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 하원, 공화당 샌토스 의원 ‘부패’ 혐의로 축출 의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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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의회 하원은 1일,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샌토스(George Santos, New York주 3구역 출신) 의원을 자신을 위한 선거 기부금 유용 등, 부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의회에서 축출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하원의 표결은 찬성 311 반대 114로, 미국 헌법이 의원을 축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정한 2/3(supermajority)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미 의회 사상, 중범죄를 저지르거나 공범으로 기소되지 않은 의원이 축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했다고 해도, 다수당 공화당 소속 상당수 의원들이 자당 의원 축출에 찬성한 셈이다.
CNN, New York Times 등 공화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미디어들은 이날 하원 표결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NYT은 샌토스 하원이 숱한 거짓말과 사기(詐欺) 등 23개 범죄 혐의로 이미 뉴욕주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WSJ은 이날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샌토스 의원은 회의장 맨 뒤에 앉아 가끔 뒤로 기대거나 천정을 응시하며 심각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표결이 시작되자 재빨리 투표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샌토스 의원에 대한 표결을 주재한 같은 공화당 소속 존슨(Mike Johnson) 의장은 의사국 직원에게 뉴욕주 지사에게 표결 결과를 통보하라고 말하고 의사봉을 내려놓았다. 샌토스 의원은 의사당을 떠나며 ‘의원들은 자신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선례를 만들었다’ 고 말하는 등, 전 동료 의원들을 저주하는 말을 남겼다. 샌토스는 미 연방 의회 하원 역사상 의회 결의로 축출되는 6번째 의원이 됐다.
■ 하원윤리위 “후보 지위를 활용한 갖은 사기 수법으로 사익 추구”
이날 축출된 공화당 소속 샌토스 전 의원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35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WSJ은 “그가 당선된 직후, New York Times가 그가 저지른 각종 부당, 불법한 행위의 내막을 보도함으로써 촉발된 그의 곤경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것” 이라고 전했다. NYT는, 샌토스 전 하원의원은 ‘자신의 경력을 둘러싼 거짓말’, ‘학교 성적 및 가정 환경에 관련한 허위 주장’ 및 ‘선거 캠페인 자금을 비롯한 재무 관련 본격 수사 착수’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주 연방 검찰은 샌토스 전 의원에 대해 본격 수사한 결과, 정치 헌금 관련 사기 행위, 연방선거위원회(FEC)에 거짓 보고서를 제출, 실업 수당의 불법 수급을 포함한 일련의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샌토스는 23개 항목의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축출 여부를 결정할 표결이 실시되기 며칠 전까지도, 자신은 불공정하게 처우를 받고 있고, 동료 의원들이 자신을 몰아내려고 한다며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저항해 왔다.
샌토스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분위기는 하원윤리위원회가 지난 추수감사절 직전에 보고서를 공표하면서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샌토스 전 의원이 선거 자금 기부자들의 돈을 훔쳤다는 충분한 증거가 발견됐고, 연방선거위원회에 거짓 증빙 서류들을 제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 외에, 샌토스는 선거 자금을 개인 신용카드 결제에 썼고, Hermès, Sephora, OnlyFans 등 고급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결국, 하원윤리위원회 보고서는 샌토스가 자신의 후보 지위를 활용해서 온갖 사기(詐欺)한 수법으로 개인적인 금전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원윤리위원회는 ‘샌토스의 이런 행위는 의원 권위 이하이고, 하원의 권위를 심각하게 실추시켜 공중의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고 밝혔다. 그럼에도, 동 보고서는 샌토스 의원 축출을 명시적으로 권고하지는 않았으나, 공화당 소속의 게스트(Michael Guest) 윤리위원장이 그를 축출할 것을 정식 안건으로 제안했다. 한편, 동 윤리위원회 보고서가 공표된 직후, 샌토스 의원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이번 보고서는 ‘역겨운 정치적 오점’ 이라고 비난했다.
■ “샌토스 축출 표결 계기로 공화당 내부 분열 더욱 심화되는 양상”
한편, 이번 샌토스 의원의 신상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공화당 내부에서는 금년 들어 가장 극심하게 분열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우선 법원이 샌토스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단하는 것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윤리위원회 보고서의 지적만으로 충분하고 하원의 권위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즉각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존슨 의장은 어느쪽 편도 들지 않았으나, 이번 결의가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하원 차원의 표결을 사실 상 유보하자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샌토스 축출을 반대한 메이스(Nancy Mace) 의원은 “샌토스가 나쁜 행동을 저지른 것은 맞으나, 다른 미국인들 처럼, 법원에서 법률에 따른 판결이 내릴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 받을 권리가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롤러(Mike Lawler) 의원 등, 민주당 측에 가담한 의원들은 이에 맞서서, 윤리위원회 보고서로 그를 축출할 명분은 충분하다면서 “그의 행동은 범죄 행위다. 그는 공직에 부적합하다. 이는 공화당에 국한됨 문제가 아니고, 유권자 권리에 관한 문제” 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이 늑장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가르시아(Robert Garcia) 의원은 지난 2월에 이미 샌토스 의원을 의회에서 축출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공화당 측은 5월이 돼서야 안건을 겨우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제프리스(Hakeem Jeffries)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샌토스는 ‘연쇄 사기범’ 이라며, 공화당은 단지 그의 투표권을 잃지 않으려고 그를 제 때 의회에서 축출하지 않고 있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 “지도부 호소 불구, 상당수 모반, 하원 의석 분포에 변화도 예상”
이날 표결에서 공화당 소속인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 및 공화당 지도부를 포함한 절반이 넘는 공화당 의원들이 샌토스 의원이 형사 범죄 혐의가 해결되기 전에는 의회에서 축출되지 말아야 하고, 의회가 이런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샌토스 의원의 축출 찬성에 가담한 것이다. 다른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공화당이 하원에서 간신히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번에 샌토스 의원을 축출하면 공화당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강조하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축출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샌토스 의원 축출 결의로 미 연방 하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이 221석, 민주당이 213석을 차지하게 되어, 공화당은 여전히 다수당 지위는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 국경 문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주 조사 진행 등, 현재 하원에 계류되어 논쟁이 활발한 주요 안건들의 표결에서 민주당 전원이 반대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전에는 야당 측 입장으로 돌아서는 공화당 의원의 한계가 4표이었으나, 이제는 이 차이가 불과 3표 차이로 줄어들었다.
한편, 샌토스 의원 축출에 더해 이미 조만간 하원을 떠나겠다고 공언한 공화당 및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있어서, 내년 초 무렵에는 미 연방 의회 하원의 정당별 의석 분포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나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공화당 의원 1명, 민주당 의원 1명이 각각 다른 분야에 종사하기 위해 하원을 떠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번 하원 결의로 의장직을 상실한 공화당 소속 맥카시(Kevin McCarthy) 의원도 하원의원직을 그만 둘 것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원에서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가 더욱 좁혀질 가능성도 있어, 의회 세력 구도가 상당히 달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The Hill “샌토스 공석을 이번에도 공화당이 채운다는 보장은 없어”
이와 관련해서, 미국 의회 전문 미디어 The Hill은 미국 헌법은 하원에 사망 등 사유로 궐석이 생기면 주지사가 일정을 정해 특별 선거를 실시하도록 정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샌토스가 축출된 뉴욕주 법률도 다음 총선거일(2024년 11월 4일)로부터 3개월 이전에 궐석이 생기면 특별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철(Cathy Hochul, 민주당 소속) 뉴욕주 주지사는 샌토스 축출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특별선거를 공시해야 하고, 선거는 70~80일 사이에 실시하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뉴욕주 특별선거는 내년 2월이나 3월 초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 통상적인 경선을 거치지 않고 당 간부들이 후보를 지명하게 된다. 호철(Hochul) 뉴욕주 주지사는 하원 결의 소식을 듣고 “샌토스 의원이 축출돼 더 할 수 없이 기쁘다” 며 이미 특별선거를 실시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샌토스 축출로 생겨난 공석을 채울 인사로, 민주당 진영에는 벌써부터 다수 후보자들이 거명되고 있으나, 공화당 진영에는 아직 뚜렷한 예비 후보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다만, 축출된 샌토스 의원이 2022년 중간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의석을 탈환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반드시 공화당 의석으로 채워질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에 따라서는, 특별선거 이후 미국 하원의 정당별 의석 분포는 현재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 이민 정책 등 주요 현안들을 감안하면, 이번 샌토스 의원 축출을 게기로 공화당의 의회에서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질 것은 분명하다. 향후 미국 정치 구도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공화당은 샌토스 의원 축출을 결행한 것이다.
여기에, 당초에 덫붙이려다 그만뒀던 한 마디를 그냥 보태자면, 흔히들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위 MAGA라는 극렬 지지 그룹을 앞세우며 등장해서 정치판을 전횡하기 시작한 이후, 정통 보수 정당의 형색이 무참히 퇴색되고 말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마치 우리나라 어느 야당의 모습과 꼭 빼닮았다고 하는 이들도 많다. 당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수시로 수사 검찰에 불려다니고 재판을 받으러 법정을 드나들고 있는 점도 어쩌면 그렇게 한 치도 다르지 않은지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보자하니, 그래도 미국 공화당에는 아직 정신이 제대로 살아있는 의원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언제나 이런 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지, 그것마져도 기대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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