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확대 필요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최근의 불안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 주도 국제질서가 약해지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부상하고 있음.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자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인도 역시 글로벌 사우스를 규합하며 주도권을 확보해 가고 있음.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아직 미국의 영향력을 대체하기에는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 국제질서에 틈새가 생기고 있음. 특정 국가가 폭넓게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이러한 국제질서는 공적개발원조, 금융협력 등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지를 넓혀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
► 미중 간의 지정학적 · 경제적 대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티반군 및 이란의 중동지역 해로 장악 등은 최근의 불안정한 국제질서의 단면을 보여줌.
-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기존 국제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국가들이 기존 국제질서의 변경을 시도하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깨지는 모습임.
► 이러한 대립적 국제질서 속에서 양쪽(민주 또는 권위 주의) 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이 눈길을 끌고 있음.
- 글로벌 사우스는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동북아의 강대국 등을 일컫는 글로벌 노스와 대비하여 북반구의 저위도부터 남반구에 이르는 지역의 130여개 중 · 저소득국가들을 일컫는 개념임.
- 이들 국가들 중 일부는 냉전시대 비동맹 국가들이 추구한 이념적 접근과는 다르게 현실주의적 실리를 바탕으로 양쪽 진영에 대해 선택적 협력을 추구하는 국가들임
- 가령 인도는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원유거래 등 경제적 교류를 지속하면서도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체 QUAD 및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여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음.
- 인도 외에도 튀르키에,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남아공화국 등이 지역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쪽 진영 사이의 중간지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선택적 실리 추구에 적극적이지 않은 중저소득 국가들 또한 양쪽 진영에의 명시적 참여를 거부하며 글로벌 사우스 그룹을 형성함.
► 이러한 국제질서의 다극화는 그동안 미국이 주도한 국제질서에 대한 신뢰가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결과 전쟁 발발 등 불안정한 국제질서로 이어지고 있음.
- 한 국가에 대한 신뢰는 그 국가의 군사 및 경제적 힘, 정치 및 문화적 매력, 역사적 특성 등의 기반 위에 그 국가의 약속 이행 및 기대 부응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면서 생겨남.
- 이러한 신뢰 속에 동맹은 물론 파트너 국가들이 대외적 협력을 확대하고 갈등을 축소시켜며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켜 가면서 국제질서는 안정화됨.
- 세계 2차대전 이후의 미국은 유럽과 일본의 재건, 유엔 및 브레튼우즈체제 창설, 나토 구축,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의 세계화 추진 등을 통해 국제질서에서의 신뢰를 쌓았으나, 이라크 침공(2003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포기, WTO 상소기구 기능 정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등으로 인해 그 신뢰가 약해짐.
-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중시하며 자국우선주의적 경제정책(New Washington Concensus)을 시행한 것 또한 자유무역을 중시하던 기존 대외경제정책의 후퇴로 인식되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킴.
- 아직까지는 미국의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 등 경쟁국의 도전과 함께 중간지대 국가들의 지지가 이탈하면서 국제질서가 불안정해지고 있음.
► 중국이 국제질서에서 미국 주도력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제질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높은 신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임.
- 1970년대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경제가 연평균 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빈곤에서 벗어나고 21세기 들어 이룬 현대화 등은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모범사례가 됨.
-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120여개국과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되었고 다양한 산업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연결고리를 보유한 중국은 이제 미국 경제에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신뢰를 얻고 있음.
-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의 10%대에서 2010년대에 7%대, 2020년대에는 5%대로 하락하고 인구구조 또한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옴.
- Posen(2023)*은 이러한 중국경제의 둔화를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통제 강화 및 경제 활동 개입에 따른 민간부문의 역동성 하락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로 파악하였는데, 이러한 중국 내의 정치 · 경제적 변화는 대외적 신뢰를 약화시킴.
* A. Posen, “The 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 Foreign Affairs, 2023.8.
- 중국이 10년간 일대일로 정책(BRI)을 실시하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개발협력을 지원하였지만 이들은 부채의 함정을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의 강압적 영유권 주장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친러시아적인 중립 고수로 인해 중국의 대외적 신뢰는 크게 훼손되었음.
► 한편 인도는 미국 신뢰 하락 및 중국 신뢰 부족에서 유발되는 불안정한 국제질서 환경을 자국의 국제질서 주도권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나, 부족한 역량으로 인해 아직까지 국제질서 안정화에 필요한 만큼의 신뢰 확보가 어려운 상황임.
- 2023년 Voice of the Global South Summit을 중국의 참여 없이 2회(1차 1월, 2차 11월) 개최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125개 국가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였고, 2023년 9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중저소득국가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국제질서 리더로서 자리잡고자 하였음.
-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2023년, 14억 4천만), 평균연령 28세로 15~59세 인구가 전체의 2/3인 젊은 인구구조, 2014년 이후 중국을 추월하기 시작한 6%대의 경제성장률,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유입 등 최근 대외적인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함.
- 하지만 3.4조 달러 규모의 명목GDP(2022년 IMF; 중국 17.9조 달러), 2,390달러의 일인당 명목GDP(2022년 IMF; 중국 12,670달러), 494억 달러 규모의 FDI 유입액(2022년 UNCTAD;중국 1,891억 달러) 등 인도의 대외적 신뢰가 중국을 넘어서기에는 크게 열세인 상황임.
- 중국이 1조 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서구 중심의 개발협력을 대체하며 글로벌 사우스를 선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온 반면, 인도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접근은 중국과 같은 주도적 경제적 지원 보다는 냉전시기 비동맹그룹 유산을 배경으로 선진국과 글로벌 사우스 간 협력 중재 역할에 치중하고 있어서 글로벌 사우스로부터의 신뢰는 아직 약함.
► 국제질서가 불안정해진 이 시기에 글로벌 사우스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인데, 미국, 중국, 인도 등이 이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공백이 남아있음에 따라 공적개발원조, 금융협력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음.
- 대외개방을 통해 성장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해 왔지만, 이제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이 증대된 만큼 이들과의 협력연대를 더욱 강화하여 새롭게 대외경제적 지평을 넓혀야 함.
- 우리의 경제발전 성공사례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에서 미국, 중국, 인도 등과는 다른 상생의 방식을 제시할 수 있음
- 우리나라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주요 협력 수단인 공적개발원조(ODA)는 2022년 28억 달러를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GNI 대비 0.17%에 불과해, 이에 대한 확대* 및 적절한 전략 구사가 필요함.
* 우리나라가 회원국으로 활동하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는 국제원조, 국제개발협력 등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하는 OECD 내 핵심기구)의 30개 회원국 평균 ODA/GNI 비율은 0.37%(2022년)임.
- 금융부문에서는, 공적개발원조와는 별개로 수행되는 해외금융협력협의회의 금융협력 사업이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더욱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임. <KIF>
<ifsPOST>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3권 02호](2024.1.26.) ‘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