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일자리의 괴리, 기업 사업의욕 촉진으로 풀어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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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경기동향을 관측한 이래 가장 긴 회복국면을 이어 가고 있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 100.9로 2013년 3월을 저점(99.3)으로 해서 지난 9월까지 54개월에 걸친 지루한 회복국면을 지속하고 있다(<그림 1> 참조). 지표상으로 대략 지난 정점(2011년 8월 101.2)의 85% 정도 회복하여 새로운 정점이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와 고용 사정은 여전히 찬바람 속에 있다. 경기가 상당히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와 고용 상태는 어려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반도체 수출주도의 경기 호전이 산업 전반에 얼마나 확산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년 들어 10월 20일까지 수출 총액은 18% 증가하였으나, 수출증가액 중 상위 3개 품목(반도체 39%, 선박 16%, 석유화학 10%)이 65%를 차지하고 있어 특정산업에의 집중도가 높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수출 증가가 특정 산업에 집중된 양상은 광공업생산지수의 움직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9월 광공업 생산지수(원지수)는 전년동월대비 8.4% 증가했다. 그러나 계절조정지수로는 1.7% 증가에 그친다. 한편 ICT와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9월 광공업생산지수(원지수)는 전년동월비 6% 증가하였으나, 계절조정지수로는 오히려 1.3%가 감소하였다(<표 1> 참조). 또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제외한 광공업생산지수는 원지수로는 7.9% 증가하였으나 계절조정 지수로는 0.2%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광공업생산지수의 움직임은 경기동향을 파악하는데 있어 두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는 계절조정에 따라 변동율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ICT와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광공업의 생산활동은 1년 전 보다 침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들여다보면 제조업 중분류 24개 업종 중 자동차·기계장비·전자부품·반도체 산업이 제조업 생산지수 전년동월비 증가율에 대한 기여도는 72%에 이르러 다른 제조업들의 기여도는 미약하다는 점은 반도체 등 특정산업의 경기 호전이 다른 제조업에 확산이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광공업생산 소분류 80개 업종 생산지수의 전월비 증감 동향을 보면 9월 현재 감소업종의 수는 43개로 증가업종 37개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반도체 수출주도로 각종 경기 총량지표들이 호전되었으나, 제조업 전체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으며, 서비스업의 호전도 소수 업종에 집중되어 있어 경기 호전에 대한 착시 위험이 크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표 2> 참조).
고용시장은 경기 호전을 느끼기 더욱 어렵다. 10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비 279천명이 증가하였으며,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25만명, 50대는 11만명이 증가한 반면에 40대 이하는 7만명이 감소했다. 특히 취업자 증가 중 50대와 60대 여성이 20만명으로 72%를 차지하여 일자리 시장은 가희 ‘고령여성 우대’라고 할만하다. 반면에 고용 사정이 가장 어려운 계층은 40대 남성으로 1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9월에는 67천명이 감소했다(<표 3> 참조). 더구나 9월 청년 체감실업률은 21.7%로 청년 다섯 명 중 한명은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 한편 경기의 저점인 2013년 3월과 지난 10월 취업자 연령대를 비교해 보면, 취업자 수는 234만명이 증가했다. 문제는 취업자 증가 중 60대가 129만명, 50대가 84만명으로 50대 이상이 91%를 차지했다(<표 4> 참조)는 점이다.
이와 같이 경기호전이 특정산업에 편중되고 확산효과가 미약한 결과로 전반적인 경기호전이 부진함으로써 고용시장에까지 경기 호전의 온기가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경기의 확산을 기다리면 고용시장에도 봄이 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 54개월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또한 지난 경기 정점이 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기회복이 더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고용시장에 좋은 소식이 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점은 매우 주목해야 할 점이다.
그 이유는 지난 54개월의 경기회복이 고용시장의 사정을 호전시키는데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일자리 부족 문제를 경기의 문제로 한정하여 대응하는 정책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기간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본질적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바로 기업 활동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의 신설이 극히 부진하고, 그 결과 활동기업 수는 감소하고 있다. 기업 수가 줄고 있는데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늘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통계청 발표(<표 5> 참조)에 따르면, 2016년 일자리는 22만개 증가했다. 종사자 규모 50인 이하에서 29만개 일자리가 증가하고 50~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2만개가 증가한 반면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9만 명이 감소했다. 특히 4인 이하 사업장에서 26만명의 일자리가 증가한 반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4만 명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사실은 기업 활동이 얼마나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일자리 문제를 추경과 같은 총수요 측면이 아니라 기업의 역동성 침체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접근을 종래의 수요위주에서 이제는 공급위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사람중심 경제’는 중요한 시대적 의의가 있다.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대신에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을 경제정책의 목표로 하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최근 국제기구들이 다투어 권고하는 소위 ‘포용적 성장론’의 핵심도 바로 ‘사람중심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중심 경제’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반사적으로 과거의 경제 문제에 대한 책임이 기업에 있으며, 나아가 정서적으로는 기업들이 경제적 ‘적폐’의 주체로 압박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미 기업들은 2012년이후 사업 의욕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 상태에 있다. 이에 더하여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 또는 ‘소득주도 경제’ 프레임에서 기업의 역할은 외면되거나 부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기업들이 의욕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기업들이 느끼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 문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국민경제 운영에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활동을 격려하는 것이다. ‘혁신성장’과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물론 기존 기업들의 활동을 격려하는 정책도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하다.
본고는 11월 22일자 한국일보에 실렸던 “왜 경기는 좋은데 일자리는 없는가?”를 대폭 보완 가필하고 통계를 첨부한 것임을 밝혀 둡니다.
<그림 1>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표 2> 광공업 생산지수 동향
<표 2>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확산지수 추이
<표 3> 10월 연령대별·성별 취업자 증감
(단위: 천명, 전년동월비)
<표 3> 경기회복과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
(단위: 천명)
<표 4> 종사자 100명이상 활동기업과 신생기업 수 추이
(단위: 개)
자료: 통계청, 기업생멸 통계, 2012~2015
<표 5> 종사자 규모별 일자리 규모 및 증감
(단위: 만개, %)
자료: 통계청, 2016년 기준 일자리 행정통계 결과“, 201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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