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사태 이후 자산 배분 전략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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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안의 핵심
- 3월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이슈는 SVB등 미국 지역은행 신용경색과 CS로 대표되는 유럽은행 부실 우려였다. CS는 UBS와의 합병으로 일단락된 반면, SVB사태는 여타 지역은행 뱅크런 및 도산 우려로 이어지면서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한 모양새다.
- SVB만의 특수성, 가령 자산측면에선 장기채를 초저금리에 과도 매수한 후 헤지를 거의 안해 평가손이 막대했던 것과, 부채측면에선 디지털/정보에 익숙한 실리콘밸리 예금주들이 인터넷뱅킹을 통해 한꺼번에 뱅크런을 했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사안의 본질적인 측면에선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즉, (코로나 때 유입된) 막대한 유동성이 연준의 급속 긴축과정에서 빠르게 유출되면서 취약한 곳부터 문제가 터지는 양상으로, 사실은 장기적인 유동성 싸이클상 익숙한 패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래 [그림1]에서 보듯, 코로나 당시 비현실적 수준으로 유동성이 폭등했었고, 최근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통화량이 감소할 정도로 공격적인 긴축 상황인 바, 이러한 역대급 냉/온탕 급변 속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아무 탈도 안 생긴다면 그게 더 이상할 지도 모른다.
-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보면, 당시는 부동산/모기지/파생상품의 버블/버스트가 핵심인 반면, 지금은 국채버블이 가장 크고 일부 상업용 부동산에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당시엔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이 하락하면서 재무제표가 망가지고 모기지채권 부실화와 맞물려 악순환이 심했으며 파생상품 레버리지로 충격이 더 컸던 반면, 지금은 위기로 인해 오히려 국채가격이 회복되면서 상황이 안정되는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도 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들은 그간의 규제로 인해 건전할 뿐 아니라 지역은행으로부터 자금이 이들 대형은행으로 유입되고 있어서, 전체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 하지만 지역은행의 디레버리징은 불가피하고, 대형은행들도 채권 평가손이 막대하긴 마찬가지인 데다가 (들어온 자금을 모두) 대출확대에 쓰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경제 전체의 신용위축과 경기둔화 압력은 불가피해 보인다. 월가의 IB들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번 여파로 미국의 GDP가 0.3~1%가량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아래 [그림3]은 필라델피아 연준이 미국내 경제전문가들에게 향후 4분기내 침체 가능성을 묻는 서베이 결과인데, 데이터가 집계된 69년 이래 최고치(4Q22)를 찍고 살짝 내려온 상태이며, [그림4]는 GDP전망치의 편차 즉 전망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데 이 역시 (코로나 당시보단 낮지만) ‘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은 걸 확인할 수 있다.
- 그런데 그럴 법도 한 것이, 최근 2~3년간 자본주의 역사 이래 최악의 보건 위기를 겪었고, 그 와중에 터무니 없을 정도로 과잉 대응을 했으며(연준 뿐 아니라 미 정부도 사실상의 MMT를 시행한 셈), 지정학 갈등이 본격화되며 20년 이상 이어져온 기존의 GVC이 재편되는 상황이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매크로상의 출렁임과 불확실성이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이렇다 보니 향후 경제전망과 관련해서도, 인플레 고착화/스태그플레이션/깊은 경기침체 등 분분하다. 앞서 전문가 서베이에선 침체 확률만 물어보는 조사였지만, 인플레를 동시에 우려하면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셈이 된다. 혹은 연준이 침체를 너무 두려워해서 지나치게 완화로 전환하게 되면 침체는 면하더라도 인플레 고착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견해들도 있다.
- 아래 [그림5]는 펀더멘탈 즉 경기와 물가를 기준으로 자산군이 어느 국면에 위치하는 지를 나름 단순 도식화 해 본 것이다. 연준이 작년 봄 긴축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1의 국면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는 2/3/4 어디로 갈지 의견이 나뉘는 상황인 셈이다.
<그림6> 미국채 1년 금리와 30년 금리
- 짧은 소견으로는, 만일 SVB사태가 없었더라면 연준은 더 공격적으로 긴축을 이어갔을 것이고 (그래도 인플레 보다는) 경기가 먼저 둔화되고 이후에나 천천히 인플레를 끌고 내려올 것인 바, 위 그림에선 우선은 2, 이후 점진적으로 3으로 가고,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4로 옮겨가는 국면이 향후 1~2년 안에 진행될 것으로 보았었다.
- 하지만 신용위축 여파로 연준의 긴축은 (일단은) 당초 예상보다 느려지는 상황이다. 3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밝힌 바 처럼, ‘민간의 금융위축이 연준의 통화긴축을 대체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심은, ‘높아진 민간긴축 + 약화된 통화긴축’의 조합이 기존 시나리오 대비 경제와 시장에 어떤 차이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정량적 분석 및 비교는 거의 불가능하며, 단지 전달 경로상 시장에 미칠 정성적 영향에 대해선 차이를 생각해 볼 있을 것이다.
- 즉, 기존의 ‘통화긴축 only’ 였다면, 이는 주로 국채금리 상승과 그 여파에 따른 신용금리(회사채/대출 등) 상승, 주가 하락, 달러 강세 측면에 더 영향을 주었을 것인 반면, ‘통화긴축 완화 + 민간 신용위축’ 구도라면 국채금리 반락과 달러 약세, 그에 힘입은 주가 선전이 기대되는 한편 신용금리 상승은 더 두드러지는 양상일 수 있을 것 같다.
- 은행위축이 시스템 위기나 심각한 경기침체로 비화되지 않는 한 이번 SVB사태가 주식과 국채 시장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다만 연준의 후퇴가 주식 뿐 아니라 (달러약세를 통해) 원자재도 다시 높이고 특히나 ‘Inflation Fighter 의지 약화’ 인식을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는 점은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향후 은행권 위기가 점차 진정되는 가운데) 실제로 그러한 위험이 점점 커지게 되면, 연준은 다시금 긴축의지를 강조할 가능성이 있고, 그리되면 (국채)금리/달러/주가는 또다시 변동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인플레/정책/시장 간의 dynamics는 종국적으로 인플레가 해소되기 까지는 반복될 터인데, 이번 SVB사태 여파로 정책이 잠시 쉬어 가면서 결과적으로 그 게임 양상이 좀 더 늘어지게 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 이러한 분석을 위의 [그림5]를 통해 다시 적용해 보자면, 기본적으로는 위 언급한 기존 수순을 따르되 그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과 전망은 앞서 언급처럼 ‘08년 금융위기 급의 불확실성 속에서 그리고 또 몇 가지 가정들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확신의 강도를 자신하긴 솔직히 어렵다. 특히나 수십년 만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불거지고 그에 따라 GVC이 급변하는 시대적 조류를 감안하면, 위 언급한 경기/인플레 관점의 자산배분 틀도 소소한 스토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향후 1~2년 정도 걸쳐 자산배분 전략을 추천해야만 한다면, 자산군에서는 금도 편입, 지역별로는 지정학과 GVC수혜인 인도/멕시코, 주식에 있어서는 (작년부터 계속 강조해온 ) 아래 그림의 업종들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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