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의 방향과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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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정권에서는 어떤 정책도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기 힘들다. 더구나 경제·산업구조를 바꾸는 정책은 정권을 넘어서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2019년 대통령 신년사에서 언급한 혁신성장전략도 정권 내에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에 불과할 것이다. 혁신성장전략이 정권을 넘어서 우리 산업구조를 바꾸는 지속가능한 전략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현 정권의 혁신성장전략을 살펴보고 문제점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 보자.
현 정부의 혁신성장 추진체계
작년 8월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 강화를 위해 현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살펴보자. 우선 현 정부는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을 위해 과학기술, 산업혁신, 사람혁신 및 사회제도혁신을 4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책방향의 배경에는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 부진, 규제혁신 지연에 따른 미래 먹거리 지체, 생산인구 감소와 획일적 교육시스템으로 인한 창의인재 부족 등 구조적 문제의 해소가 깔려 있다.
또한 정부는 플랫폼경제의 구현을 통해서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고 경제체질 강화와 생태계 혁신을 촉발하고자 한다. 새로운 플랫폼 조성을 위한 전략투자 분야로는 빅데이터, AI, 수소경제 및 혁신인재 양성을 선정하고 있다. 이 분야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플랫폼·인프라의 성격을 갖추고 있어 경제구조와 산업생태계 혁신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다는 판단이다.
이 4대 전략분야를 구축하기 위해 핵심 프로젝트를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하고, 2019년부터 향 후 5년간 9조~10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창출하고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소위 8대 핵심 선도사업을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자동차, 드론,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 헬스,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팜, 핀테크 등이 바로 핵심 선도사업 분야이다. 추진 거버넌스(governance)는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및 혁신인재 양성은 과기정통부, 수소경제는 산업부가 주무부서로 민관 합동 TF를 구성하여 협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기재부는 혁신성장전략본부를 두고 이 사업을 총괄하는 모양새 이다.
혁신성장 전략의 점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쳐 2008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경제에 가장 우선적인 정책과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바이오제약분야가 새로운 성장동력의 싹을 키우고 있는 것 외에 아직 제대로 창출한 성장동력이 없다. 1983년 유전공학육성법과 1995년 생명공학육성법으로의 확대 개정 이 후 불모지였던 바이오헬스산업이 기반을 갖춘 지가 어언 35년이 되었다. 한 때 바이오생명분야의 전문인력이 초과 공급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분야는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경쟁력 강화와 창업 성공이 이어지고 있다. 35년을 기다려야 새로운 한 산업이 개척될 수 있다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정권의 손 바뀜과 상관없이 전략적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이 아직 완성된 그림이 없기 때문에 분석과 평가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필자는 몇 가지 관점에서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의 성패를 가늠해 보려고 한다. 혁신성장 전략의 방향성, 내용의 유효성, 정책의 지속 가능성, 정책 추진 형태의 관점에서 평가해 보기로 한다.
혁신성장 전략의 방향성
4대 분야 혁신정책 방향인 과학기술, 산업혁신, 사람혁신 및 사회제도혁신의 추진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본다. [<그림 1> 참조]
사람혁신이 애매하지만 창의적 혁신인재 양성과 대학의 자율성 확대 및 구조조정을 장기적 과제로 두고 있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 된다. 사회제도혁신도 신산업에 대한 규제혁신, 노동시장 구조개혁, 기업과 시장의 활력 제고가 내용이다. 과학기술·산업혁신은 미래 먹거리 발굴,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및 혁신창업의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볼 때, 지난 정부의 정책방향과 맥락이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의 또 다른 국정과제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 및 공정경제와 어떻게 조화롭게 추진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이들 국정과제 간의 유기적 연계 보다는 혁신성장 전략의 추진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물론 세부과제의 추진이 얼마나 지속성을 가지는가도 볼 필요가 있다.
추진과제의 유효성
정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세부과제를 선정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을 하는가이다. 우선 8대 선도과제가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창출하고 국민 체감도를 높일 수 있게 추진된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것은 과거처럼 승자선택(pick the winner), 즉 특정 분야 육성을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하겠다는 정책이다.
기술과 산업이 융·복합이 되고 엄청난 속도의 기술발전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데이터경제와 인공지능은 글로벌 기업이 출현하여 이미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인텔, MS 등 글로벌 리딩기업들도 이미 검증된 스타트업의 M&A를 통해 신사업의 확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 SDS와 LG CNS 등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이 요소를 적용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맵이나 플랫폼의 구축은 민간기업이 비즈니스에 필요하면 다 알아서 한다.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와 AI의 핵심기술인 알고리듬 개발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자컴퓨팅 기술개발 등에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관되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장실패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소경제도 운송수단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여러 기술 중 하나의 대안요소이다. 수송산업이나 에너지산업에 수소와 경쟁하는 아이템이 존재하고, 수소의 경제적·기술적 한계가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수소경제를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것은 리스크를 시장 대신에 감수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수소경제는 탈원전과 친환경이라는 현 정권의 국정기조와 맞물린 무리한 정책이라고 본다. 8대 선도 과제에서도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스마트시티를 선정하고 지원하고자 하는데 똑같은 문제점이 있다. 시장에서 기업이 더 잘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시장을 염두에 둔 스마트화가 되어서는 우리경제의 지속가능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스마트화가 추진되어야 하고 정부는 인프라와 인재양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스마트시티는 정부가 주도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가 융·복합이 되어 사회적 수요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추진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깃발을 들고 추진하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간의 연계와 이해 조정에 정부의 역할을 둬야 한다. 미래 자율자동차와 드론의 개발에 정부의 역할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위해 기득권을 지닌 기존 산업과의 조화와 규제장벽을 어떻게 혁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분야들의 사업을 잘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있는 전문가가 새로운 창업을 하려고 해도 기존의 각종 규제장벽에 막혀 제대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규제개혁과 창의적 인재양성은 정책의 지속성이 담보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분야이다. 현 정부도 혁신인재 양성과 사회제도혁신에서 이런 문제들을 풀려고 한다. 그런데 AI, 빅데이터, 바이오 등 핵심분야의 혁신인재 신규 양성도 세부방안이 부족하다. 특히 대학의 자율성 확대와 구조조정은 장기과제로 미루어 놓고 세부 방안이 없다.
규제개혁은 정부역할, 즉 공무원의 조직행태가 변해야 시작할 수 있는 분야이다. 예산사업을 만들어 배분하고 집행하는 쉬운 정책에 의존하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이 급격히 진행되는 경제는 이해관계 당사들이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사회이다. 정부역할이 이들의 이해관계를 잘 중재(arbitrage)해 주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혁신성장 전략의 과제
이상에서 볼 때 혁신성장 전략의 방향성은 타당하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세부정책은 목적과의 정합성과 성과를 내기에는 그 내용이 부족하다. 정부의 혁신성장정책의 핵심은 창의적 인재양성이다. 이들을 키우는 대학의 발전을 위한 개혁이 중장기적 과제로 방치가 되어서는 혁신성장 전략의 성과를 낼 수 없다. 경쟁을 저해하는 교육정책이 기조가 되는 한 창의적 인재양성은 어렵다.
우리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향후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
첫째, 정부는 그동안 소홀히 했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영역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국방, 재난・재해 및 안전, 보건, 환경, 우주개발, 에너지 등의 공공분야가 그 영역이다. 이들 분야는 목표 설정이 비교적 뚜렷하고, 정부구매를 통한 신산업 창출의 가능성이 있다. 공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전략적 투자는 공공부문으로부터의 스핀 오프(spin-off)를 촉진하여 민간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둘째로, 정책의 의사결정자들은 정부 서비스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규제개혁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을 조정하는데 상당한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물망처럼 촘촘한 규제 속에서는 창의적 융합기술과 제품 및 기업이 태어나 성장할 수 없다. 특히 기존 산업에 적용된 각종 시험・분석・평가는 물론 인・허가 기준으로는 신산업을 창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혁신성장 정략을 이끌어가는 공무원과 정책 지식인들은 대안적 규제체계의 발명과 새로운 질서로의 변화를 위한 소통과 조정업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끝으로 혁신성장 정책의 새로운 주안점은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관리 제도를 개선하는 데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은 끊임없이 지식과 과학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축적해나가는 과정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원천 및 기초연구 분야의 연구개발 활동은 무수한 실패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노력은 기초연구 지원의 양적 성과의 증진보다는, 창의 인재들이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율과 책임이 담보되는 혁신 환경의 구축에 있어야 한다. 연구결과의 상업화 촉진을 위해서는 교육에서 기업가정신의 함양과 창조경제혁신센터나 클러스터와 같은 혁신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정부가 과거처럼 혁신성장 정책 전 과정에 관여하고 개입하려는 미세조정 정책을 지속한다면 신성장 동력과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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