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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입장 평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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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0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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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장
  •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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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과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종전선언’ 추진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종전선언 추진의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한국의 이중기준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고는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왜 그리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하고, 정치적 이벤트로서의 ‘종전선언’을 넘어서서 ‘실질적인 종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미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입장

 

  한반도 ‘종전선언’ 아이디어는 원래 미국이 2006년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새로운 유인책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2006년 11월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 야망을 포기할 경우 안보협력과 이에 상응하는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정전 상태인) 한국전의 공식 종료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는 당시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남북한 지도자와 함께 6·25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그 결과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10ㆍ4정상선언에 ‘종전선언’ 추진이 포함된 데에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김정일의 기대와 희망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2007년 10월 8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해 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 간에 합의된 10개 항 중 북한측이 제안한 의제는 “총리급 회담 개최와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선언 등 두 가지”라고 밝혔다. 그리고 김 원장은 “3자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며 4자는 3자에 중국이 추가로 포함되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3자’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전협정 당사자이긴 하지만 현재 한반도 내에서 실질적 무력을 유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2008년 한국에서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10ㆍ4정상선언은 폐기되고 종전선언 논의도 사라졌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판문점선언 직후인 4월 29일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갖고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終戰)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정은은 또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데 2018년 7월 평양에서 개최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동월 7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를 실현할 데 대한 문제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우선 조선정전협정 체결 65돐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할 데 대한 문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을 폐기하는 문제, 미군유골[유해]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시작할 데 대한 문제 등 광범위한 행동조치들을 각기 동시적으로 취하는 문제를 토의할 것을 제기”(강조는 필자)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미국은 “싱가포르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주장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이 “정세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문제인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서 “이번 첫 조미고위급회담을 통하여 조미 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미국에 경고했다.  

 

  2018년 9월 5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북한에게서 핵프로그램 신고와 검증, 영변 핵시설이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자 북한은 “종전은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북한은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입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미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동일시했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불신을 드러내면서 다시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종전선언’에 대한 최근 북한의 입장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9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히자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오전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발표해 평화보장체계 수립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도 담화를 발표해 한국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적대적 언동’ 중단을 요구했다. 그런데 김여정은 9월 25일 다시 담화를 발표해 남한 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고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유지할 때 남북 사이의 원활한 소통,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이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힘으로써 조건부 종전선언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정은도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종전선언 문제를 논한다면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고 그로 하여 예상치 않았던 여러 가지 충돌이 재발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북측의 ‘불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28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의 선결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제재 해제(광물 수출 및 석유 수입 허용 등)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이 단순히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위해 제재 해제에 동의할 리 없다. 그리고 만약 한국이 종전선언 논의만을 위해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수용한다면 우리 사회 내부에서 정부가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질적 종전’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의 과제 

 

  한미와 북한이 ‘실질적인 종전’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에 문제는 없었는지, 양측이 상대방을 ‘악마’나 ‘미치광이’처럼 간주해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남한, 특히 서울을 공격한다면 이는 전세계에 대한 선전포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한미의 보복 공격에 의해 김정은이 사는 저택과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청사,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모두 초토화될 것이다. 북한은 남한과 다르게 핵심 엘리트들이 그들의 부유한 생활을 일반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평양의 특정 지역에 집단 거주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을 정밀타격하면 북한 수뇌부의 대부분이 순식간에 궤멸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그때에는 핵무기를 사용하겠지만 북한이 먼저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은 것이다. 

 

  반대로 한미가 먼저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 또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그리고 장사정포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미가 북한의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북한은 한미의 연합훈련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와 북한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종전’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상호 위협을 감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2021년 1월에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38개국 중 2020년과 같은 6위에 올랐다. 반면에 북한은 28위를 기록해 전년도의 25위에서 세 계단 떨어졌다. 북한이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분야에서는 한국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한국에 비해 크게 열세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면 한미는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제재를 완화하며, 북한이 단계적 핵감축을 수용하면 한국은 군비증강을 조절하고 미국은 북한에 불가침을 약속하는 것과 같은 상호 위협 감소 방안을 한국과 미국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 및 단계적 감축,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종전선언 및 미국의 대북 불가침 약속, 남북한 군비통제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대북제재 완화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남북한과 미ㆍ중의 4자 정상 또는 고위급 회담을 우선 화상으로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 미국 간에는 매우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국이 협상을 통해 핵심 현안들에 대해 접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북미 간에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면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한국과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하면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중국이 참여하는 북핵 4자회담 개최가 반드시 필요하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1-12월호-제44호](2021.12.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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