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결과 및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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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채택하여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 온실가스 감축, 국제협력 등에 관한 여러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루었으며, 파리협정 이행규칙에 관한 협상도 마무리지어 2022년부터 신기후체제의 이행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 및 2040년 국가감축목표 상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탄소화 계획의 수립 및 정교화, 단기적으로 겪을 화석연료 공급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안보 강화,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래스고 기후합의>
기대와 우려 속에 2021년 10월 31일 개최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197개 회원국은 폐회 일정을 하루 넘긴 11월 13일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하여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 온실가스 감축, 국제협력 등에 관한 여러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루었다.
첫째,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 확보에 관하여 글래스고 기후합의는 선진국들이 2019년 200억 달러 재원 규모를 2025년까지 최소 2배 증액할 것을 약속한 사실을 환영하였으며, 이들 선진국은 더 나아가 개도국에 적응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이들의 역량 강화 지원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에 관하여는 동 합의는 먼저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5%를 감축하여야 하며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여야 함을 지적하였다. 또한 2030년까지 메탄과 같은 이산화탄소 이외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 시행 및 청정발전 및 에너지효율 강화조치 등을 통해 온실가스 저배출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촉구하였다. 특히 동 합의에서는 각국이 취해야 할 조치 중에 탄소 저감장치가 없는(unabated)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phasedown) 및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phase-out) 가속화가 포함되었다. 다만 합의문 초안에서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phaseout)가 제시되었으나, 회의 막판 인도의 반대로 단계적 감축(phasedown)이라는 용어로 대체된 점은 아쉽다.
셋째,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해서는 개도국들의 손실 및 피해의 방지 및 최소화를 위하여 2019년 마드리드 COP25에서 설립된 산티아고 네트워크(Santiago Network)의 기능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손실 및 피해에 관련한 기금 설립에 관한 개도국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으나 이 문제에 대한 글래스고 대화(Glasgow Dialogue)가 신규 설립되어 2022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넷째, 마지막으로 각국은 2022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Sharm El-Sheikh)에서 개최될 COP27까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파리협정의 기온상승 제한목표에 부합하게 재검토 및 강화(revisit and strengthen)하여 제출하기로 했다. 산업화 때부터 현재까지의 지구 대기 기온 상승폭이 이미 1.1℃에 달한 상황에서 COP26 이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9%를 차지하는 153개국이 NDC를 갱신하였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기온상승폭 1.5℃로의 제한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여 2022년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글래스고 기후합의가 채택된 후 COP26 주최국이었던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기대에 못 미치는 합의결과에 대해 사과를 발표하는 등 동 합의에 대한 전세계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상당부분이 수몰 위기에 처한 군소도서 국가들은 즉각적 기후행동에 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음을 들어 글래스고 기후합의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COP26 논의의 집약인 동 합의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감축의무 상향에 대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글래스고 기후합의에 기반하여 미국, 중국 등 온실가스 다량배출국들이 어떠한 실질적 기후변화 대응을 이루어 낼 것인지가 향후 COP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 이행규칙 타결 및 여타 합의>
COP26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 국제 탄소시장 의제, 제13조 투명성 의제, 공통이행기간(common timeframe) 등 파리협정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규칙 중 미결 부분에 대한 협상도 완료함으로써 신기후체제로 통칭되는 파리협정의 이행은 2022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국제 탄소시장의 경우 제도 정비 등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한다면 실제 이행은 1~2년 뒤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국제 감축 실적의 이전시 양도국과 양수국간 이중사용 방지를 위한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은 원칙과 예외에 관한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였다. 파리협정의 전신인 교토의정서에서 선진국이 개도국에 투자하고 등록하여 이후 감축 실적의 이전이 가능했던 청정개발체제(CDM)와 유사한 체제가 파리협정 제6조 4항을 통해 도입될 예정이었는데, 이에 관한 운영규칙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졌다.
투명성 의제에 관하여서는 온실가스 배출·흡수량, NDC 이행‧달성 경과, 재원·기술·역량강화 제공에 대한 공통보고표 양식의 개발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합의하였으며, 개도국들에는 제공정보 선택에 대한 유연성을 허용하였다.
공통이행기간 설정에 대해서는 개도국들의 반대가 심했으나, 결국 5년의 이행기간을 설정하고 2025년에는 2035년 감축목표를, 2030년에는 2040년의 감축목표를 제출한 뒤 5년마다 차기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하고 모든 국가가 이러한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제출할 것을 장려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외에도 COP26 회기 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다양한 부대 합의가 이루어졌다. 120개국이 서명한 ‘삼림 및 토지사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 선언’에서는 2030년까지 삼림파괴 및 토지 황폐화를 중단하기로 하였고, 100여 개국이 서명한 ‘전지구적 메탄 공약’에서는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0% 감축하기로 하였다. 또한 한국과 영국,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46개 국가와 지역은 선진국은 2030년대에, 개도국은 2040년대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하였으며, 그 외 미국, 영국, 덴마크 등 20여 개 국가 및 금융기관들은 화석연료 개발사업에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별도의 합의를 체결하였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전세계 1, 2위이나 패권경쟁과 갈등의 와중에 있던 중국과 미국은 11월 10일 ‘2020년대 기후변화 행동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서는 양국이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하고 기온상승폭 1.5℃로의 제한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양국간 기후변화 협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러나 동 성명은 기후행동 강화를 위한 작업반 설립 외에 구체적 행동에 대한 목표 제시가 없이 일반적 협력만을 언급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탈탄소화 정책의 가속화 및 정교화>
COP26을 통해 기후변화 협상이 마무리되고 신기후체제의 본격적 출범이 가능해지면서, 2022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위한 선진국들의 선도적 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은 먼저 자국의 화석연료 기반 경제를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연료 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정책의 추진을 가속화할 것이다. 또한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2024년부터 선진국들과 개도국에 공통으로 적용될 보고의무의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정보 내용 등의 향상을 위한 조력을 제공할 것이다.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조성하기로 한 재원의 규모가 현재 총 80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를 증액하기 관한 노력도 배가될 전망이다. 반면 EU의 경우 감축 의무 이행 강제를 위한 무역조치를 의미하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의 도입을 2023년으로 예정하고 있으며,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 기후변화정책의 하나로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외부적 압력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10월 28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상향하는 안을 확정하였다. 그러나 두 가지 목표 모두 구체적 실행을 위한 로드맵 작성이 없이 부문별 감축량만을 확정한 상황이라, 더욱 정교한 내용으로의 이행계획 작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하여 온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2030년 감축목표 및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연 4%의 배출감축을 이루어야만 달성 가능하며, 이마저도 현실적 이행비용에 대한 추계 없이 작성된 것이라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비도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 8월 입법된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우리나라는 조만간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탈탄소화를 근간으로 하는 이행계획을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작성하여 국제적 감축목표 달성 및 국가 경제에의 악영향 최소화 내지 신규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정책목표 수립 및 이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안보 강화 대책 정비>
COP26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 및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저탄소에너지로의 전환에 관한 구체적인 시한이 제시되면서 세계 각국의 에너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기존에 시행해 왔던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신규채굴 및 개발, 이에 관련된 금융지원 중단 내지 비중 축소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기업들이 석탄발전소 등의 신규건설을 감행할 경우 에너지정책의 변화로 이들 발전소는 완공되더라도 생산 전력의 판매가 불가능해지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좌초자산(straddled assets)이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중장기적으로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현재 전세계적 경제회복에 동반하여 발생한 에너지 수급불안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환은 단시일 내에 완성되기 어려운 과제임을 감안한다면 향후 일정 정도의 화석연료 사용은 불가피한 것인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의 화석연료 신규채굴·개발 회피는 장래 화석연료 공급능력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전세계가 겪고 있는 화석연료의 공급불안을 심화시키고 많은 국가의 에너지안보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은 이번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국내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 및 소비를 증대할 전망이다. 유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정책 추진과는 별도로 산유국들의 증산을 촉구하는 한편 11월 23일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도 필요량의 에너지를 적정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취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에너지 공급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 공급불안에 대처하고 에너지안보 및 관련 제품 공급망 안전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석탄사용 통제에 따른 요소수 공급중단으로 국내경제에의 충격을 경험한 상황이므로, 수량과 가격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화석연료 공급선 다양화 및 우리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과의 에너지 수급정책 공조를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원자력의 역할 재평가>
COP26에서 원자력에 관한 공식적 논의는 없었지만, 2021년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원자력의 역할을 인정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5월에 출간된 “탄소중립 2050: 전세계 에너지부문에 관한 로드맵”이라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이 현재보다 2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6월 21일 G7정상회의에서는 원자력을 포함한 탄소무배출 에너지 활용을 가속화하는 한편으로 원자력 이용을 선택한 국가들의 노력을 지원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11월 9일에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프랑스의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 70%에서 2035년까지 50%로 감축하겠다는 정책을 변경하며 프랑스 에너지자립, 안정적 전력공급,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하여 원자력발전소 신규건설을 공약하였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서약한 국가들의 수가 130여 개국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들의 경우 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무배출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이용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5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데, 제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에 2025년까지 20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포함시켰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향후 15년간 최소 15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35년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건설한 원전의 수보다 많다. 러시아의 경우 현재 38기의 원전을 운영중인데 2030년까지 8기의 원전을 추가건설할 계획이며, 인도의 경우 2030년까지 21기의 원전을 추가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도 2019년 기준 6%에 그친 원자력 발전비중을 2030년에는 20~22%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5위 내에 속하는 이들 4개국이 원전 증설 내지 이용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원자력이 전세계 탈탄소화 이행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원자력의 점진적 퇴출이 예정되어 있으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충에만 의존하는 것은 기술적, 경제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하에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공론화를 거친 국민적 합의의 토대 위에 탄소무배출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에 관한 새로운 정책방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되며, 2022년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1-12월호-제46호](2021.12.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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