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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내유보금의 실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5월10일 21시12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10일 21시12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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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의 사내유보금 12조를 활용하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재벌사내유보금환수운동본부’에서는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해 노동자·서민의 생존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 정부의 제2기 경제팀이 경기활성화를 위하여 사내유보금에 법인세를 과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2014년 7월에도 사내유보금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매우 높았었다. 하지만 최근에 각종 단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를 보면서 아직도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사내유보금의 실체에 대하여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의 개념을 잘못 이해함으로써 벌어지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사내유보금의 실체에 대하여 접근해 보고자 한다.

 

 회계학 측면에서 자본은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자본으로 분류 할 수 있다. 자본잉여금은 기업이익과는 무관한 성격으로서 주주가 불입한 부분 중 주식발행가액이 액면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인 주식발행초과금, 주식의 감자시 발생하는 감자차익, 자기주식을 취득원가 보다 높은 가액에서 처분하여 발생하는 자기주식처분이익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이익에서 법인세를 부담하고 난후의 순이익 중 사외유출된 배당을 차감한 부분을 매기 누적해서 적립해 둔 것을 말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는 학술적인 용어는 아니다. 본래 사내유보라는 사전(辭典)적 의미에는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모두 포함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유보율 계산식이 [(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자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더라도 사내유보금의 범위에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모두 포함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사용되고 있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는 이익잉여금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내유보금 논란은 대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과 임금인상, 투자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그 개념자체가 애매모호한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보다는 이익잉여금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려고 한다. 

 

 이익잉여금과 관련된 오해 중 하나는 기업이 투자를 안해서 이익잉여금이 많이 쌓여 있다는 주장이다. 재무제표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재무상태표(예전의 대차대조표)의 구성을 보면 오른쪽(대변)에는 부채와 자본이 위치하고 왼쪽(차변)에는 자산이 위치한다. 재무상태표를 자금의 조달과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해보면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부채와 자본은 자금의 원천이며, 왼쪽에 있는 자산은 자금의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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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재무상태표는 채권자로부터 3,000을 빌리고 주주로부터 1,500을 출자받아 발생한 이익 3,500으로 현금 1,500, 재고자산 1,500, 매출채권 700, 기계장치 4,300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만약 기계장치에 1,000을 투자한다면 재무상태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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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 중 현금은 1,500에서 500으로 잔액이 감소하고 기계장치는 4,300에서 5,300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투자를 하더라도 이익잉여금의 잔액은 3,500으로 동일하므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이익잉여금의 잔액은 변하지 않는다. 이익잉여금 잔액을 줄이는 것은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거나 배당이 이루어졌을 때 감소하는 것으로 이익잉여금이 감소하지 않는 것이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는 옳지 않다. 왜냐하면 결국 투자는 현금으로 하는 것이고 현금의 감소와 이익잉여금의 감소는 배당을 제외하고는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익잉여금에 대한 또 하나의 가장 큰 오해는 이익잉여금전체가 현금이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이익잉여금을 단순하게 정의하면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매기 누적한 것인데 기업의 당기순이익 전체가 현금이 아닌 것처럼 당기순이익을 누적한 이익잉여금도 전체가 현금은 아니다. 이익잉여금 금액 중 현금으로 배당하지 않고 법정적립금이나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한다는 의미는 각각에 상응하는 금액이 현금으로 보유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배당이 제한된다는 의미이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A기업에 100억원과 그 이자를 5년후에 받기로 하고(원금과 이자금액을 합해서 110억원이라고 가정) 자금을 빌려주는 채권자는 A기업이 5년 후에 상환할 수 있는 자금을 미리 확보하라는 차원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시점에 매년 발생하는 당기순이익 중 20억원과 그 1년치 이자에 해당하는 2억원을 임의적립금인 “감채적립금”으로 적립하기를 요구하고 대여계약서에 조건으로 부기하였다. 이 대여약정에 따라 A기업은 매년 당기순이익 중 22억원을 감채적립금으로 적립하여 5년 후 상환시점에 감채적립금이 110억원이 적립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이렇게 감채적립금이 110억원이 적립되어 있다면 A기업은 110억원의 상환자금이 마련된 것인가? 결론은 감채적립금 110억원을 쌓아둔 것과 110억원의 현금이 마련되어 있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감채적립금을 110억원 적립한 것의 의미는 이익잉여금 중에서 110억원 만큼 배당을 못하게 제한하였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렇다면 110억원의 현금이 상환시점에 확실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감채적립금을 매기 22억원 적립하는 동시에 금융기관에 매년 현금 22억원을 예금구좌에 예치하였어야 한다. 채권자가 A기업으로부터 확실히 상환받기 위해서는 매기 22억원의 감채적립금 적립과 동시에 22억원의 감채기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할 것을 동시에 요구했었어야 한다. 이 예에서 명백하게 보여지는 것처럼 이익잉여금의 적립 그 자체가 현금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공시하고 있는 2015년 12월31일 별도기준 재무상태표상 이익잉여금은 11조 3869억인데 이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 3322억원이고, 단기금융상품은 1497억원이다. 그러므로 이익잉여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1.6%이고 단기금융상품까지 고려하더라도 13%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익잉여금과 관련하여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까지를 고려하더라도 2015년 말기준 가용자금은 이익잉여금 총액인 11조 3869억원이 아니고 1조 4819억원 이다.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논란은 크게 보면 사내유보금의 회계적 개념인 이익잉여금이 현금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내유보금논란과 관련하여 회계원리 강의시간에 종종 드는 예가 생각났다. 어느 기업의 회계부장이 당기순이익이 10억이 발생했다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더니 그 대표이사가 10억이 들어있는 은행통장을 보여달라고 하여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는 이야기다. 사내유보금이 15조원이 있으면 통장에 현금잔액이 15조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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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5월10일 21시12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10일 21시12분
  • 검색어 태그 #사내유보금 #이익잉여금 #배당 제한 #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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