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국제정세의 불안정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방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6월03일 16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3일 12시09분

작성자

  • 박영준
  • 국방대학교 교수/ 부설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메타정보

  • 0

본문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 정책 추진과 그에 대한 국내외 평가

 

지난 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연설과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 및 한일관계 개선, 그리고 그를 통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표명해 오고 있다. 예컨대 지난 3.1절 기념사를 통해서는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이제는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및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복합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기조 하에 윤석열 정부는 그간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주요인의 하나가 된 강제징용에 대한 2018년 10월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제3자 변제의 방식으로 해결해 가겠다는 정책을 전격적으로 표명하였다. 이를 통해 한일관계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6일, 일본을 방문하여 기시다 후미오 수상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완전 정상화하며 경제안보대화의 채널도 갖기로 합의하였다. 한일정상회담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재차 “고조되는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및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양국 간에) 적극 협력”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설명하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미국을 국빈방문하여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한미동맹 강화와 더불어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발표된 것처럼 양국간의 공동 북핵 억제 태세 강화 방안이었지만,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 양국 정상이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포함시킨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3국 협력 기조의 복원에 대해 미국과 일본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일본 기시다 수상은 당초 여름 이후로 예정되었던 방한 일시를 앞당겨 지난 5월 7일, 한국을 전격 방문하여 양국 정상간 셔틀 외교를 복원시켰고,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다졌다. 일본 기시다 수상이 5월 19일부터 주최한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수상의 초대를 받아 참가하였고, 비록 짧은 시간의 조우였지만 한미일 3국 정상 간에 회동이 이루어지면서 3국 협력의 필요성이 재차 확인되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및 일본 정상을 워싱턴에 초청하여 재차 한미일 정상회담이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예정으로 있다.

 

이같은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 기조 복원의 정책방향에 대해 야당 및 일부 시민단체들은 반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중국 및 북한의 반발을 불러와 한반도 안보정세가 더욱 경색될 것이고, 무역액 1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관계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또한 한미일 협력기조의 복원 속에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용인하거나,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 문제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제안보정세의 구조적 변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의의

 

한국이 처한 국제안보정세의 긴박한 변화 추세를 고려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복원 정책은 국제정세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며, 한국의 국가정체성과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방향이라고 평가된다. 현재의 국제안보정세는 지난 1990년대 이래 전개되었던 미국 주도의 탈냉전기 질서와 다른 구조적 변용을 보여주고 있다. 2022년 2월 이래 전개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NPT 체제 하에서 핵보유가 인정되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동요시키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군사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에 대응하여 국내적으로 추가 병력의 동원령을 내리고 전술핵의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등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 유엔 안보리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NPT 체제도 기능부전의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한국의 안보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2010년대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진핑 주석이 대만의 독립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대만의 해, 공역에 대해 인민해방군의 함정과 항공기들이 수시로 전력을 투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른 군사적 지원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대만 해협에 대한 ‘자유의 항행’ 작전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여타 대미 동맹국들인 일본과 호주는 적극 호응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대만해협 유사 사태가 일본의 안보에 직결된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오키나와에서 대만으로 이어지는 남서제도 일대에 자위대 정찰부대들과 미사일 전력을 신규 배치하고 있다. 호주도 미국 및 영국과 체결한 AUKUS 협정 하에서 증강될 핵추진잠수함 등을 이용하여 중국의 남중국해 및서태평양 방면 군사력 투사에 대응한다는 국방정책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같이 글로벌 안보정세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핵 및 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면서, 공세적 대남전략을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있다. 특히 2022년 9월에 공표한 ‘핵무력법’은 자신들의 최고 존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 등 5가지 경우에 핵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언하고 있다. 이같이 현재의 국제안보질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그리고 미중간 전략적 경쟁의 격화 속에 구조적으로 미국 및 나토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 및 중국이 연대하는 전체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 노정되고 있다. 한반도 차원에서는 핵능력 고도화에 바탕한 북한의 공세적 핵태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 하에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이 기존의 한미동맹 체제를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정상화하면서, 전통적인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공고화를 지향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이익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국가적 정체성과도 부합하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한국은 경제력 규모 측면에서는 세계 10위권으로, 군사력 평가에서는 세계 5-6위권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종전과 같이 국제안보질서의 변화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전략적 모호성’의 외교에 갇혀서는 안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서나 인도-태평양 전략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자유, 평화, 번영”의 비전 하에 한반도 및 글로벌 안보질서를 재구축하는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복원은 그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정책 방향

 

사실 한국, 미국, 일본 간에는 제1차 북핵위기가 발생했던 1990년대 말 이후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외교적 협의, 정보공유, 그리고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해 왔다.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여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태평양 방면에 착탄된 이래, 한미일 3국은 대북정책조정그룹(TCOG)을 발족한 바 있다. 이후 한미일 3국은 대북 정책 협의를 위한 차관보급 안보회의, 3국간 국방장관 회담, 그리고 정상회담을 수시로 개최하면서, 북한 정세를 논의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조정해 왔다. 예컨대 지난 해 6월 11일, 싱가폴에서 개최된 3국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3국간 연합 미사일방어훈련의 재개가 합의되었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공동의 인식도 표명된 바 있다. 같은 해 11월에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미사일의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이 협의되기도 하였다. 

 

 이같은 정치외교적 협의를 뒷받침하는 것이 3국간 대북 정보공유체제이다. 한미 간에는 이미 1987년 군사비밀보호협정이 체결된 바 있고, 미일 간에도 2007년에 같은 협정이 체결되었다. 다만 한국과 일본 간에는 정보공유에 관한 협정 체결이 지연되다가 2014년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협정인 TISA(Trilaterla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가 체결되었고, 2016년에 한일 간에 GSOMIA가 체결되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한일 갈등이 악화되면서 지소미아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의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지소미아의 정상화를 선언한 바 있다. 

 

상호간의 정치외교적 협의와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한미일 3국은 탄도미사일 방어나 대잠 훈련 등에 초점을 맞춘 연합훈련을 2010년대 이후 실시해 오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기간 연합훈련이 사실상 중단되었으나, 지난 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다시 3국간 연합훈련이 재개되고 있다. 2022년 8월, 하와이에서 미국 주도의 림펙 훈련이 개최되었을 때, 한미일 3국이 별도로 미사일 탐지 및 추적을 목표로 하는 퍼시픽 드래곤 훈련을 실시하였고, 올해 3월에는 제주 해상에서 3국 연합의 대잠 해상훈련을 실시한 것이 그 사례들이다.

 

향후에도 북핵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의 정치외교적 협의, 정보공유, 그리고 연합군사훈련이 지속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이같은 3국간 안보협력 지속이 북한의 공세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이 보다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정책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억제효과를 거두기 위해 이미 한미 정상간의 워싱턴 선언에서 표명된 바와 같은 한미간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에 일본 등이 추가로 참가하여 확장억제 태세를 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국 뿐 아니라 인태지역 동맹국들인 일본과 호주에도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북핵에 대한 공동 대처를 위해서는 이들 국가들도 핵협의그룹에 참가하는 것이 확장억제 태세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본다.

 

둘째,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기존의 허브 앤 스포크형 양자 동맹 구조에 더해 AUKUS나 QUAD와 같은 소다자 안보협의체를 병행하는 안보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쿼드나 오커스 같은 미국 주도의 소다자 안보협의체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태세 강화를 위해서도 일본이 이미 참가하고 있는 쿼드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공여받을 수 있는 AUKUS에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미국 주도의 유엔사령부 전력제공국 회의체에 한국과 일본이 함께 참가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소다자 안보협의체에의 참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현상변경적 정책에 대한 대응의 의미도 가지게 될 것이다.국제안보정세가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유동적인 국제안보질서 속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한국으로서 기존의 동맹국 미국에 더해, 가치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일본 등과의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안보정책의 불가결한 선택이다. 증대된 한국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국제안보질서에서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야 할 것이다.<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정책 2023-6월호 제35호] (2023.6.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0
  • 기사입력 2023년06월03일 16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3일 12시0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