지 않고 반대로 돈잃은 대기업들은 대마불사 자격으로 정부에서 공적자금투입해줄것을 기다리나보다.  한명을 죽이면 살인자요 다수를 죽이면 영웅이 된다더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  제 때 돈 못갚으면 3개월 안에 바로 고양이 앞의 쥐신세가 되는데.  어찌 된것이 로비의 귀재 분식의 귀재  대우그룹출신들의 대우조선해양이 분식인지 화장인지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쥐잡을 생각도 안했다는 건지..  낙수효과 사라진지 오래인데 대기업이라고 밑빠진 독에 계속 물붓기하려는 의도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양적완화 공적자금투입의 결말은 양극화의 극대화이며 빈부차의 극대화이다.  돈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아래에다 돈을 풀어야 하는 것 아닐까?  밑빠진 독은 치우고 다른 독을 준비하던가 아니면 아예 깨버리던가 물을 계속 붓지 못하도록.          이제 어설픈 땜질은 그만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