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은 언제든 가능하다-국가암검진 사업의 현황과 개선 방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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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전국민 5대암검진 프로그램 시행…2019년 폐암추가로 6대암 검진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공무원과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 사업을 시작하였다. 2001년에 국립암센터가 설립된 이후 관련 전문학회들과 암검진 권고안을 개발하여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전국민 5대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 프로그램을 확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고위험 흡연군을 대상으로 하는 폐암검진도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되어 국가 6대암 검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위암 검진은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제공한다. 간암검진은 간암 고위험군인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또는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1년에 2번 간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로 하는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제공한다, 대장암검진은 50세 이상이 대상이고 분변을 이용한 면역화학적 방법으로 잠혈반응 검사를 제공한다, 분변잠혈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는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를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40세 이상 여성은 유방촬영검사를 이용한 유방암 검진을 받을 수 있고, 20세 여성부터는 자궁경부 세포도말검사를 이용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폐암검진은 54-74세 30갑년이상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검진을 제공하고, 검진 후 금연상담도 제공한다,
국가암검진 수검률은 2021년 건강보험공단 통계상 56.6%에 이르고 있다. 암종별 수검률을 살펴보면 위암 63.1%, 간암 74.3%, 유방암 64.6%, 자궁경부암 53.3% 정도이지만, 대장암은 35.2%, 폐암은 34.0%로 낮다. 국가암검진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호주, 캐나다 등의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 수검률이 70~80%에 이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우리나라 국가암검진 수검률이 좀 더 높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9년에 새로 도입된 고위험군 대상 폐암검진은 장기 흡연자들의 수검률이 높아질 수 있도록 홍보하고, 인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장암 검진의 경우 분변을 이용한 검진방법의 신뢰도가 낮고, 분변을 채취해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수검률이 높지 않다. 최근 분변검사 대신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검진을 제공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국립암센터 주관으로 진행 중이다. 대장내시경은 검사 전 장정결 과정이 힘들고, 검사과정 역시 고통스럽지만, 조기 대장암 진단의 정확도가 매우 높고, 대장암 전구병변인 용종을 찾아서 제거함으로써 대장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검진 방법이다.
하지만 충분히 숙련된 의사가 시행하지 않으면 정확도가 낮아지고, 수검자의 고통도 커지고 무엇보다 장천공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범사업을 통해 정확도가 낮은 분변잠혈검사를 매년 시행하는 대신 50세 이상 성인에서 10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과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수검률 높이려면 검진프로그램의 타당성과 신뢰도 높여야 한다
국가암검진의 수검률이 좀 더 높아지기 위해서는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상당수 국민들이 개인 종합검진과 비교하여 국가검진의 검사 항목이 많지 않고, 서비스 질이 낮고 검진의 정확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암검진을 시행하는 영국과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국가암검진 시행기관을 적정 인력과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지정하고, 엄격한 질(質)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검진을 제공하는 의사의 경우 해당 질병에 진단 경험이 상당히 축적된 경우에만 대규모 무증상인 대상 국가암검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검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하여 병원급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국가암검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차이에 장단점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암검진 사업에 참여하는 검진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확한 검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암검진을 받는 수검자가 가장 바라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검사자가 해당 검사 방법을 충분히 숙련하여야 하고, 검사 장비에 대한 질관리도 철저히 하고, 이에 대한 국가기관의 관리 감독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암검진 효과평가 통해 국가암검진 프로그램 개선…암검진 후 사후관리도 중요
암검진 후 사후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암검진 결과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제공하여 이상소견이 발견된 경우는 꼭 추가 검사를 받고, 큰 문제가 없는 경우는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이후 암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사항을 상담받는 것이다, 아쉽게도 최근에 시작된 폐암검진 외 5대암 검진에 대해서는 검진 결과 상담과 사후관리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가암검진 후 그 결과를 의사로부터 상담받기 어렵다. 내시경, 초음파 등 영상검사를 동원하는 암검진의 경우 암 보다는 염증성 병변이나 낭종, 육아종 등과 같은 비암성 소견을 발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러한 병변의 대부분은 임상적 의미가 없거나 추가적인 조치나 치료가 필요없는 소견이다. 임상적으로 의미가 낮은 병변에 대해 잘못 설명되거나 잘 이해되지 않으면 예민한 수검자들에서는 불안을 야기하고, 불안에 따른 신체증상이 만들어지고 이 때문에 불필요한 의료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
암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었지만 수검자가 그 결과를 잘 이해하지 못하여 조기진단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암검진 사업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암검진 사후관리를 제도화하여, 검진 이후에 검진 결과를 의사로부터 상담을 받고 이상소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암검진의 목적은 암을 조기 진단하여 암으로 인한 사망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무증상기를 거친 후 증상이 발생하는 질병경과를 보이는 데, 무증상기에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의학적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암검진이다. 그런데 암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무서운 질병이지만, 무증상 인구집단에서 의학적 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할 확률이 매우 낮다. 위암의 경우 검진 대상인 4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1,000명 검사 당 위암 발견 확률은 약 1~2명 수준이다. 무증상인에게 상당히 고통스러운 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암이 발견될 확률은 매우 낮은 것이다. 코로나 증상이 없는 사람도 코로나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일지를 생각해보면, 무증상 인구 대상 암검진을 통해 조기암을 진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사업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 암검진, 의사 예진 통해 개별적 건강상태에 기반해 실시여부 결정 바람직
그러므로 암의 조기진단을 위해 실시하려는 암검진이 실제 암 사망률을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생율이 높지는 않지만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췌장암의 경우 아직 적절한 조기검진 방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복부CT 검사를 하면 췌장의 작은 종양을 확인할 수 있지만, 방사선 피폭량도 많고 검진 시에는 없던 종양이 검진 후에 발생하여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검진 주기를 정하기도 어렵다.
반면 갑상선암과 전립선암과 같이 암 진행경과가 매우 길고 예후가 좋은 암의 경우 조기 검진을 하는 것이 실제 암으로 인한 사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가 불분명하다. 검진을 통해 조기진단 된 것이 발견 시기만 빨라졌을 뿐 진단 후 수술 받고, 치료받느라고 고생하고, 삶의 질도 떨어지지만, 결국 사망은 다른 질병 때문에 일어났다면 조기 검진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암검진의 효과를 평가하여 적정 검진 권고안을 제시하고, 권고안에 따라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근거가 부족한 암검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고령자에게 암검진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노인의 경우 기대여명이 짧아 조기검진을 통한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즉 해당 암 사망률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다른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어 암검진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국제적으로 암검진 권고안에서 상한 연령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50세~75세의 여성에게 2년에 한 번씩 유방촬영검사를 통한 유방암검진을 받도록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권고하고, 40대 여성도 유방암검진을 받는 것을 권고할만한 근거가 있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76세 이상의 여성에서는 유방암검진의 효과가 불분명하여 권고하지 않는다. 영국이나 유럽 등 나라에서 국가 유방암검진 대상은 대부분 50~75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40세 이상 모든 여성이 국가유방암검진 대상으로 되어 있어서 80세 이상의 쇠약한 노인이 국가암검진을 받기 위해 고통스러운 유방촬영검사를 받고, 위내시경을 받기도 한다. 최근 수명이 증가하고,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향상되면서 노인이라도 연령에 따라 일괄적으로 암검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고령의 경우에는 의사의 예진을 통해 개별적인 건강상태에 기반한 검진의 이득과 위해를 평가한 후 암검진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 바쁘다” 외면 말고, 검진 참여로 대체불가능한 ‘내 몸’ 챙겨야
10년 이상 탄 자동차가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정기점검을 받지 않고 타고 다닌다면 위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기적인 자동차 종합검사도 의무화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자동차 보다 훨씬 복잡하고, 대체불가능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를 조사해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바빠서’라고 답한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은 근거에 기반하여 꼭 필요하고 효과가 검증된 암검진을 제공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국가암검진을 꼭 받고, 몸에 이상이 느껴질 때는 바쁘다고 미루지 말고 의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검사나 조치를 받도록 권고한다, 내 몸이 이 세상의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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