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사랑방> 비정상의 정상화 – 단통법 10년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필자의 고향은 대전이다. 2010 수능을 마치고 나는 여느 고3 친구들처럼 핸드폰을 사러 대전의 중심이었던 은행동 지하상가로 나섰다. 당시 최신의 유행 핸드폰은 인기스타 “김연아”씨를 모델로 한 “연아의 햅틱”이라는 핸드폰이었다. 나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연아의 햅틱을 원하는 것을 넘어 “갈망”하고 있었다. 구석구석 쏘다니며 구경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수술실처럼 하얀 어떤 핸드폰가게에 앉아있었다. 점원의 화려한 말솜씨와 유려한 쌀집 계산기 스킬에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이제 그만 !’ 을 외치며 나의 소중한 핸드폰을 결국 쟁취해냈다.
처음 한 달 간은 동굴속의 골룸처럼 너무나 행복했다. 나에게는 첫 핸드폰이었고 아름다운 자태에 어딜 가나 듣는 선망 어린 말들까지. 절대반지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덤벼든 대가는 혹독했다. 매달 통신요금은 10만원에 육박할 정도였고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했기에 매달 어머니의 매운 손이 내 등을 강타하였지만 불효자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그저 구석에 수그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위의 경험은 비단 대전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에서 신도림, 용산, 동대문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다. 투명하지 않은 구매절차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통신사와 핸드폰 장사꾼들의 먹음직스러운 한상차림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회상을 해결하고자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시행되었다.
법 자체의 취지는 훌륭했다. 이통사간 출혈적 보조금 지급 경쟁으로 인해서 마케팅 비용의 낭비가 크고 정보의 유무에 따라 피해를 보는 소비자를 줄이고자 하였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을 사라지게 해 불평등 구매를 없애자는 것이다. 문제는 모두가 “비싼 핸드폰”을 사게 되었다는 것이다.
취지에 따른 이통사 간의 마케팅 비용의 낭비측면에서는 매우 성공한 법안이다. 어느 통신사의 대리점을 가더라도 단말기의 지원금이 같기 떄문에 통신 3사는 기존의 가입자만 잘 지키면 됐다. 따라서 출혈적 마케팅 경쟁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게 되었고 이는 단통법 시행 후 통신 3사의 한 해 평균 영업이익은 4500억으로 늘어난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행 첫해인 2014년과 2015년 통신3사의 마케팅 비용의 차이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2014년 SK텔레콤의 마케팅 비용은 3조 5730억에서 2015년 3조 550억원으로 14.5%가 감소하였고 같은 기간 KT와 LGU+또한 10.8%, 4.7%로 줄어들게 되었다. 단통법 도입 이듬해부터 바로 마케팅비용이 1조원 가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통신3사의 잠정 합산 2023년 잠정 합산 영업이익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제조사의 단말기는 2015년 기준 전년대비 10%P~20%P의 판매량이 급감하였고 LG전자는 이후 1%대의 판매점유율로 인해 모바일 사업부를 철수했다. 나아가 팬텍은 파산하게 된다. 반면 애플은 2014년 10월과 2015년 2월을 비교한 결과 6.6%에서 30%초반으로 급상승 하게 되었다. 즉 소비자들은 보조금 제한이 스마트폰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지자 저가형 스마트폰을 구매할 동인을 느끼지 못하였고 프리미엄 시장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2024년 1월 22일 결국 정부는 단통법 전면 백지화를 발표해, 해당 법안의 종말도 머지않은 듯하다. 지나친 규제를 없애고 단말기 유통을 시장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에는 LTE에 올인한 LGU+로 인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였지만 5G서비스가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진입한 지금에 와서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를 위한 유인의 동기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이다.
프랑스의 혁명가 로베스피에르는 1793년 생필품 가격상한제를 실시하여 물가와 삯에 고정적 제한을 가해 경제적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개입은 물론 중요하지만 과도한 개입은 악영향을 낳기 마련이다. 부디 이번 조치로 인해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