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장률 전망을 믿을 수 없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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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제시한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0월 3.9%에서 금년 1월 3.4%로, 4월에는 3.1%로 다시 하향 조정 되었다. 한편 금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평균 전망치는 연초의 3.5%에서 최근 3.3%로 낮아졌으며, 일부 외국 투자은행들은 금년 경제성장률이 2% 중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작년 10월 한국은행 전망치 3.9%를 믿고 2015년 투자 등 중요한 사업계획을 세웠다면, 현재 시점에서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치 3.1%나 시중의 2%대 전망치를 듣고 보면, 가슴이 철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름 아닌 정부가 그렇다. 정부는 매년 4월경부터 이듬 해의 예상편성 지침을 마련하고 9월에는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발표한다. 정부 예산안의 편성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는 경상성장률 전망치다. 이 전망치를 토대로 세수 증가율과 세출 증가율 등 예산안의 골격을 결정한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안 편성에 있어서 매년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나오는 이듬해 성장률 전망치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그러면 이 자료가 얼마나 정확한지 살펴보자. <표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2012년의 경우, 실제 성장률은 2.3%로 하반기 전망치 4.6%의 딱 절반에 그쳐 예측치의 오차율은 100%였다. 2013년 GDP 성장률의 경우 2012년 7월 하반기 전망치는 3.8%였으나, 실제 성장률은 2.9%로 0.9%p 낮아 오차율은 24%였다. 2014년 GDP 성장률의 경우 2013년 하반기 전망에서 4%로 제시되었으나, 실제 성장률은 3.3%로 0.7%p 낮게 나왔다. 오차율은 18%다. 2015년의 경우, 금년 4월 전망치 3.1%가 그대로 맞는다고 하더라도 2014년 하반기 전망치 4.0%에 비교하면 오차율은 23%다. 만약 금년 GDP 성장률이 2%대에 이른다면, 오차율은 30%가 넘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왜 이렇게 예측오차가 크게 나오는가? 한국은행은 국정감사를 받을 때마다 국회의원들의 성장률 전망 오차에 대한 질책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할 말이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예측 오차가 큰 이유는 세계 경제성장률이나 무역성장률 등 예측모형의 핵심 외생변수들의 전망치를 IMF의 전망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정확성 정도를 살펴보자. 2014년 전망치의 경우, 처음 발표된 전망치는 4.1%였으나 5번에 걸쳐 수정되어 3.3%로 낮아졌으며, 실제치는 3.4%로 오차율은 17%를 보였다. IMF의 세계경제 전망(WEO)은 그 영향력의 중요성으로 인하여 좀처럼 어두운 경제전망을 내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에 하방위험을 지적하고 계속 하향 수정치를 발표해 왔다. 따라서 WEO 보고서의 과거 전망 양상을 보면, 처음 발표되는 전망치는 최소한 20% 정도 낮추어서 보는 것이 주먹구구식으로 더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IMF 전망치를 주먹구구식으로 20% 낮추어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니 한국은행으로서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의 정확도는 통화정책의 핵심 참고자료인 만큼 한국은행의 신뢰성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 결정에 참고 정보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를 참고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는 정부다. 물론 정부는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2013년의 예산안의 경우 2012년 7월 한국은행은 2013년 성장률을 3.8%로 전망했으며, 정부 예산은 이보다 약간 높은 4%를 전제로 예산안을 편성했다. 즉 정부는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다소 낙관적인 전망치를 사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IMF의 WEO 예측치로 인하여 정확도에 문제가 있는 한국은행의 전망치에 더해서 정부는 이보다 더 낙관적인 전망치를 전제로 예산안을 편성하는 결과로 세수 예측은 과대하게 설정되고, 세수를 고려한 세출 또한 과대하게 설정되는 결과로 만성적·구조적으로 재정적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로 세수 결손은 금년까지 4년째 계속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으며, 장기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추계치는 사실상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지난 3년간 세수 결손 규모가 2012년 2조 1천억원, 2013년 8조 5천억원, 2014년 10조 9천억원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4년 결산 결과 총 국세는 2013년 대비 3.6조원 증가하여 1.8%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편 기재부의 2015년 세수 전망치는 221조원으로 2014년 세수 예상치 216조원보다는 2.1% 많으나, 실제 세수가 205.5조원에 그침에 따라 그 보다 7.6% 증가한 규모다. 세수 증가율이 작년에 2.1%에 그쳤으며, 금년이 작년보다도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세수는 작년 중가율의 3배도 넘는 7.6%를 더 걷을 수 있겠는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IMF의 WEO 전망치 하향조정 행태를 보면,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국은행이 금년 성장률을 3.1%로 낮추고, 시중에서는 2%대 성장률 전망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금년 실질성장률 3.8%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IMF의 WEO에서부터 한국은행 전망치와 기재부 전망치에 이르기까지 성장률 과대 추정과 반복되는 하향조정이 만성적·구조적으로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한국은행과 정부 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경제지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되고 특히 장기재정 건전성 확보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가? IMF의 세계경제전망(WEO)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은행과 정부 예산편성의 전망치 왜곡 문제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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