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통화스왑 ‘1군 동맹’ 가입 시급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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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스왑은 체결 소식만으로도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해소된다. 2008년, 2020년 한・미간 통화스왑이 그런 사례다.
① 2008년 10월 30일: 글로벌 금융위기 한 복판에서 한국은행은 미국 Fed와 통화스왑 계약(6개월 기한 300억 달러) 체결을 발표했다. 이날 하루 환율이 전날 대비 177원(12.4%), 국가부도 위험지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1.78%포인트(31.7%) 하락했다. 달러 자금이 공급된 건 두 달 후부터다.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5차례에 걸쳐 총 163억5000만 달러가 시중은행에 배분됐다.
② 2020년 3월 19일: 통화스왑 체결(6개월 기한 600억 달러)뉴스에 폭등하던 환율이 하루 새 안정됐다. 원/달러 환율은 3월 11일 1,191원에서 19일 1285원까지 치솟다가 20일 1,245원으로 떨어졌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색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 스왑(swap)은 ‘교환’을 의미한다. 통화스왑은 서로 다른 통화(화폐)를 미리 정한 환율로 맞바꾸는 것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자국 통화를 담보로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전에 대출한도를 정하고 급할 때 빌려 쓰는 외환위기 대비용 ‘마이너스 통장’이다. 신흥국통화는 국제금융시장이 받아주지 않는다. 비결제(非決濟) 통화국은 자국 화폐로 해외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거다. 이런 현실을 국제금융시장 원죄(原罪・original sin)라 부른다. 달러화, 유로화 등 기축통화(基軸通貨) 보유국을 뺀 모든 나라는 원죄의 덫에 걸려 있다.
□ 우리나라는 미국뿐만 아니라 8개 국가들과도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무제한), 중국(4000억 위안), 스위스(100억 프랑), 인도네시아(115조 루피아), 호주(120억 호주달러), 아랍에미리트(UAE·200억 디르함), 말레이시아(150억 링깃), 터키(175억 리라) 등과 체결한 상태다.
□ 국가 간 통화스왑은 외교문제 영향을 받는다. 일본과 통화스왑이 한 예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20억 달러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1년에는 700억 달러로 확대했다. 그러나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 이후 점차 축소되다 2015년 종료됐다. 다시 협상이 재개됐지만, 2017년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일본 측이 협상을 중단했다.
□ 한·중 통화 스왑은 더 큰 고민거리를 수반한다. 금융·외환위기의 방어수단으로 한·중 간 통화스왑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020년 10월 22일 중국인민은행과 한국은행은 원-위안화 통화스왑 계약을 연장했다. 스왑계약 규모가 3,600억 위안(64조 원)에서 4,000억 위안(70조 원)으로 확대됐다. 계약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되고, 상호합의 시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 양국 금융당국은 통화스왑이 금융시장 안정, 달러화 의존성 축소 등 긍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로 한중 통화스왑이 외환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건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기대일 수 있다.
□ 우선 중국 외환위기 발생은 위안화 가치 폭락을 의미한다. 하필 우리나라도 위기 상황이라면 위안화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한중 통화스왑이 우리가 필요할 때 발동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한중간 관계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사례에서 보았듯이...
□ 한중간 통화스왑의 득실을 따져보면 중국 측의 파이가 더 커 보인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 상징적 결과물로 한중 통화스왑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실제 중국이 주요국과 체결한 통화스왑 가운데 한국 비중이 상위권이다.
□ 바야흐로 ‘동맹’의 시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외교적 동맹 결성이 대세다. 미국・영국・호주 3자간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기밀 정보 공유동맹 파이브아이즈(Five eyes), 미국 주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대(對)중국 견제용 포위망 강화 포석이다.
□ 미국 주도 국제금융동맹도 있다. 통화스왑 동맹이다. 캐나다・영국・유로존・일본・스위스 등 5개 국가는 1군(상설스왑라인, standing bilateral currency swap) 동맹이다. 한국・호주・브라질・덴마크・멕시코・뉴질랜드・노르웨이・싱가포르・스웨덴 등 9개 국가는 2군(한시적 스왑라인)이다.
□ 한미간 통화스왑 상설화를 미국에 요구할 때다. 동맹외교 린치핀(linchpin)이 됨을 바이든 행정부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안보동맹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동맹이 아닌 중국과 통화스왑을 맺었는데 정작 혈맹 미국과 상설화된 통화스왑 라인이 없다. 한미동맹 관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다. 한국이 외환위기 상황에서 위안화 통화스왑을 실제 사용하면 중국 쪽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미국보다 중국이 도와준다고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안보동맹 측면에서 큰 손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 한미 간 통화 맞교환 약속은 그 자체로 한국에 대한 무한 신뢰 표현이다. 외환위기에 양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상호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신인도를 높이는 핵심 징표다.
□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환율 불안에 떨어야 하나. 미국을 뺀 나머지 8개 국가 통화스왑 가운데 달러화 맞교환이 가능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 결국 급할 때 필요한 건 미 달러화다. 미국과 통화스왑 ‘1군 동맹’에 가입하는 게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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