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제' 배제한 공정 수능 실현 해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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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제’란 수험생들의 점수와 정신을 킬(kill)한다는 뜻으로 통한다. 응시생을 엿 먹이려고 비비 꼬아 만든 문제다. 상위권 수험생을 추려내기 위한 의도적으로 초고난이도 문제를 일컫는다. 대다수가 맞히라는 문제가 아닌 극소수 학생만 맞춰야 하는 전제가 깔려있다. 출현한 배경은 상대평가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킬러문항에도 원칙이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응시생 대다수가 틀려야 한다. 문제 풀이 시간 분배를 위해 대부분 시험지 뒤 부분에 배치돼 있다. 고약하게 앞에 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높여 평가의 긍정적 요인으로 활용되는 중상위권이 풀 수 있는 준킬러, 누구나 쉽게 푸는 비킬러 문항이 있다.
킬러문제가 증가하게 된 것은 교과학습 수준이 떨어져 학생들의 실력 상향평준화를 이루게 된 후 변별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90~2000년대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이 10개 이상으로 400점 만점에 대략 25개 틀려도 350점 중반으로 0.5%에 들어 최상위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과목과 범위를 턱없이 줄인 상황에서는 변별력을 가릴 수 없다. 수능이 30년 동안 시행되면서 문제집·인터넷 강의가 고도로 발달되어서 일반적으로 출제하면 과목별 만점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킬러문제가 필요했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가 44만 명인데, 1등급은 4%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도 실제 합격이 만만치 않고 수시의 초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킬러 문제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과 인기학과에 입학하려면 반드시 킬러문제를 맞춰야 하는 게 현실이다.
킬러문제는 고비용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킬러문제를 배제하고 공정수능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까.
첫째, 킬러문항의 정의다. 교육부가 킬러문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잡아낼 수 있는 법규를 입안해야 한다. 사교육을 받은 1% 이내 극소수 학생들만 풀 수 있는 문제가 킬러문제이기에 아예 정답률을 공개해 평가해야 한다.
둘째, 출제기조를 전면 바꿔야 한다. 국어·영어·수학·한국사·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에서 과목별 난이도 조정이다. 상대적으로 정답률이 높은 준킬러 문항을 늘려야 한다. 9월 모의평가부터 실시하도록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
셋째,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이다. 현재 대학은 선행학습 영향평가 운영 규칙에 따라 선행학습 영향평가 대상 문항을 선정하고, 고교 교육과정 범위 및 수준 준수 노력을 꾀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을 개정, 수능을 사전영향평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선행학습 금지 위반 대학 명단을 밝혀야 한다.
넷째, 수능선행학습영향평가위원회 운영이다. 교육부 산하에 설치하고, 시도 교육청이 추천하는 고교 교사로 구성하여,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 전후에 평가 보고서를 내게 하면 킬러문항을 배제할 수 있다.
다섯째, 수능에 단답형 주관식 도입이다. 2028년 수능이 논·서술형으로 바뀐다. 현재 수능 수학의 경우 한두 자리 숫자를 답으로 하는 주관식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다른 과목도 한글 10글자, 영어 3~4 단어, 아라비아 숫자가 포함된 단답형 답안을 쓸 수 있게 한다면 공교육 교과 범위에서도 난이도 높은 문제를 낼 수 있다.
여섯째, 교과통합과 과목 융합 문제를 확대한다. 공교육 교과 내의 문제라도 국어와 수학, 수학과 영어, 사회와 과학이 융합되면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수능 초기에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라고 하여 통합된 사회와 통합된 과학이 출제된 적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수능의 교과 통합을 용인해도 변별력을 높일 수 있다.
일곱째, 교육과정평가원의 역할 재정립이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가르치는 내용을
가지고 변별이 가능한 그런 수능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AI를 활용하면 논·서술형 문제 출제와 채점이 가능하다. 평가원에서 초·중·고 전 학년의 중간·기말 고사, 수행평가 심지어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도 ‘AI 자동 채점 시스템’을 구축하면 가능하다. 2028년
이후 수능 채점 준비를 전격 도입하기 전에 사전 모의시험을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대치동 과외를 AI EBS로 도입해야 한다. 사교육의 성지인 대치동의 학원들은 강의보다는 틀린 문제만 설명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철저하게 수요자 맞춤형 과외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AI 시대 인터넷 강의을 대체하는 학생 수준에 맞는 ‘EBS AI 코칭 방과 후 보충학습’을 하면 교육격차를 줄이고 공정 수능을 실현시킬 수 있다.
사교육은 망국병이다. 이번 기회에 사교육을 부추기고 입시 공정성을 해치는 선택형 대학입시제도를 ‘논술형 AI 채점 방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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