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는 과연 경제를 구할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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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정책(NIRP)은 정통 이론과 거꾸로 가는 것
각국은‘마지막 한 수(手)’로 NIRP를 도입하는 것
NIRP, 양(기대효과)과 음(부작용)을 함께 가진 극약 처방
이미 도입한 유로권 및 일본의 효과는 여전히 불확실
은행들의 치명적 수익 감축, 금융 중개 기능 붕괴 위험도
이코노미스트들은 비관적 전망이 대세·구조조정이 정도
이제 우리 귀에 차츰 익숙해져 가는‘마이너스 금리 제도(NIRP; Negative Interest Rate Policy)’는 유로권 중앙은행인 ECB,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등이 이미 2년 여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일본도 지난 1월 말 도입을 결정했다. 시장에 나도는 얘기는 다음 차례는 캐나다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금리 인상 쪽으로 어느 정도 방향을 굳혀 가고 있는 듯하나, 한 때 Yellen 의장을 비롯한 일부 FRB 관계자들도 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가져가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며 이 제도의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암시를 흘리기도 했었다.
■ 마이너스 금리란 정통 경제 이론과는 거꾸로 가는 것
일반적으로 경제 이론은 자금(돈)을 포함한 재화 및 서비스의 교환에 바탕을 둔 것이고 이는 경제 주체들 간에 이득(만족)을 주고받는 것이다. 과거 수 세기 동안 경제학자들은 명목이자율의 이론적 하방 최저 수준이‘0’인 것으로 간주해 왔다. 즉, 금리는 제로 이하로는 내려갈 수가 없다고 하는 이른바“Zero lower bound”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누가 자기가 근근이 모은 아까운 돈을 수수료를 붙여 주면서까지 남에게 빌려 줄 생각을 할 것인가? 그러나 이러한 아주 오래된 상식적인 가정은 최근 몇 몇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연이어 도입하면서 사실적으로 무너졌다.
한 마디로, 마이너스 금리란 자금을 빌려주는 측(대금자)이 자금을 빌려가는 측(차입자)에 이자(비용)를 붙여서 빌려준다는 것이다. 즉, 자금을 융통하는 금융 거래에서 형성되는 가격 수준이‘0’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이 은행에 예금할 때 수수료를 내야 되고, 채권시장에서도 만기일에 지금 매입하는 가액보다 적은 금액을 상환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매입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일찍이 금융경제 이론서에서 배우지도 일상생활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한마디로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여겨진다.
■ 디플레와 싸우는 중앙은행들의‘마지막 한 수’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돈을 빌려가는 사람에게 이자까지 붙여서 대출을 해준다면 이것은 정말로 얼마나 이상하고 웃기는 일인가? 이런 이유로 경제학자들은 마이너스 금리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들은 주로 개인 소비나 기업 투자를 부추겨서 경제 성장을 촉진하거나, 자국통화 가치를 절하시키거나, 인플레를 유도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다. 즉, 침체된 자국 경제를 되살릴 다른 수단을 쓸 도리가 없어진 경우, 궁여지책으로 이 제도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우선 초과준비금을 예치하는 상업은행들이 적용을 받게 되나, 이러한 거래가 확산되면 거액 예금을 중심으로 일반 예금 거래에 있어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게 될 것이다.
유로권 및 일본 경제가 오랜 동안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어 좀처럼 벗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보아 온 바이다. 이 경우, 일반 경제 주체들은 돈(자금)을 소비하거나 투자하기보다 그대로 안고 있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다면, 정말 다급한 경우가 아니면 누군들 지금 시점에 굳이 소비하려고 할 턱이 없는 것이다. 가고 싶은 레스토랑도 다음 주 쯤 가격이 훨씬 싸질 것으로 기대하면 며칠 쯤 참을 수도 있고, 사고 싶어 하는 자동차가 다음 달 쯤 가격이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 당분간 새 차 구입을 미룰 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결과적으로 총수요는 감퇴하고 물가는 더욱 떨어지게 되고, 실질 생산이 감소하여 결국 실업이 증가한다. 장기화되면 디플레 악순환이라는 그야말로 절망적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우려도 낳게 된다.
이런 점에서, NIRP는 지극히 절망적인(desperate)제도이고, 지금 일부 중앙은행들에게는 정통 금융정책 수단들이 효과가 없고 새로운 한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마이너스 금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경화를 보유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금고를 구입하는 비용이나 도난 위험이라는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런 대체 비용의 예상과 비례해서 마이너스 폭은 결정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제도는, 인플레이션이 지극히 낮고 성장이 아주 침체된 상황 하에서 더욱 효력을 발휘할 것이고 그만큼 그러한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CB Draghi 총재는 이전에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한도가 없다고 언급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등 수단을 통해 금리 수준이 거의 제로 수준까지 내려와도 더 이상 금융 완화가 필요하다고 할 경우에 이런 비상한 처방에 의존하게 된다. 즉, 지금 각 중앙은행들은 아무도 이론적으로 체계를 세우지 않았고 어디에서도 시장 데이터로 실증된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로 두려운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더욱 확산되고 정착된다면 Bloomberg의 표현대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전혀 새로운 전인미답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 양(기대 효과)과 음(부작용)을 함께 가진 극약 처방
말하자면, 중앙은행들이 NIRP라는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것은 은행들에 대해 중앙은행 당좌예금 계좌에 예치하는 지불 준비금의 초과 부분에 대해 일종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는 은행들로 하여금 여유 현금 자산을 중앙은행에 예치해 두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초과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면, 은행들은 추가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출이나 투자를 늘리려 할 것이다. 캐나다의 한 전문기관 추산으로는 중앙은행이 (-)0.5%로 인하하면 은행들 대출 금리가 1.0~1.5% 인하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추가 인하(마이너스 폭의 확대)는 영향이 점점 작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서 기대하는 효과는 통상적인 금리 인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은행들로 하여금 기업들에게 좀 더 자유롭게 대출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업들은 이자를 얻기 위해 예금을 하지 말고 차입이나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예금을 하면 비용이 발생하고, 자금 차입 비용이 거의 없이 소비할 자금을 훨씬 쉽게 융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NIRP 정책의 기대 효과는 첫째, 기업 투자 및 개인 소비지출이 증대될 것이다. 둘째, 주식 등 리스크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셋째, 자국통화 가치가 하락하여 수출업자들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넷째, 장래에 대한 인플레션 기대가 높아져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현재 시점에서의 소비를 늘리는 유인(誘因)을 제공할 것이다.
이 경우에, 문제는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집에 상당한 현찰을 숨기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범죄 증가 등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즉, 이론적으로는 금리가 마이너스라고 하는 것은 개인 및 기업들의 예금 유인은 저감시키는 동시에 자금 차입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금융 시스템은 정(正)의 금리(above-zero)를 상정하여 형성되어 온 것이다. 여기에서 마이너스 금리 제도로의 전환은 자칫 경제를 조망하는 이러한 화폐와 신용 구도 자체에 타격을 주어서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자금 잉여자인 예금자와 자금 수요자인 생산적 투자자 간의 중개 기능을 제거하여 오히려 경제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눈(Herve Hannoun) BIS 부총재는“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가상 화폐(virtual currencies)의 사용을 확산시키고 현 금융 시스템의 기초를 서서히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NIRP 도입에 따른 3 가지의 태생적 위험
실제로 NIRP에는 득(得)보다 실(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우선, 예금자들이 은행에 예금하기를 꺼려하는 상황이 생기면 은행들이 대출할 주요한 가용자금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들이 대출 시에 지급할 이자 부담을 예금 고객에 떠넘기지 못하고 자체 흡수하게 되면 예금/대출 마진 수익은 격감할 것이고 따라서 은행들은 대출을 지극히 주저하게 될 것이다. BIS는 2016년 3월 보고서에서 NIRP가 장기화하면 심대한 불확실성(great uncertainty)을 낳게 될 것이며, 결국,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통화 평가절하 경쟁을 벌이는 통화전쟁으로 이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보면, 종전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행해 오던 양적완화(QE) 및 새로 도입하는 NIRP는 모두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들은 보다 큰 리스크를 부담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자산 버블을 불러올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예상이나, 시중에 공짜인 자금이 넘쳐나면 과잉 차입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대부분의 도덕적 해이도 이러한 비정통적 금융정책 수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NIRP 도입에 따른 실제적인 경제적 위험성은 다음 3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Investopedia).
➀ 자사 주식 매입(Stock Buybacks); 기업이 주주들에 이익을 분배하는 방법은 여러 방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사 주식 매입이다. 이는 해당 기업이 여유 자금을 시장에서 자기주식 매입에 이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는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해당 기업 주식은 감소될 것이고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만일,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어 아주 싼 비용으로(경우에 따라서는 금융비용 면에서도 이익을 보며) 사채를 발행하여 막대한 자금을 차입하고 그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기업들은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기본 취지에 맞게 투자를 늘리는 대신에 주가를 끌어 올려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➁ 자산 버블(Asset Bubble);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의 원천은 바로 신용 자격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주택 모기지 대출을 확대한 결과,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추가 부담이 불가능해져서 소위 자금의 역회전이 시작되어 일어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개인 주체들이 자신의 신용 범위를 훨씬 뛰어 넘는 자산을 구입하는 행위가 횡행하게 되면, 경제 사회 전반에는 자산 버블이 형성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➂ 도덕적 해이 및 리스크 부담(Moral Hazard & Risk Taking); QE 및 NIRP가 촉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는 과감한 리스크 부담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금융 확대 정책을 취하게 되면 자연히 자산 가격은 오르게 되고,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 앞서서 이미 올라 있는 자산을 구입하게 된다. 그러면 자산 가격은 더 한층 상승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리스크 부담을 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것이다. 특히, 다른 시장 참가자들이 똑같은 결론에 이를 경우에는 더욱 그렇게 된다. 같은 이유로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도 조장될 수 있다. 소위 대마불사 형의 도덕적 해이가 생겨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게 되는 것이다.
■ NIRP 도입으로‘게임의 룰(Rules of the Game)’변화
실제로, 일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해가는 고객들은 은행이 금리를 지불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렇게 거꾸로 된 세상에서는 은행들이 예금을 맡기는 고객들에게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공부할 시절의 교과서에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금리의 최저 수준이 제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실제로 그러한 세상에서 살게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반인들은 은행 예금을 넣어두어 이자를 손해를 보기보다는 공공요금을 선납할 것인가? 세금 납부는 어떨까?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은 국민들이 납부 의무 금액을 미리 납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새로 만들 것인가? 일반 기업 거래에서도 통상적으로 예를 들어 60일 신용을 붙여서 약정해 왔으나, 이런 유예 기간 관행을 깨는 선납 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거래 관계가 바뀔 것인가? 은행을 대신해서 100달러 지폐 다발을 보관해 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날 것인가?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지 않는 귀중품 구입이 늘어날까? 등 등, 마이너스 금리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상정하면 엄청난 혼란과 역전이 생겨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통 경제 이론에서는 거대 적자(과다 부채) 상태에서 저금리(물론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하여)가 겹치면 엄청난 붐을 일으킨다는 것이 정칙이다. 근로자들의 임금은 올라가고 물가는 급등하고 결국은 금리도 상승하게 된다는 추론이다. 한편, 희귀한 경우지만 명목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여 은행 금고는 텅 비게 되고 금융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최근 상황들은 이러한 기본 가설들에 대해 상당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젠가는 정상으로 회귀할 일시적 일탈인지 아니면 낯 설은 New Normal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 유로권은‘불확실’일본은‘혼돈’
유로권에서는 지난 2014년 중앙은행 ECB가 정책금리를‘0’이하로 인하한 것을 시초로 지금까지 마이너스 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지난 1월 말 도입을 결정하여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유로권이나 일본에서 모두 아직은 마이너스 폭도 작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거나 마이너스 폭이 상당히 커지면 일상 경제 거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NIRP를 이제 겨우 시작한 단계이고 끝이 어디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유로권의 예금 금리가 제로 이하로 내려가자 유로화의 가치는 하락하여 수출업자들에게는 이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유로권 경제가 빈약한 성장을 보이는 데 그치고 있고, 인플레이션율도 제로 근방에 머물고 있다.
한편, 아직도 근본적인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만일,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욱 인하(마이너스 폭을 확대)한다면 경제 성장은 되돌아 올 것인가? 현찰 보유 수요의 증가, 주택 등 자산 버블,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의 진행 등, 이상한 마이너스 금리의 본색은 단지 장기적인 결과의 전조인가? 하는 의문들이다.
우선, 유럽의 금융 시장에서는, 프랑스 및 독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EURIBOR(유로권 은행 간 금리)가 몇 해 전에만 해도 2% 대이었던 것이 제로 이하로 내려가서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시기도 각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서 수 년 간에 걸쳐서 재정 적자를 보이면서 금리인하를 해 오던 끝에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로권의 정책 효과는 부분적인 것에 그친다. 은행 대출은 약간 증가했고, 경제 성장은 완만하고 점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아직 돌아오고 있지 않다.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도 아직 2% 이하로 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뒤 2개월 정도가 지나고 있으나, 주식시장은 급격한 변동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등, 시장의 평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의 연속이다. BoJ는 지난 3월 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정책금리의 현상 유지를 결정했으나, 향후 진행은 불투명한 그대로다. 최근 발표된 BoJ의 경기판단인‘단칸(短觀)’은 1월 대비 2.0P 하락한 44.6이었다. 주택대출 관련 금리가 하락하여 주택 구매 의욕이 다소 자극되고 있는 때문인지 하락 폭은 다소 축소되는 정도다. 다른 업종 분야의 하락 폭은 상당히 크다. 즉, 아직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경기에 대한 체감 정도에 일반적으로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당초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할 당시부터, BoJ 내외의 반대가 격심했던 경위가 있다. 마이너스 금리 채택 이후 처음 열린 지난 3월 정책회의에서는 그 간의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책의 부작용이 긍정적인 효과를 상회한다는 우려의 견해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의 수익의 압축이 문제되고 있고“금융 중개 기능 저하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의 불안을 높여서 디플레 마인드가 강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Balance Sheet 압축으로 인해 신용 위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편, 호의적인 견해로는 대출의 기준이 되는 주택 대출 금리는 확실히 하락하고 있고, 경기 면에서의 정책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약한 지표들을 보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은 적절한 것이라는 등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BoJ 정책위원은 일본 경제는 지금 상황에서는 호(好)순환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쿠로다 BoJ 총재는 경제 정세가 부진 기미를 보이면 주저함이 없이 정책을 출동한다, 수단은 양·질· 금리 3 가지를, 환경을 보아가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당장의 효과로는 금리 하락과 공시효과(announcement effect)로 인해 환율 및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어 효과가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반면,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거시경제 통계 및 물가상승률 그리고 길거리 경기 체감 정도에 비춰 보면 그 효과는 한정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구로다 총재는 3월 정책회의를 마친 뒤에“확실히 경제에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고 시간이 지나면 실물경제에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으나, 현실은 엄정한 상황의 연속이고 경기 부양을 BoJ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NIRP의 치명적 부작용; 은행 수익에 결정적 타격
미국 및 유로권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 정책 수단이 고갈된 상태이다. 근간이 되는 정책 수단으로는 오직 양적완화(QE)로 일관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성장 및 인플레이션이 저수준에 머물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 보다 과격한 수단으로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 아이디어를 실험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정책 목표와는 반대로 디플레이션 정체가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The Banker지(誌)는“세계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이 아이디어 고갈 및 자금 고갈 상황에서 양적완화(QE)정책에 실패한 이후 지금은 저(低)인플레이션 트랩에 걸려있다. 더욱이 누구도 이런 곤경을 탈출하려는 어려운 결정을 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QE 실패와 마이너스 금리가 결합되어 현금은 더욱 떠나버려 점차 더 많은 현금을 쏟아 부어야 할 상황으로 내닫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부채로 동원한 현금을 무차별 살포(Helicopter Money)하여 궁극적으로는 전반적인 신뢰 하락 및 더욱 많은 현금의 퇴장(退藏; hoarding)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만일 은행들이 자신들의 여유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할 경우에 보관료 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는 바로 은행들 수익을 먹어치우는 것이 된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기업 고객 위주의 대형 거래선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은행들보다는 고객들에게 전가하기가 쉽지 않은 일반 소매 고객들을 주로 영업 대상으로 하는 소매 은행들에게 타격이 심할 것이다. 수익이 급격히 줄어드는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 등 다른 영역에서 수익을 올리려고 할 것이나 대체로 마이너스 금리에 의한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HSBC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는“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객들에게 전가(Pass-through)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이는 바로 은행들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예금을 받으려는 의욕이 떨어질 것은 물론이고 금융 중개자로써의 기본 역할의 작동이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은행들이 예금 수취를 외면하게 된다면 돈은 침대 밑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아무도 가보지 않은 두려운 길을 가다
지금까지 중앙은행들이 해야 할 것은 거의 다 해온 상황에서, 향후 각국 경제가 걸어가야 할 길은 정부 및 기업들의 경영개혁 및 구조조정일 뿐이다. 금리 수준을 적절한 정(正)의 수준으로 설정하고 위험성이 큰 다른 것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중앙은행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오고 있기는 하나 정치인들이나 정부 당국 관료들은 그들 스스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이라는 안이한 길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에 공짜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정책 책임자들은 낮잠을 자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PIMCO 국제금융 전문 이코노미스트 스캇 매터(Scott Mather)는“세계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은 저(低)인플레이션 덫에 걸려 있다. 양적완화(QE)라는 적극적 통화 확대 정책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들은 이러한 곤경을 벗어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을 하려는 의지도 없이 마이너스 금리 제도 등을 도입하여 경제를 더욱 망치고 있다고 비난한다(groupthink monetary policy leads to a zombification of the economy).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라는 21세기형 글로벌 위기 직후부터, 각국이 응급 처치로 취해 온 과감 무쌍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부작용이 이제 와서 서서히 현재화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쌓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구조조정 등,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어려운 길을 회피해 온 안이한 정책 노선의 종착점이 바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아닌가 하고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경제 전문가 및 시장 관계자들이 이제는 각국 경제의 발본적인 구조조정만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처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리스의 재정 위기도, 이탈리아 은행들의 골칫덩이들도, 중국 경제 앞날의 불확실한 전망도, 그리고 일본의 장기 불황도 모두 공통된 것은 오랜 동안 경제 시스템 속에 천착되어 온 온갖 과잉(over)의 제거 및 경제 운용의 비효율성을 척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몸속에 중증 질환이 퍼진 환자의 겉 피부에 외상약을 아무리 바른다고 해도 별로 소용이 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제, 많은 출혈과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과감한 수술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언어적 수사가 아닌 실천적 행동으로 옮겨가야 할 마지막 시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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