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외국인 동향과 주식시장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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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주식시장 善戰의 배경
- 상반기 글로벌 증시가 선전했던 이유는 ⓵ 당초 걱정보다 양호했던 글로벌 경기, ⓶ 그럼에도 3월 미 은행위기를 계기로 긴축 속도를 늦춘 연준, ⓷ AI 모멘텀, ⓸ 약세장을 대비해 포지션 줄였던 투자자들의 추격성 매수세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특히, 금리 안정세 속에 AI 밸류체인상 혜택이 큰 미국의 소수 빅테크가 차별화된 강세를 이끌었다. 또한 일본 주식도 89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는데, 글로벌 인플레의 수혜를 입는 형국이기 때문이다(만성병인 디플레 탈출 기대라는 차원에서).
- 한국 증시도 예상보다 좋은데, 코스피(+15.4%)는 S&P(+14.0%)를 상회하고 있고, 코스닥(+28.7%)은 나스닥(29.5%)과 필적할 수준이다(연초이후 6/27일까지 YTD). 매크로가 부진하고 기업실적도 둔화되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 확장이 주가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한국 증시가 기본적으로 미국 증시에 크게 연동되기도 하지만, 상반기를 바닥으로 경기와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되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당장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집중 매수하며 끌어올린 힘이 커 보인다.
■ 外人은 왜 사는가?
- 실제로 외국인은 올 들어 거래소에서 +12.8조원을 순매수하여, 매년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에는 사상 최고로 많이 샀다[그림1]. 특히 연초인 1월(+6.3조원)과 5월(+4.3조원)에 많이 순매수했는데, 두 시기 공통점은 글로벌 자금이 Non-US, 그 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으로 많이 유입되었던 시기라는 점이다. [그림2]에서 보듯이 작년 10월 이후 달러화가 고점을 치고 내려오면서 환율 측면에서도 외인 매수를 더 자극했을 수 있고, 5월에는 일본 주가 급등이 아시아로의 자금 이동을 유인하면서 한국도 긍정적 영향을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
- 그런데, 또 하나의 추론은 (앞서 언급처럼) 글로벌 주식 운용역들이 일종의 숏커버성 매수를 하면서, 이미 비싼 미국 기술주 보다는 AI 수혜를 입으면서도 비싸지 않은 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을 샀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6월 중 외인의 거래소 순매수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전체 순매수의 8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그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 하지만 6월 들어 거래소에서 외인은 약 5천억원 순매도로 전환된 상태이다. 미 연준이 6월 FOMC에서 하반기 추가인상을 시사하면서 달러화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숏커버성 매수세도 점차 일단락되어갈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미 증시 자체가 일부 조정 양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하반기 외인 투자는? 또 주가는?
- 사실 외인 매수세를 주요 독립 변수로 해서 국내 주가를 전망하는 방식은 그리 적절치 못하다. 대개의 경우, 미국 증시가 오르면서 글로벌리 Risk-on 분위기가 형성되면 달러화도 안정되면서 한국 등 아시아에도 해외 매수세가 유입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관건은 미국 증시 전망일 터이고, 외인 매수세의 한국 유입은 글로벌 증시가 연동되는 하나의 채널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그렇다면 하반기 글로벌(특히 미국) 증시 전망은 어떨까? 물론 시장 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사의 전망은, 당분간 기존 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4분기로 가면서 조정 압력이 커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작년말 월가에선 올해 미국 경제침체 우려가 역대급으로 컸었고, 그에 따라 글로벌 기관들의 주식 포지션도 가벼운 편이었다(여전히 완전 채워진 건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처럼 미 경제(경기&물가)는 생각보다 견조했는데,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가계의 소비가 코로나발(發)초과저축과 노동시장 초과수요 덕분에 양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조달러가 넘었던 초과저축은 이제 5천억달러로 줄어 연말경이면 소진될 것으로 보이고, 고용 초과수요도 시간당 임금이나 이직율 추이 등을 보건대 점진적으로 진정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월가 주요 IB들은 올4분기~내년1분기에 미 GDP가 살짝 (-)로 떨어질(즉 얕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 중이다.
■ 고용과 경기순환
- 역대급 긴축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버티는 건, 긴축이 초과수요를 줄이는 단계이지 실제 고용을 감축할 정도는 아직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실제 베버리지 곡선인데, 실업률의 큰 상승 없이 구인율만 줄어드는 양상이 확인된다. 사실 연초만 해도 ‘(그림의 빨간색) 곡선상의 이동’에 대한 걱정들이 많았던 셈인데, 실제 결과는 ‘코로나 이전의 (그림의 파란색) 곡선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 파란색 곡선 진입 이후에는 자체 실업률 상승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그런데, 연준/IMF 등의 공공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월가 IB들마져도, 짧고 얕은 침체 이후 다시금 회복세를 컨센서스로 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실업률이 바닥을 찍고(정확히는 바닥에서 0.4%p이상) 오르면 어김없이 침체에 빠졌었다. 아래 그림을 보더라도 현재의 월가 전망은 다소 naive 해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은데, 아마도 연준이 신속/과감한 Pivot을 할 것이고 그것이 상당부분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90년대말이나 ‘07년처럼, 경제내 심각한 버블이 없다는 점도 이번 침체가 연준 대응 등만으로도 짧게 끝날 것으로 보는 근거인 것 같다.
- 한편 [아래 그림]은 작년 10월 본란에 기고했던 내용 중 일부인데, steep한 공급곡선 상에서는 수요긴축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를 안정시킬 수 있음을 개념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Overkill을 할 경우엔 당연히 깊은 침체에 빠지게 되는데, 이번엔 연준이 그러한 실수를 안 할 걸로 시장은 믿는 것 같다. ‘좁은 길’이겠지만,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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