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 배경, 내용, 평가와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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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23년)는 한미동맹 70주년의 해다. 지난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회담은 북한의 참공에 따른 6.25 전쟁참화를 뒤로 하여 동맹의 성과를 회고하고, 당면 도전요소들을 살피는 한편, 미래비전을 준비하는 자리였다고 하겠다. 양 정상의 입장은 ‘공동선언문’, 그리고 공동기자회견 등을 통해 양국 국민들에게 공개됐다.
이번 윤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이어 동맹간은 물론 두 대통령 개인간 친밀도를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이전 트럼프 정부와 달리 ‘미국의 귀환’,‘민주주의 가치’, ‘동맹과 파트너국가들’의 중요성 등을 외교기조에 두어 왔는데, 2022년 5월 취임한 윤석열 정부가 외교기조로 삼아온 ‘글로벌 중추 국가’,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과조응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미 안보부문 협력의 중요성은공동성명에서도 강조됐지만, 이번에 두 정상은 같은 날(4.26) 별도의 ‘워싱턴 선언’(WashingtonDeclaration, 2쪽 분량)을 채택,점증하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 (핵)억제 강화 방안과 이에 대한 두 정상의 확고한 의지와 약속을 천명했다. 본고는 워싱턴 선언 채택의 직간접 배경, 핵포함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내용, 그리고 평가 및
향후 과제를 간략히 살펴보려 한다
워싱턴 선언 채택의 직간접 배경
첫째, 2023년 국제질서와 국제핵질서가 공히 위협받고 있다. 2010년대 이래 격화되어온 강대국간 지정학 및 지경학 경쟁 심화, 여기에 더해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결정에서 비롯된 참혹한 전쟁이 유럽은 물론 국제질서에 대한 거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핵질서 역시 위협받고 있다. 2022년 8월 한달 개최되었던 제10차 NPT(핵비확산조약) 리뷰회의는 7년전 제9차 때와 마찬가지로 191개 회원국의 최종선언문 합의에 실패했다. 전원합의를 요하는만큼 러시아의 반대가 주요 불발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위험,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 등에 대한 회원국들의 우려와비난이 있었던 것이다. 채택되지 못한 합의문 초고를 보면 북한에 대한 우려도 담고 있다. 회원국들은 여섯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 및 NPT로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서방은 이란 핵프로그램과 함께 불투명속 증대되는 중국의 핵 역량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둘째, 국제질서와 핵질서가 불안정한 가운데 한국, 일본 등 미국 동맹국들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효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물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미국 ‘핵태세 보고서’(NPR, 2022)는 북한이 핵, 탄도미사일, 비전략 핵무기 다양성확충, 화학무기 비축 등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지역에 대해 지속적인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다며,미국과 동맹에게 ‘억제 딜레마’(deterrence dilemma)라 칭했다. 또한 한반도에서의 위기 혹은 전쟁은 다수 핵국가가 관여하는 확전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동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의 맞춤형 전략하 북한정권에 대해 “핵무기를 쓰고도 정권이 생존하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점증하는 북한핵과 미사일 위협하 한국과 일본내 정치, 군사 엘리트들, 그리고 일반여론내 최근 핵우산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어 왔다. 더하여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관계 평가절하의 기억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중 하나다.핵도미노로서 독자 핵개발을 할지, NATO형 핵공유를 해야 할지, 아니면 현행처럼 확장억제 강화로써 미국의 전략 핵전력 투사훈련 강화가 필요한지 등을 말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게 될 때, 예컨대 과연 미국이 서울, 도쿄를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할 수 있을지인 것이다.
한국내 일부 안보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조심스럽게 한국의 북핵 억제방안으로 핵옵션을 논하기 시작했다. 크게 두 방향이다: (i)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여 억제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의 결별로 수도 있다. 단적으로 한국이 NPT 제10조에 따라 탈퇴를 선언하고 재처리 시설을 확충하면 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받게 될 제재에 대해서는 여러 궁리들이 펼쳐진다. 이 경우 한국은 북한에 이어 두 번째로 NPT를 탈퇴하는 국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는 첫 국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도 첫 탈퇴국가가 된다. 옹호론자들의 논거들 중에는 국내외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 만한 국제비확산레짐의 허점 지적 등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출발점(핵무기 개발)부터 종점(남북 핵군축 성공)까지 매 단계 난관이 없거나 매우 적은 낙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각양각색이다. 옹호론자들 중에는 보수론자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혼재되어 있어 민감한 주제인 만큼, 세심한 구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 지난 1-2년 국내외 신뢰할만한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체로 한국인 응답자의 70%이상이 독자핵옵션을 선호한다고 밝혀 왔다. 이 점은 국제비확산 모범국가인 한국내 변화조짐인 만큼 국제적 화제로 등장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미국과 한국내 다수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자핵 개발 옵션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역시 논거는 다대하다. 이미 미국의 핵억제력이 준비돼 있고, 더구나 28,000명 주한미군이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독자핵으로서 오히려 한반도 긴장과 불안 고조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국가 우선순위에서의 상당한 기회비용(시간과 재정지원), 결정적으로 민수 원자력 프로그램 중단 및 여타 경제적 제재 가능성, 한미동맹 약화, 중국의 반대, 전세계적 비난, 특히 국제비확산 체제를 손상시킴에 따라 책임있는 국가로서의 이미지 퇴색 등이다.
(ii) 한편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한 형태로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라는 옵션이다. 미국의전술핵 무기는 1950년대 후반 주한미군 통제하 한국에 배치됐으며, 1960년대 중반 최대 약 950대에 달했었다. 1970년대부터 군사 및 보안 이유로 축소가 시작돼 1991년 마지막 약 100기가 남았었다. 이것이 1991년 9월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미국-소련 상호간 일방적 핵군축 계획의 일환으로 전면 철수된 것이다.
참고로 한국내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서 또 하나 대두되는 것이 NATO형 핵공유 모델이다. NATO 유럽내 1960년대 엄밀히는 핵을 공유한다기 보다 그에 수반하는 “위험과 책임”을 공유하는 취지로 출범한 것이다. 냉전기에 비한다면 대폭 감축됐지만 현재 유럽 5개국 공군기지에 약 200개 정도 B61폭탄이 배치돼 있다. 미국이 통제한다. 유사시 미국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해당국 보유 F-35 등 이중목적 전투기에 실려 사용된다. 유럽방식은 크게 이 같은 하드웨어 측면이 있고,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소위 ‘핵기획그룹’(NPG)이 있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 차원에서 유럽동맹국들의 안보보장, 그리고 서독 등 동맹국들의 핵확산 방지라는 이중적 목표를 지녔었다고 하겠다.
한국내 전술핵 재배치 주창자들은 대부분 보수성향 전문가들로서, 미국이 현재처럼 역외(괌, 미국 본토)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보다, 한국내 재배치함으로써 더 확실히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미국내 반대론자들은 비용과 위험이 장점을 능가한다고 본다. 예컨대,비축 인프라 재구축, 전문인력 배치, 안전관리 등을 위한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이중목적 항공기 혹은 미사일 전달체가 북한의 선제공격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은 미국이 이미 저위력 탄두 장착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미국에 기지를 둔 ICBM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여러 핵무기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득한다. 중국도 사드 미사일방어 배치 때보다 더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윤석열 정부도 핵옵션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한미 군사훈련 재활성화, 각종 협의 강화 등 바이든 정부의 확장억제 강화 노력이 가시화되고 한미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면서,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고 핵옵션에 대한 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워싱턴 선언의 내용
■ 동맹 70주년을 맞아 양 정상이 상호 방위관계 강화 및 상호방위 조약에 따른 연합 방위태세 유지 공약을 재확인했다.
■ 미국의 확장억제 제고 관련 한미의 기본 입장과 이해다. △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완전 신뢰”하며, 미국의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이점을 인식한다. 윤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NPT”와 “한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고, △ 미국은 자국 ‘핵태세 보고서’ 에 입각하여 한반도에서의 ‘그 어떤 “핵무기 사용”에 대해서도 한국과의 협의를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 미국의 확장억제 제고를 위한 좀더 구체적 력 방안들이다: (i) “핵협의그룹 (NCG)”의 신설: 확장억제 강화, 핵 및 전략 기획 토의,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 관리 등의 목적; (ii)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 합동이행 및 기획협력,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교육 및 훈련활동 강화; (iii) “핵 유사시” 협력강화를 위한 새로운 범정부 비상대응 훈련(table-top simulation)의 도입 등이다.
■ 미국의 한국 국민들에 대한 확장억제 안보약속이다. △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ironclad),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공격은 즉각적(swift), 압도적(overwhelming), 결정적(decisive)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되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전략잠수함”(핵탄도미사일장착 잠수함)의 기항 포함,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가일층 증진, 양국 군 간의 공조 확대, 심화를 강조했다. 양국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포함, 확장억제에 관한 기존 정부간 상설협의체 강화 및 공동노력을 위해 정보제공 시뮬레이션을 실시키로 했다.
■ 연합방위 태세에 대한 한국의 기여다. 윤대통령은 새로운 한국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긴밀한 협력 포함, 연합방위 태세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확인하였다.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수행하는 새로운 비상대응훈련도 포함된다.
■ 끝으로 두 정상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향후 조치들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 그리고 이의 진전 방안으로써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에 대한 확고한 입장도 밝혔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정상이 직접적으로 북한의 핵역량 고도화 및 도발 위협에 대해, 적어도 현재수준, 동맹의 최대 확장 (핵)억제방안을 결의한 문건이며, 일정정도 한국의 역할과 관여가 증대된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 방미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첫째, 동맹에게 북한의 핵위협은 안보딜레마이다. 따라서 워싱턴 선언의 방안들로써 북한의 도발을 “충분 수준” 억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워싱턴 선언과 여기서 새로 합의된 방안들은 한국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 결과로 보인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양국 실무진들에 의한 보다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후속조치들이 필히 기대되는 이유다.
둘째,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관련, 어떤 경우도 한국과 협의할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 공약했다. 미국의 핵무기 사용은 오직 미국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는 주체여서 대통령 수준에서 협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는 약속은 매우 의미 있다. 동시에 좀더 정확하게 그 의미를 파악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신설 ‘핵협의그룹’(NCG)은 동맹이 처한 위협의 형태와 성격을 고려한 맞춤형 협의체가 될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대한 미국의 준비태세에 대해 한국의 관여를 수용하는 의미여서 파격적인 요소다. 기존에 유사한 협의체들이 없던 것은 아니나 그 수준을 격상하고, 나아가 제도화한 것이다. 다만 미국 관리들은 워싱턴 선언, 특히 NCG를 두고 소위 “핵공유” 기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국제적으로 민감성이 큰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NCG를 NATO의 ‘핵기획 그룹’(NPG)에 견주는것도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셋째, 한국과 비슷한 안보위협에 놓여 공히 미국의 확장억제 효용성과 신뢰성 제고에 부심하고 있는 일본도 한미정상의 워싱턴 선언과 신설 핵협의 기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워싱턴 선언은 부분적으로 한국내 독자핵무장에 관한 비공식 논의가 배경이 됐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워싱턴 선언에서 한국은 미국의 강화된 확장 (핵)억제와 안보보장 약속,한미동맹의 핵협의 상설체 신설 등에 따라, 지금까지처럼 국제비확산 레짐 NPT, 그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한 한미 원자력협정을 준수키로 했다.
단적으로, 한미정상 차원 별도의 워싱턴 선언은 동맹의 확장 (핵)억제력 강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됐고 국제적으로도 독특한 선례를 설정한 계기가 됐다. 동시에 향후 북한 핵역량의 성격과 규모 변화에 맞추어 동맹의 억제와 방위 접근법도 이번 보다 긴밀해진 상호 신뢰 기반 위 부단히 적응, 변화해갈 것이라 기대된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정책 2023-6월호 제31호] (2023.6.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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