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한 현실적 대안, CCUS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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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대기권 함유량이 450ppm에 이르러 지구 평균온도가 1.5 도 내지 2도 상승하면 인류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가운데 이미 2023년 4월 이산화탄소 함유량은 424 ppm에 달하였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닉스 기후변화서비스 (C3S)에 의하면 금년 6월 들어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벌써 1.5도 높아졌으며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설정한 지구온도 상승의 한계치로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이러한 수치가 아니더라도 지구 곳곳에서는 우리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가공할 만한 기후변화에 의한 재앙이 발생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있다.
전세계 정상들도 모이기만 하면 기후위기 대책논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위원회와 한국CCUS추진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와 언론까지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책적 경제적 기술적 제도적 등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으나 달성해야 하는 목표만 설정하고 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지속 실현가능한 세부적인 실천방안의 수립과 실행은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열린 당사국총회 (COP 26)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의 탄소배출을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그 방안으로 국내 석탄 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의 대부분을 폐쇄하고 재생 에너지로 이를 충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었으나 2022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COP27에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나경원 특사도 한국정부가 약속한 40% 탄소감축 목표를 이행하겠다고 재천명하였다.
한국은 포항제철의 연간 8500만t을 비롯, 한전산하의 석탄발전소와 기타 각종 산업체에서 2021년 말 기준으로 연간 약 6.1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에서 배출되는 330억 t중 세계 8 위에 해당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원천적 방법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풍력 수력 원자력 등의 무탄소 에너지와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등의 저탄소 에너지가 있으나 아직은 기술적, 경제적인 이유로 실현 불가능한 대안이다. 안타깝지만 지금의 일상 생활과 국가 산업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CCUS: Carbon dioxide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블룸버그 자료>
미국을 비롯한 산유국에서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유전에 주입하여 원유나 가스를 증산하는 기술(EOR : Enhanced Oil Recovery)이 오래전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실증 사례를 통해 얻어진 통계에 의하면 1t의 이산화탄소를 폐유전에 주입하면 5바렐의 원유가 증산되기 때문에 폐유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산유회사들은 EOR용 이산화탄소를 저렴하게 장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 EOR 관련 자료 >
한국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폐유전이나 영구저장에 적합한 지질구조 공간이 없기 때문에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해외 석유 생산업체와의 교섭을 통해 선박으로 수송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해외 석유 생산업자 간에 긴밀한 협의와 과감한 기술협력 등의 차원 높은 자원외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포집, 저장, 운송, 활용 등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 등의 범인류적 국제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파격적인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 여러가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어야 하고 세계 동향에 발 맞춰 과감한 방법으로 자금조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CCUS 사업의 촉진을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45Q Tax credit(CCUS 기술을 이용한 탄소포집 시 세금 감면 제도) 등의 지원정책을 마련하여 포집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t당 60~180달러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아울러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기후변화 대응 특임장관으로 임명해 파격적인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 미국 보조금 제도>
탄소포집은 결국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로 그 성패가 갈리게 될 것이다. 세제 지원 같은 제도가 없다면 국내의 그 어떤 기업도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탄소 포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탄소포집을 할 경우 기존 대비 제품 단가가 석탄발전 전기료는 2.3배, LNG 발전 전기료는 1.7배, 철강은 1.25배, 시멘트는 2.1배가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탄녹위는 이러한 비용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2030년까지 포집 비용을 현재 대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혁신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했으나 그 근거와 실체는 없다.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EU는 금년 4월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 시멘트, 수소제품 등 EU로 수출되는 6개 항목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시행을 확정, 2023년 10월 1일부터 2025년까지를 준비기간으로 하고 2026년부터는 이를 적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은 탄소배출량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기후변화 리스크(risk)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기업의 ESG공시 의무화 실행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및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등으로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엄격한 벌칙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영국의 리즈(Leeds)대학 지속가능성연구소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낸 논문에서는 과다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2050년까지 170조달러 (한화 19경 5500조 원)의 기후보상금을 개발도상국에 지불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대기를 세계인이 공평하게 나눠 쓰는 공유물로 가정하고 전세계 168개국의 인구를 반영하여 1인당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기후보상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이 건의가 실천될지 여부는 미지수이나, 지난 COP27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안이 이미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면 한국을 포함한 탄소 대량 배출국가들은 어떤 형태이든지 보상금을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 영국 Leeds 대학 자료>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감축 규제 압력은 얼핏 보면 기후위기를 막는 수단으로 보이지만 이처럼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국제동향에 대하여 민감하고 현명하게 전문성을 가지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판단과 대응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적인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2023년 3월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3대 정책 방향 (1. 경제·사회구조 모든 영역에서 책임 있는 탄소중립 실천 2. 소통·공감·협력을 통해 질서 있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3.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녹색성장을 이끌어가는 혁신주도 탄소중립)과 이의 실천을 위한 4대 전략 (1. 구체적·효율적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책임감 있는 탄소중립 2. 민간이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 3. 모든 사회구성원의 공감과 협력을 통해 함께하는 탄소중립 4. 기후위기 적응과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능동적인 탄소중립)을 제시하였다.
이의 이행을 위해 매년 탄녹위와 중앙부처, 지자체 간의 상설협의체 운영 및 체계적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5년마다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본계획에는 중장기 감축목표와 부문별 감축 정책 방안만 있을 뿐 기업들의 적극적 감축을 유도하는 보조금을 포함한 구체적인 재정지원 정책 등의 중요 사항은 빠져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내 탄소 배출 기업에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 포집설비 구축 등에는 관심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해외 주요국은 이미 CCUS 기술 상용화 및 산업계 도입을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 법률 개정, R&D투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과감하게 도입∙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국제사회에 공약한 2050 탄소중립 목표 준수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에 상응하는 탄소 감축 보조금 지급이나 과감한 재정지원 정책수립을 통하여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 투자 등에 배출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한국은 2009년부터 약 1500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투자하여 탄소 포집기술을 개발해 왔지만 아직 선진국의 기술력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과 한국중부발전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KOSOL)을 국내 최대규모 10MW급 습식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에 적용해 2021년 6월부터 상업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며 이 외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또 다른 습식 포집기술(KIERSOL)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 0.5MW급 포집 플랜트를 통해 운영중에 있으나 상용화 설비를 운영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남부발전이 참여한 건식포집기술은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소에 10MW급 설비를 구축하였으나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전력연구원, 한국동서발전, ㈜아스트로마 등의 3개사가 참여하여 분리막기술을 적용하여 만든 1MW급 설비는 개발 후 동서발전 당진화력에 포집플랜트를 구축하였지만 이 역시 후속 상용화 설비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처럼 15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도 10MW급 규모의 설비가 가동되는 연구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이다.
<국내 기술 개발 현황>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로는 150MW 이상의 발전소에도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들 석탄 발전소들의 대형 CCS 플랜트 적용을 위해서는 오랜 추가 연구 개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선진기술의 과감한 도입과 적극적인 기술의 국산화 과정을 거쳐 기술개발 기간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총 55기(민자 4기 포함)의 석탄발전소가 있으며, 이 중 1000MW급 발전소는 15기나 된다. 이들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32GW이며, 석탄발전소의 발전비율은 35.6%이고, 이 55기의 발전소에서 연간 2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이는 국내 총 배출량의 30%에 해당한다.
한국이 유엔에 약속한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통합적인 보조금을 포함한 제도가 제정되어야 하고, 소요 자금도 조달되어야 하는 등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시간을 단축하는 파격적인 방법이 있지만 이는 통치권자의 과감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 국내에 현재 가동 중이거나 2024년 완공되는 1000MW 이상 되는 석탄발전소 15기와 POSCO, 현대제철 등 대형배출업체를 대상으로 기술력과 경제성이 검증된 해외의 CCUS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여 기술개발 기간을 앞당기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EOR 또는 저장용으로 산유국 (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 Country) 또는 석유 재벌들에게 CO2 전용 운반선으로 운송 공급 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급히 개발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 감축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기회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여 국가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백 척이 소요되는 CO2/LNG 운반선의 건조운영, 부유식 CO2 포집 설비 그리고 선박의 연료로 각광받고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저탄소 연료인 메탄올(Methanol)의 대량 생산 등 한국의 생산기술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 포착, 장악할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시기이다.
기술, 자본, 시장을 모두 외국에 의지하며 원천 기술 없이 남이 이미 개발한 제품들을 흉내내면서 더 많이, 더 빨리, 더 잘 만들면서 이룩한 경제성장은 외풍을 많이 받게 되어있고 진정한 의미의 경제발전과 국가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 위에 열거한 신산업 개발제안 품목들은 극변하는 세계 경제기술 패러다임 속에서 모두 우리의 기술과 능력으로 세계 시장을 기술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다.
남이 하는 것만을 따라하고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이제 우리는 과감하게 CO2 포집, 액화, 운송, 저장, 활용 등의 분야에서 여태까지 해오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서 이 분야의 세계적인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된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런 과감한 결단은 결국 국가통치권자만이 할 수 있는 권한이자 의무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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