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파동의 근본적 원인과 그 이후의 정부대응, 무엇이 문제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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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말정산 파동의 시작은 2013년 8월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의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개편(안)은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의 소득계층에게 세부담을 증가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어 서민의 세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이 있었고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세부담이 증가되는 계층을 연소득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변경된 수정(안)을 발표하게 된다. 2014년 1월1일,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제개편(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 1월1일 시행되게 되었는데 실제 연말정산을 해본 납세자들은 전에 납부하던 결정세액보다 세액이 늘자 반발하였고 2015년 1월20일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의 연말정산 관련 브리핑, 1월21일 당정 협의에서 소급입법을 적용해서라도 증가된 세액의 경감을 약속하게 된다. 정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2015년 4월7일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발표하게 되었고 바로어제 5월4일 보완대책이 반영된(야당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일부 있지만)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여기까지가 연말정산파동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이다.
필자도 최근 연말정산과 관련한 연구논문 오문성, “연말정산 논란과 소득세법 개선방향”, 2015.3.31., 입법 & 정책(Legislation & Policy) 제9호, pp.75~98
에서 개정된 세법을 바로 취소하고 다시 개정 전으로 돌아가기는 매우 힘든 일 이어서, 현재 추가적인 세부담을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근로소득공제의 축소와 6세 이하 및 출생자에 대한 소득공제 폐지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의 해결방법으로 근로소득공제는 과거(2013년 기준)와 동일하게 축소부분을 취소하고 세액공제부분에 6세 이하 및 출생자에 대한 세액공제(6세 이하 자녀의 경우 1인당 20만원, 출생자의 경우 1인당 25만원의 세액공제)를 신설하면 이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2015년 4월7일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발표한 연말정산 보완대책은 상당부분 여론을 수렴하여 자녀세액공제 확대, 출산·입양 세액공제 신설, 연금세액공제율 확대, 표준세액공제인상,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 등 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을 통하여 납세자의 불만을 진정시키는 문제를 생각하기전에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정부가 세수추계의 오류로 인하여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되어 이의 수정을 위하여 대책을 내어 놓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러한 원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면 대책을 내놓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필자는 연말정산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납세자의 반발을 조속히 진화하려는 정부 측의 노력으로 납세자들이 만족스러워 하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세정책의 신뢰성측면에서 정부는 좋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 2015년 4월7일 기획재정부의 연말정산대책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2013년 세법 개정효과는 당초추계와 유사하며, 급여 5,500만원 이하자의 85%는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는 해당소득자의 평균적인 상황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의 세수추계에 있어서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납세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통해서 4,227억원의 세금을 환급하겠다고 한 것은 어떤 연유인가? 필자가 판단하기로는 납세자의 반발에 기획재정부가 너무 빨리 반응했다. 정부의 당초 세수추계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이후 분석과정을 통하여 치명적 문제가 존재하지도 않았음을 사후적으로도 자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반응한 것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다보니 정책의 신뢰성측면에서는 씻을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조세정책을 포함한 모든 정책은 시행하기전 여러 가지 다양한 경우를 상정하여 시뮬레이션하여 결정하고, 일단 결정된 다음에는 정책결정과정에 치명적 오류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일정기간 시행해보는 것이 정상적인 진행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정세법을 시행하고 난후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짧은 시간 후에 세법개정을 하여 소급적으로 적용한 것은 필자의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이러한 현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개정세법에 대한 납세자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하여 국민 고충을 해결하려는 정책적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유권자의 표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포퓰리즘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된다.
정부 측에서는 납세자에게 유리한 소급이라 법적용에 문제가 없고 정부가 처음에 한 세수추계도 크게 틀리지도 않았고, 결국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된 것이니 무슨 문제가 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러한 사건을 통하여 정부는 국민이 기대하는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치명적 상처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정책이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로 인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나갔을 때, 많은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바로 잡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연말정산 파동의 문제는 세수추계의 오류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혹자(或者)는 정부의 세수추계의 오류를 지적하지만, 필자가 보기로는 처음부터 세수추계에 치명적 오류는 없었으며 이 부분에 대하여는 4월7일 연말정산대책을 발표한 기획재정부도 인정한 사항이다.
연말정산파동의 처음 원인은 “증세 있는 복지”의 불가피성을 정부가 설득시키지 못한 것에 있다면, 그이후의 문제는 세수추계를 특별히 잘못하지도 않았으면서도 너무 신속한 대응으로 정책의 신뢰성에 치명적 상처를 줌으로써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시 정책 집행에 있어서 잘못된 사례를 남겼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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