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금융 위기 위험을 줄이려면 긴축 재정을 펼쳐야” 주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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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들 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세계적인 고(高)인플레이션 하에서, 금융 위기 발생의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각국이 ‘긴축’ 재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BIS는 지난 25일 자로 발표한 ‘Annual Economic Report, June 2023’에서 글로벌 경제는 지금 ‘중대 고비’에 처해 있고, 각국 정책 담당자들은 ‘도전 과제들의 독특한 배치(unique constellation of challenges)’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금융 당국이 각종 긴축 수단을 동원해가며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가운데, 개인 및 공적 부채가 기록적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매우 엄중한 시각으로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이런 배경에서,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위해 ‘안정 영역(region of stability)’에서 불가피하게 긴장을 낳게 되는 ‘금융(통화)’ vs ‘재정’ 부문의 지속가능한 정책 수단(policy mix)을 슬기롭게 조화시킬 것을 권고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의 전도(前途)는 험로가 예상되나, 동시에 많은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판단력, 야망, 현실감, 정치적 의지 그리고 정책 수행 능력, 등을 잘 발휘해서 정책의 효율적 조화를 이루어 단기 부담을 줄이고 장기 이득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S는 다행히 앞에 놓인 여정은 결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며 이를 지혜롭게 헤쳐갈 것을 권고했다.
■ 역사적 경험; ‘高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3년 안에 은행 위기 발생’
BIS는 최근 발간한 2023년판 연차경제보고서에서 각국 금융 당국이 그간 고통스러운 긴축 정책을 펴온 끝에 드디어 이례적인 고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물가 안정을 확보할 최종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아직은 인플레이션 억지 투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그 과정에서, 경기가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 ‘침체’로 들어가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만큼 현 시점이 가장 어려운 국면이기도 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일견 지극히 당연한 이론적 인과관계이기도 하다. 장기간 지속돼 온 저금리 환경에서, 금융 시스템이 급격한 변화(상승)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금융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그만큼 금융 시스템 안정이 위협을 받을 우려는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BIS는 보고서 첫머리에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수준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아직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글로벌 경제는 예상보다는 잘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도 ‘둔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전제 위에서, 다음 ‘인플레이션 완화(disinflation)’ 주기에서 글로벌 경제에 예상되는 두 가지 중요한 리스크를 적시하고 있다; 하나는, 다음 단계의 인플레이션 완화 과정은 종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점. 둘째로는, 최근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속돼 온 초저금리 환경 영향으로, 각국의 ‘부채 수준(debt level)’이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거시 금융적 취약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어려운 국면에서, 물가 안정 확보 및 금융 시스템 안정을 양립(兩立)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해서 재정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감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금융 정책의 부담을 경감시켜 과도한 금융 긴축으로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밖에 없을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BIS는 이점을 이번 연차경제보고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논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BIS가 지적하는 또 다른 중요한 권고는, 지금은 인플레이션 억지를 최상의 정책 목표로 두고, ‘금융’ 및 ‘재정’ 정책 수단들을 상호 보완적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실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정책은 ‘금융’ 정책의 핵심적 지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오늘날처럼 높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대체로 3년 내에 은행 위기가 찾아온 사례가 많았다는 엄중한 사실을 교훈으로 제시하고 있다.
■ 향후, ‘안정 영역’을 벗어날 리스크를 높이는 3 가지 리스크 요인들
선진국 혹은 신흥국 경제를 막론하고 현재 물가 안정을 되찾고 금융 안정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하는 싸움에서 재정 정책과 통화(금융) 정책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왔고, 향후 전개될 과정에도 더욱 심각한 도전 과제들을 제공하고 있다. BIS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상호 연관이 높은 3 가지 주요 도전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재정 포지션 및 국가 신인도 측면에서의 리스크 요인으로, 기록적으로 늘어난 공공 부채, 급증하는 지출 소요 압력, 급등하는 금리 및 경기 부진 전망 등 요인들이 공공 재정 운용에 복합적으로 어려움을 주고 있는 점이다. 특히, 선진국 공공 부채가 급증(Debt-to-GDP 비율; 현재 100% 전후)함에 따라 국가신용등급 평균은 ‘AA’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노령화 인구 증가 및 경상적 재정 확대(GDP의 2%) 등을 감안하면 2050년까지 250%까지도 상승할 것으로 추산되는 실정이다.
둘째; 인플레이션 수속을 위한 통화 정책 운용 상의 도전으로, 대규모 재정 적자 및 공공 부채 급증으로, 잠재적으로 긴축 통화정책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대부분 국가에서 대규모 재정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고, 이에 따라 총수요 및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속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재정의 인플레이션 효과는 높아 여전히 고인플레이션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셋째; 금융 안정 유지 측면에서, 재정 운영 상태가 악화되고, 장기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이례적인 페이스로 상승하게 되면 금융 안정 리스크가 함께 고조되는 점이다. 다수 국가들 부채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어서 궁극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불안하게 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가 채무 건전성이 금융 시스템의 안정적 작동의 초석인 점에서 확고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긴요하다.
결국, BIS 보고서는 일국의 재정 운용에서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금융 정책의 효율적 운용, 나아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을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는 상호 연관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각국은 국가 채무의 건전성 유지를 우선해서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 미 연방 채무 상한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혼란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을 겪었던 사례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 것을 목도한 바 있다.
■ 각국, ‘은행’ 불안에 이은 ‘비은행(non-bank)’ 리스크에 유념해야
이번 BIS 보고서는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공급망(Supply Chain)의 정상화 및 상품 가격 하락의 긍정적 영향으로 역사적으로 기록적인 물가 급등 현상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게 남아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인플레이션과 금융 리스크와의 긴밀한 연관성을 전제로 살펴보면, 각국 공통으로 Covid-19 팬데믹 사태를 전후해서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 온 초(超)저금리 환경 영향으로 상품 등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이에 따라 유례가 드문 고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개인, 기업 부문 모두 리스크 부담 성향이 강해져서 부채 수준이 급증하고, 시장 자산 가격은 상승 일변도를 걸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연속해서 대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이례적인 긴축 수단을 시행하자, 이제는 자산 가격 급락과 함께 가계 및 기업 등의 재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이에 따라 ‘채무 축소(deleveraging)’ 압력이 커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경제 성장을 가중적으로 악화시키는 직접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궁국적으로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 중개 기구들의 경영 악화로 직결되고, 심각한 경우에는 은행 파탄 및 금융 시스템 위기 우려도 생겼던 것이다.
BIS는 이런 현실적인 금융 리스크가 지난 3월 무렵부터 미국 및 유럽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했던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 고조 및 일부 은행들의 파탄 사태 등으로 표면화되어 분출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문제는, 이런 금융 불안 상황이 비단 정통 은행 시스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펀드 등 소위 ‘비은행 금융기구(NBFIs)’들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즉, 비은행 금융기구들의 과도한 시장 리스크 부담 관행 및 과다 차입 부담, 만기불일치(mis-match) 경영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 “금융시스템 안정과 물가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것은 지난한 과제”
이전에 리먼 쇼크(Lehman Shock)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GFC) 발생 뒤에 전세계가 경험한 것처럼, 최근 몇 해 동안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동안에 가계 및 기업들은 소비 및 투자 수요 충당을 위해 꾸준히 부채를 늘렸고 금융시장에는 리스크 부담 성향이 높아졌다. 이런 과정에서 기록적인 물가 급등이 이어졌고, 이제 이에 대응해서 기록적인 페이스로 금융 긴축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 긴축 과정에서 경제가 감속하는 가운데 드디어 물가 안정이 회복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회피할 수 있을 이른바 경기의 ‘연착륙(soft-landing)’ 가능성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가 의문이다. BIS가 주장하는 것처럼, 재정 긴축을 병행하는 경우에는 금융 정책의 인플레이션 대응 부담이 경감되고, 금융 정책 자유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계속 유지하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은 여전히 지난한 과제임은 틀림없는 엄중한 현실이다. BIS의 지적처럼 ‘지극히 좁은 협곡’을 지나는 셈이 되는 것이다.
한편, 각국 중앙은행 총재 및 정책 담당자들은 지난 월요일 포르투갈 Sintra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최한 3일 일정의 정책 포럼에 참석했다. 여기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거의 일치된 입장으로 당분간 긴축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Jerome Powell) 美 연준 총재는 현 정책 노선이 ‘충분히 긴축적 이지 않다(not restrictive enough)’ 고 밝혀,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유보한 데 이어 향후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 전후’ 수준을 2배 이상이나 높게 머물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동안 ‘긴축 노선’이 지속될 것을 시사했다.
■ “「경제 안정」 영역에서 ‘금융’ vs ‘재정’ 정책 역할의 보완적 조정”
BIS는 이번 보고서의 두 번째 장에서 안정과 신뢰를 지킬 보호망으로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 간 역할의 ‘조화로운 보완’을 강조했다. 원래 국가의 핵심 역할인 이들 두 갈래의 정책은 태생적으로 서로 얽혀 있어 벗어날 수 없는 관계이다. 그리고, Covid-19 위기 동안 기록적인 저금리에 더해 대규모 재정 적자 및 공공 부채 급증이라는 이례적 ‘병행(竝行)’ 상황이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결국, 현 금융 및 재정 정책 간의 긴장(tension)은 ‘안정 영역(region of stability)’의 한계를 시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서, 금융 위기를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줄타기 곡예를 하는 기술과도 같아서, 이런 노력이 성공하자면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고, 정부는 긴축 방향의 재정 정책 노선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금융 긴축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고 금융 위기 발생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상정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규제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만일, 금융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이 높아지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금융 위기를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고, 금융 정책의 자유도가 넓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BIS는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사상 유례없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 있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고 있는 환경에서도, 일부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재정 확장 노선을 취함으로써 이른바 ‘안정 영역’의 한계를 시험하는, 순리에 역행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 “정부는 금융 위기의 가장 위험한 뇌관인 ‘부채’ 관리에 철저해야”
정부가 자금을 차입하는 전형적인 수단인 ‘국채’ 발행은, 특히 자국통화 표시 금융 거래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시장에서는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국채 가격(수익률)을 기준으로 다른 금융 자산 가격을 결정한다. 시장 거래자들은 국가의 ‘강제적 세금 징수’ 권한을 바탕으로 ‘준통화(quasi-money)’의 지위도 부여한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거꾸로, 건전한 재정 운영에 실패해서 시장 신뢰를 잃고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경우에는 시장은 근본으로부터 흔들리고 취약성을 드러내게 된다. 이것이 정부가 재정 운용 및 국가신용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에도, 그리스 등 유럽 몇 나라들이 방만한 재정 운용을 이어가다가 국가신용등급이 급락하고 경제, 사회적으로 대혼란을 불러왔던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 금융 부문 내 국채 시장에서는 은행들이 주요 투자자들이다. 선진국, 신흥국을 불문하고 은행들은 거대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일부는 자본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GFC 이후 성장을 거듭해 온 비은행 금융기구들(NBFIs)도 최근 들어 역할을 늘려 왔다. 이들은 전체 글로벌 금융 자산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채 보유 비중이 선진국의 경우에는 40%, 신흥국의 경우에는 6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들 NBFIs들은 은행들과 ‘은행 간’ 자금 거래 관계로 내부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은행 및 NBFIs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보유 규모가 과다한 것에 더해, 시장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 가치 변동 및 손실 리스크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는 현 금리 급등 사이클에서 미국이나 유럽 일부 은행 및 NBFI들이 보유 자산 가치 급락으로 경영이 파탄되고, 부득이 대형은행들 및 정부가 긴급 구제에 나서야 했던 최근의 사례에서 경험했던 바이다.
한편, 중앙은행들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들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기준으로 보면 대단히 독특한 것이라는 평가도 했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는 동시에 광범한 금융 불안정이 병존하는 이런 상황은 처음 목도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Covid-19 팬데믹 사태로 불가피하게 금융, 재정의 동시 완화 정책을 폈던 결과로 초래된 인플레이션 억지를 위해 엄격한 긴축으로 대응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에게는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일 수도 있다.
BIS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더욱 강력하고 지속적인 금융 긴축이 필요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은행 시스템 부문의 문제가 더욱 악화할 여지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BIS 보리오(Claudio Borio) 통화 및 경제 분과 주임 연구원은 ‘만일, 금리가 1990년대 중반 수준까지 상승하면, 상위권 경제 국가들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기존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은 결국 주어진 최우선 임무인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나, 문제는 이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인가 (I think central banks will get inflation under control. This is their job – to restore price stability. The question is what the cost (for that) will be.)”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BIS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금리 인상 주기의 약 15%에서 은행 시스템에 ‘심대한’ 스트레스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 할수록 그 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실제로, 첫 금리 인상 시점에서 ‘민간 총부채/국민총생산 비율(Debt-to-GDP ratio)’이 상위 4분위수 범위에 속한 경우에는 가능성이 40%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높은 위험성을 제시했다.
■ BIS가 정책담당자들에 주는 교훈; “정책의 한계를 충분히 인식해야”
각국 중앙은행들이 역사적인 고인플레이션에 대응해서 급격한 금융 긴축을 이어가는 가운데, BIS는 이와 조화를 이루는 긴축 재정 필요성을 촉구하는 엄중한 경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보고서 서문에서 카스텐스(Agustin Carstens) 사무총장은 “정부가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단기적인 경제 성장에 집착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통화 정책은 지금 바로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정 정책은 이런 방향으로 조화를 이뤄가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앞에 소개한 보리오 연구원도 ‘지금 각국 경제에는 ‘인플레이션 심리(inflationary psychology)’가 형성되고 있을 위험성이 남아있어 최근 영국 중앙은행 등이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선 것’ 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글로벌 금융위기(GFC) 및 Covid-19 사태를 겪으면서 글로벌 사회에 형성되어 온 금융 및 재정 지원 필요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도 이제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쉬운 수확은 이미 모두 거두었다. 이제 앞에 남아있는 마지막 1 마일은 더욱 힘들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안전 지역(safety zone)’으로 되돌리려는 각 중앙은행들의 노력은 앞으로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충격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정부가 재정을 집행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 관리할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가 의당 공공의 선(善)을 창출할 것을 믿고 세금을 납부하며,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를 유지할 것을 믿고 이들이 발행한 통화를 지불수단으로 수용하고 일상에 사용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나 중앙은행은 항상 월등한 국민 신뢰를 유지할 것을 지상 과제로 삼아 여기에 최고 관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BIS는 금융 및 재정 정책 간 조화를 우선시하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시적 규제 강화 및 간단없는 구조조정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유도해서 두 정책의 안정 영역을 넓혀 주는 것이다. 이에 더해, BIS는 정책 담당자들의 사고방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한 마디로 ‘성장 환상의 오류’에서 벗어나 거시안정 정책의 한계를 냉철하게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일국의 금융 및 재정 정책은 분명 공동 선(善)을 만들어 가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에 틀림없으나, 과도한 의욕에 사로잡히는 경우에는 심대한 해악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불과 몇 해 전까지 만해도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 채무 관리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 해 동안 정부 부채는 물론이고, 개인 및 기업 등 민간 부문 부채를 포함한 국가 총 부채 규모가 엄청난 수준으로 늘어났다. 좀 과장하면 가히 ‘부채 공화국’을 형성해 온 셈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각 부문은 도저히 더 이상 빚을 내서 경제 활동을 영위해 나아갈 수가 없는 막다른 지경에 이르렀다는 경고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에 소개한 엄중한 글로벌 경제의 현실 구도 속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운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턱대고 정부 예산을 확장해서 아무런 일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라는 뚱딴지 같은 주장을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내놓는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이런 철모르는 주장은 한 마디도 귀에 담아 두지 말고 흘려보낼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엄중한 자세로 근신 또 근신해야 할 일이다. 우선, 나라 경제를 살려 놓아야 연후에 정부 재정도 튼튼해지고, 기업들도 흥하고, 일반 국민들도 부귀 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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