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지속, 그 원인과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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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13일 원·달러 환율이 1,375원을 돌파했다.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 12일 현재 달러 인덱스 지수(DXY)도 106.01이다. 지난해 12월 27일 100.99로 바닥을 친 후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DXY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다.
4월 1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우리나라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과거와 달리 국민연금과 서학개미도 많고, 우리나라의 해외자산도 늘면서 환율 변화에 따라서 경제위기가 오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시장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소는 대략 다음의 다섯가지다.
①우선 미국 실질금리가 상승 중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최근 10년물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Treasury Inflation Protection Securities) 금리가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TIPS는 명목 국채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값이다. 실질금리 대표 지수로 TIPS 가 활용되는 이유다.
미국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자산 보유 유인이 커진다. 또한 실질금리가 높다는 것은 경제활력도가 양호함을 시사한다. 미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달러화 값이 오르게 된다.
②다음으로 중동지역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방 연합군과 예멘 후티 반군 간 홍해지역 무력 충돌로 중동에서 확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③미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pivot)이 지체되는 것도 주요 이유다.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금리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지난 3월 파월 미 연준의장 발언이 결정적 계기다.
이 발언 이후 시장이 예상하던 ‘6월 금리인하 개시’ 가능성이 늦춰지고 있다. 미 연준 기준금리가 2024년 말에는 4%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3개월 전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4월 들어선 2024년 말에는 4%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3개월 전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4월 들어선 2024년말 4.75%를 기대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④글로벌 초과 유동성 감소도 달러화 강세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기간 중 대규모 달러화 유동성이 전 세계에 공급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지배적 지위가 대폭 강화됐다. 그러다가 2022년 3월부터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더해 양적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을 병행했다. 미 연준 자산은 2022년 4월 8.97조 달러에서 2024년 3월 7.5조 달러로 줄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같은 기간 8.7조 유로에서 6.7조 유로로 축소됐다. 글로벌 유동성 감소로 금융 여건이 긴축되자 위험회피 현상이 확산됐다.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⑤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세도 강(强)달러화 지속의 원동력이다. 낙관적 소비자 분위기, 제조업에 대한 미 정부 보조금, 노동시장 호조 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은 진정세를 보임에도 노동시장 실업률이 높지 않은 특이 현상(immaculate disinflation)이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고금리 여건 속에서도 미국 경기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미국 중립금리(r*) 상승이 지적된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r)의 중립금리(r*) 상회’ 여부(r-r*>0 또는 r-r*<0)가 통화정책 스탠스 판단기준임을 강조한 바 있다. 기준금리(현재 5.5%)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2.5%대로 추정되는 중립금리(r*)가 오르면 금융긴축의 정도가 완화됨을 의미한다.
시사점과 전망
안정세를 유지하던 인플레이션이 최근 다시 반등하는 조짐이다.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에 따른 유가 인상 압력, 미 볼티모어 교량붕괴에 따른 공급망 훼손 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올리고 있다. 금세라도 내릴 것 같던 인플레이션이 끈덕지게 이어지는 것이다(sticky inflation).
이에 따라 높은 금리가 상당 기간 계속될 거라는 주장이 나온다(‘higher for longer’). 기준금리를 내리기는커녕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윌리암 더들리(William Dudley) 전 뉴욕연준 총재도 그중 하나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Morgan Chase회장은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길게 지속된다고 본다. 그는 “8% 이상의 금리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두 달러화 강세 지속을 시사하는 주장들이다.
달러화 강세는 각국 중앙은행, 정부에 두통거리다. 외채부담이 큰 나라들이 위험에 처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달러 강세의 근저에 ‘실질금리 상승’이 있다는 점은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 운용을 크게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초저금리 시절에는 경제성장률(g)이 금리(r)를 크게 웃돌았다( r < g ). 정부지출이 늘어 재정이 적자라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오히려 떨어지던 때다.
(국가부채 방정식) Dt / Yt (국가부채 비율) = [Dt-1/Yt-1 × (1+r) / (1+g)] + Bt/Yt B: 재정 적자, r: 실질금리, g: 실질 GDP |
실질금리가 오르면 상황은 과거와 정반대로 돌아간다. 국가부채 폭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GDP 대비 미 국가부채를 그대로 두면 2060년까지 폭증한다고 추정한다. 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글로벌 강(强)달러는 우리나라에도 큰 도전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 우려된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과 달러화 표시 부채에 대한 상환 부담 증가 등을 초래한다. 물가 목표 2% 달성을 코앞에 두고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당국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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