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국민의 차례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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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꽃피는 계절이다 국회 앞 여의도길에는 벛꽃 축제가 한창이다. 봄바람이 꽃내음을 실어 나르는 거리에는 그러나 온통 확성기소리로 가득 찼다. 바야흐로 심판의 시간이 왔음을 알리는 외침이다. 그렇게 막장, 난장의 피 흘리는 공천전쟁이 끝나니 이번엔 또 심판을 외치는 북소리가 요란하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하자!,경제 파탄 낸 현 정권을 심판하자! 기득권 양당정치를 심판하자! 새누리, 더 민주, 국민의당이 모두 심판론을 내세운다. 선거는 인물과 정책을 내보이며 국민의 선택을 청하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정당민주주의의 실체를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다. 그러나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전쟁 같은 선거, 거기에 국민들이 나서 달라한다.
잔인한 4월이다.
국민들은 이번엔 정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들이 심판론을 내세울 자격이 있나? 이제 와서 국민들이 심판자가 돼 달라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아귀처럼 자기들끼리 싸우다 이젠 표를 달라하니 할 말을 잊는다. 이런 강매가 없다.
20대 국회로 들어갈 선량후보들. 정당이 내놓은 상품을 보자. 40%가 파렴치범이 낀 전과자이고 남자후보 17%가 군대에 안 갔다. 일반인 군미필 비율의 두 배다. 이번에야 말로 신상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던 정당들이다. 그러나 후보 대부분을 패권공천, 계파공천, 이삭줍기로 채웠다.
그러면 또 하나의 선택기준 공약은 어떤가? 공천파동 와중에 무슨 공약을 준비했겠는가? 급조된 재탕, 삼탕에 재원도 없는 배부른 공약들, 빈 공약(空約)들이다. 더 민주는 세종시로 국회를 옮기자는 공약을 불쑥 내밀었다가 헌법도 모르느냐는 질타에 황급히 거둬들였고, 새누리는 이에 질세라 우리도 양적완화로 가야한다는 선거사상 초유의 통화정책카드를 제시해 한국은행을 당혹케 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국민’을 외치는 데는 한목소리다. “국민을 위해 일 하겠습니다.”, “서민의 짐을 대신 지겠습니다”. 온통 플래카드가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헌법 1조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유승민 후보가 말하고, 이인복 중앙선관위원장도 이 말을 했다. 같은 말이지만 뉘앙스는 다르다. 한 쪽은 국민이 나서 불의를 심판해 달라는 것이고 한쪽은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말이다.
“오직 국민만을 두려워하며 가겠습니다.”
부산으로 옥새를 갖고 내려갔다 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집권당 대표의 지구당사무실 걸개 글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새삼 국민이 권력의 주체임을 각성시킨다. 그런데 정녕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주인으로 여기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무성대표의 옥새파동, 김종인 대표의 혁신쇼, 안철수 대표의 이삭줍기를 보면 더욱 의아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나도 속고,국민도 속았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친이계가 친박계를 공천학살하자 당시 박근혜의원이 한말이다. 이 말만큼 국민의 존재를 한 개인과 극적으로 등치시킨 말이 있었을까? 인구에 회자된 이 말, 많은 국민은 정말 박근혜의원의 분노에 공감했고, 정당사에 없는 특정인 이름을 단 친박연대를 성공시켜 주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말이 4년 뒤 19대 총선에서 친이에 대한 친박의 공천보복을 예고하는 경고였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리고 20대 총선, 박근혜대통령이 다시 나섰다.
“배신의 정치는 줄 세우기와 패권주의를 낳게 됩니다. 국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합니다.”
대통령의 분노로 집권당내 공천전쟁의 서막이 열리고 결국 비박계와 유승민계의 학살로 귀결됐다. 그리고 이번엔 총선이후의 당권과 대권으로 가는 유혈극 속편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배신과 보복의 악순환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정치란 정말 이런 것인가 하고 허탈해 하고 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다.
로마의 정치인과 장군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로마시민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퍼레이드를 벌일 때 이를 따르는 하인노예들에게 계속 속삭이듯 읊조리게 했다는 말이다.
“승리자여 너도 언젠가 죽는다, 이것을 기억하라”는 의미란다
‘승리에 자만하지 말고 패배한 자를 껴안고 국민 앞에 겸손하라’
로마의 리더들은 이 말을 평생의 기억으로 새겼고, 이것이 로마가 다민족을 포용해 세계를 지해하는 팩스로마나를 이룬 원동력이 됐다 한다. 정치는 유한성을 아는 지혜다.
언제나 항상 승자가 될 수 없음을 역사가 말하지 않는가? 국민과 시민이 늘 그 변화를 만들어 왔다.
“메멘토 모리!” 이제 국민들이 이것을 알려줄 차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살려내고 골라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 동력이 있을까 걱정이다. 선거가 코앞인데 벌써 투표율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정치혐오와 공천실망감에 충성파를 제외한 부동층과 스윙보터들이 투표장에 안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18대 총선 46%, 19대 총선 54%의 투표율이 20대 총선에서 이에 훨씬 못미치는 역대 최악이 나올지도 모른다한다.
그래도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참여가 거의 유일한 심판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정치의 공간을 오히려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3당으로 짜여 진 구도 속에, 일여다야(一與多野), 다여다야(多與多野)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정치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사전 여론조사들을 보면 벌써 꿈틀거리는 변화의 흐름이 나타난다.
여야가 각각 텃밭인 영호남에서 흔들리고 있다. 지역정치 기득권정치의 독점구도가 무너지는 신호들이다. 전 의석의 48% 122석이 걸린 최대승부처 수도권에선 최후의 변수인 야권연대의 공식도 무너졌다. 지지자들은 야권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실망하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선 우리정치의 새로운 상생구도를 만들지도 주목해볼만 하다. 이번 선거는 60대 이상 유권자가 가장 많은 최초의 선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대선거구 수도권의 최다 유권자는 40대다,
헬조선을 외쳐온 2,30대가 과연 얼마나 투표장에 가느냐도 선거지형을 바꿀 요인이다. 이런 가능성들은 모두 투표참여를 통해서만이 실현될 수 있다.
정치가 스스로를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이 바꿀 절호의 기회가 왔다. 심판선거라는 그들의 주문대로 인정사정없는 심판을 내려 줘야한다. 혈연(血緣),학연(學緣) 말고, 진영(陣營)과 이념(理念)의 잣대 말고, 누가 국민을 주인으로 대접할 후보이고 정당인지, 누가 정직하고 진실한지 철저히 따져보자.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뽑자. 선택을 포기하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이 된다. 투표장에는 꼭 가자. 그래서 4월13일에 정치가 가장 두려워하는 유권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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