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정책 전문가 50인에게 묻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정책이 나아갈 방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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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 디지털·그린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전방위적인 변화(산업대전환)에 직면하고 있고, 글로벌 기술혁신 경쟁력의 확보는 번영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R&D는 전반적으로 투입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 의식하에 수행한 「역동적 혁신성장 촉진을 위한 산업기술정책 연구」의 주요 내용을 전문가 인식조사 부분을 중심으로 발췌·정리하였다.
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국내 R&D의 투입 대비 성과 부족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며, R&D의 기술적 성과보다는 경제적 성과 부족을 보다 강조하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국내 R&D의 핵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 추진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내 R&D의 복합적·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선 정부 R&D 거버넌스 체계 개선, 정부의 기획 및 조정 역량 강화 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국가 R&D의 중장기적 전략성 강화, 중장기적·도전적 R&D를 촉진할 수 있는 R&D 평가 및 관리 제도 개선, 혁신 주체 간 협력 강화 및 민간의 역할 확대가 수반되어야 글로벌 기술혁신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산업대전환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1. 서론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 디지털·그린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전방위적인 변화(산업대전환)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술혁신 경쟁력의 확보는 산업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번영의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라는 생존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R&D 투입 대비 성과가 부족한 소위 ‘코리아 R&D 패러독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혁신정책 측면의 약점을 극복하고 대내외 여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장지향 R&D 체계 전환, 도전적·파괴적 R&D 추진, R&D 규제 개선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종합한 임무지향형 혁신정책(Mission-Oriented Innovation Policy, MOIP)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혁신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하여 정부의 정책 수립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술혁신 성과의 결정 요인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국내 혁신성과 제고를 목표로 실효성 있는 증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혁신의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충분한 실증적 증거 확보가 요구된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문헌조사, 실증 분석, 전문가 인식조사를 종합한 실효성 있는 정책제언 도출을 목표로 수행한 「역동적 혁신성장 촉진을 위한 산업기술 정책 연구」(최민철 외, 2023)의 주요 내용을 전문가 인식조사 부분을 중심으로 발췌·정리하였다. 전문가 인식조사는 현행 혁신정책의 주요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파악하고 정부의 정책 수립에 일조하고자 산업계, 학계, 연구계 혁신정책 전문가 50인을 대상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하였다. 본고에서는 혁신정책 전문가들이 말하는 국내 R&D의 주요 문제점과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필요성 및 장애요소, 전문가들의 제언 순으로 살펴본다.
2. 국내 R&D의 주요 문제점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 대비 성과가 나타나는 정도에 대해 5점 척도로 설문한 결과 45.3%가 부족하다고 응답하였다. 충분하다는 응답이 17.0% 수준(매우 충분하다는 응답은 0%)임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국내 R&D가 투입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소위 ‘R&D 패러독스’의 심각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 R&D 정책의 주요 문제점을 설문하였다(<그림 1>). ‘전체 R&D 투자 규모 부족’, ‘정부 R&D 예산 부족’, ‘범부처 R&D 전략 부족’, ‘R&D 예산 배분 비효율성’, ‘R&D 기술적 성과 부족’, ‘R&D 경제적 성과 부족’, ‘기타(주관식)’ 등 총 7개 문항에 대해 중복응답을 허용한 결과, 71.7%의 혁신정책 전문가들이 ‘범부처 R&D 전략 부족’을 가장 주된 문제로 응답하였다. 다음으로 ‘R&D 예산 배분 비효율성’(62.3%), ‘R&D 경제적 성과 부족’(45.3%), ‘R&D 기술적 성과 부족’(15.1%), ‘전체 R&D 투자 규모 부족’(13.2%), ‘정부 R&D 예산 부족’(13.2%) 등으로 응답하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중장기적 R&D 전략 부족’, ‘단기 내 가시적 성과 요구’, ‘원천연구에 대한 이해 부족’, ‘R&D 투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부족’,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안정성 부족’, ‘국가 R&D 정책 방향의 잦은 변화’, ‘국책 연구기관 내부 예산 배분과정의 불투명성 및 비효율성’과 같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공통적으로 전문가들은 범부처 R&D 전략과 R&D 예산 배분, 중장기적 R&D 전략, 국가 R&D 정책 방향 등 전반적으로 거시적인 R&D 거버넌스 측면의 역량 및 효율 성에 대한 문제점과 혁신의 축적성 및 연속성의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문가들은 국내 R&D 성과 부족 문제에서 전체 R&D 투자 규모나 정부 R&D 예산과 같은 투입 측면에 대한 문제점보다는 R&D 기술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라는 산출 측면의 문제점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성과 중에서는 R&D 경제 성과 부족 응답률(45.3%)이 기술적 성과 부족(13.2%)의 3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즉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술혁신의 과정에서 혁신성과물을 창출하는 단계에서의 문제점보다 혁신성과물을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화 단계의 비효율성이 노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필요성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은 명확하게 정의된 경제·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을 동원하는 종합적인 정책적 조치라 할 수 있다.1) 2)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은 거대한 사회적·경제적 난제를 혁신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종합하는 혁신정책으로서, 명확한 문제 설정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 수단을 설계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범위의 혁신 및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전통적인 혁신정책과 차별화된다.3)
R&D 전략 부족, 성과 부족 등 전문가들이 제시한 국내 R&D의 주요 문제 해결을 위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설문하였다. 그 결과 90.6%의 전문가들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즉,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고질적인 국내 혁신정책의 주요 문제점 해결을 위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장점에 대해 설문하였다. 중복응답을 허용하고 설문한 결과 92.5%의 전문가들이 명확한 목표 설정을 가장 주요한 장점으로 응답하였다. 그 다음 응답으로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45.3%)로 나타났다. 즉, 앞서 언급한 R&D 예산 배분 비효율성 문제 해소와 관련하여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이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주체의 참여(39.6%), 지속가능한 발전(15.1%) 등의 장점 또한 응답되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시의성 있는 문제 대응 및 해결, R&D와 정책적 (규제, 국가정책) 결합으로 규제적·정책적 문제 해소, 명확한 목표 설정에 따른 성과 창출 가능, 특정 기간 내 예산의 집중적 투입과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도와 같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다음으로 전문가들에게 이러한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에 대해 설문하였다. 그 결과 ‘범부처 R&D 전략 부족’이 7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앞서 우리나라 R&D 정책의 주요 문제점으로 나타났던 범부처 R&D 전략 부족 문제가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당면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다음으로 ‘R&D 예산 배분 비효율성’ 문제에 대한 응답이 41.5%로 나타났고, ‘R&D 경제적 성과 부족’(18.9%), ‘R&D 기술적 성과 부족’(15.1%)으로 나타났다. 즉, 전반적으로 국내 R&D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기타 응답으로는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에 부합하는 ‘R&D 평가 관리 제도 규정 필요’, ‘국가연구개발 시스템 및 문화의 임무지향형 전환’, ‘우리나라 R&D 정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같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다음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임무지향형 혁신정책 추진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도에 대해 조사하였다. 그 결과 혁신정책 전문가의 64.1%가 임무지향형 혁신 정책 추진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앞서 90%가 넘는 전문가들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고려하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은 그 필요성과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원활히 추진되고 있지 않는 문제점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추진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원활히 추진되고 있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하여 문제의 원인에 대해 주관식으로 설문하였다. 그 결과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었다. 이들은 정부 R&D 기획, 조정, 추진 역량 및 거버넌스 문제, 중장기적 안목의 부족, R&D 평가 및 관리 제도 문제, 혁신 주체 간 협력 부족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으며 그 세부 내용은 <표 1>과 같다.
우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은 정부 R&D의 기획, 조정, 추진 역량 및 거버넌스의 문제이며, 이러한 문제점들은 거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부처 간 협력 부족(부처 간 칸막이), 임무지향형 R&D의 전문적 기획 부족, 비효율적인 예산 배분 및 관리, 관료적 체계 및 문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전문가들은 우선 부처 간의 협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다양한 부처가 하나의 거대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각 부처가 분절적으로, 개별적으로 혁신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예산 배분과 관련된 철학이 부재하고 부처 간 칸막이 문제로 국가 전체 수준에서 효율적이고 집중된 투자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이고, 결국 부처 간 협력과 유기적 관계를 저해하는 부처 간 칸막이 문제는 이런 구조를 지속·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 또한 제시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협력 과정에서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연계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함으로써 혁신정책의 최종 목표와 세부 목표 간 연계를 저해하게 된다.
또한 장기적이고 단기적인 목표의 모호함은 혁신정책성과 관리의 혼란을 야기하고 결국 R&D의 결과가 경제적 성과로 연결되는 데 주요한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임무지향형 R&D의 전문 기획 부족 또한 지적되었다. 현재 R&D 예산은 여전히 보텀업 방식에서 출발하여 합산한 다음 예산 총액을 쳐내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러한 방식은 결국 임무지향적인 혁신정책 추진 에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과제관리기관이나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임무지향형 R&D 기획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부의 주관적인 판단 비중이 크다는 의견 또한 제시되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이 결국 R&D 정책의 명확성 부족, 정책의 정치적 영향, 예산 문제, 인적·물적 자원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의견 또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결국 원활한 협력과 통합적 조정 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며, 특히 부처 간 소통 및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와 함께 임무지향형 R&D 추진에 필요한 유연하고 유능한 조직 구성, 관련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술 및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 제고 등의 역량이 갖추어져야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음으로 전문가들은 R&D의 중장기적 안목의 부족 문제를 지적하였다. 전문가들은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중장기적 R&D 전략의 부재, 단기적 성과 위주 평가 등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임무 대부분이 사회, 경제적 난제로 실패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정책 의 연속성(장기적 투자) 유지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R&D 정책이 정치, 사회적 요인에 따라 자주 변화하는 것이 문제라는 응답이 도출되었다. 빈번한 정책 기조의 변화로 꾸준한 투자가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시대 흐름에 집중하게 되는 단기적 목표지향이 결국 한계라는 지적이다. 세부적으로 정권의 선호 연구 분야와 기피 연구 분야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기존 연구의 산출물이 폐기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으며, 연구개발이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연구의 계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 또한 도출되었다. 또한 기술혁신에 대한 중·장기적 방향성이 부재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음에도 선례가 없으면 도전적이고 과감한 임무를 설정하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다음으로 임무중심 혁신정책을 추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과거의 법제도와 관행규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구체적으로 임무별로 기술적, 경제적 환경의 이질성에 따라 평가의 복잡성이 수반되지만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구 상황 및 연구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정책입안자들의 탑-다운식 기획 및 추진 방식이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그 외 연구자가 임무지향형 R&D 사업을 기획 및 추진 후 목표달성에 실패했을 때 이를 구제하고 면책할 제도적 안전망이 부재하고, 연구 행정에 따른 과도한 행정비용, 감사, 처벌, 사회적 목표에 대한 공감대 미형성, 사회적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규제 완화 미흡, 관련 예산 확보 부족 등의 문제 또한 지적되었다.
마지막으로 혁신 주체 간 협력 부족 문제가 지적되었다. 거대 임무 달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혁신 주체(산·학·연) 간 협력이 필요함에도 국내 R&D는 개방형 혁신 비중이 낮고 기업 내부 독자적 수행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추진과 이행을 위한 다양한 혁신 주체 간 네트워킹 및 협력이 컨소시엄 참여 요구와 같이 다소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효과적인 산·학·연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제시되었다. 또한 임무중심 정책 수립과정에서 민간(산업계 및 시민사회 등)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경험이 부족하며, 사회적 목표 정의에서 민간 전문가 집단의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임무지향형 혁신정책 추진 시 관 주도가 아닌 사회적 목표에 따라 민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4. 전문가 제언
전문가들에게 임무지향형 혁신정책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에 대해 주관식으로 설문한 결과에 앞서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추진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한 답변에 대한 해결책이 주로 제시되었다. 각 항목별로 세부적인 의견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성공을 위해 정부의 전략, 기획, 거버넌스 역량 강화를 주문하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명확한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함을 전문가들은 강조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무의 정의, 추진체계의 정비, 그리고 적합한 정책 수단 제시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였다.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종합적인 시각이 요구되며 이에 기반한 정책 추진이 성공적 전환을 위한 동력 확보의 핵심이라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부처 간의 협업과 예산 배분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해야 하고 통합적 혁신정책 추진을 위한 컨트롤 타워와 예산 심의 조직, 임무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 형성, 이들을 모두 조정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이 갖추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임무지향형 R&D의 전문적 기획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특히 과제관리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여 정부의 주관적 판단보다는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의 비중이 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충분히 마련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제도적 기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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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문가들은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 중장기적 안목의 혁신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특히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대부분 5년 이상 장기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연속성을 보장받기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기다릴 수 있는 축적 시간이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장기연구가 필요한 분야는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연구 상황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부정책, 장기적 안목에서의 신규 청년 연구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전문가들은 R&D 평가 및 관리제도의 개선 필요성 또한 강조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상당 부분이 임무지향적으로 진행되며, 이에 따라 연구과제들이 선정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며 연구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에 원천적 연구나 혁신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무지향형 연구개발 추진에 대한 부담 요인을 충분히 파악하고 성실한 실패를 인정하고 평가에서 면제해 주는 방식, 성과지표를 장기적으로 달성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과업 기간 설정 등, 이를 완화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또한 설정된 임무에 따른 정책별·사업별 운영 및 평가 체계는 보다 유연성을 갖추고 기존과 차별화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범부처 통합 정책 추진과 정책 성과 관리를 위한 평가 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혁신 주체 간 협력과 민간의 역할, 시장지향성 강화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경제·사회적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 달성을 위해서는 결국 민관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핵심 주체의 역량과 역할 이 핵심 요소이며, 장기적 임무를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함을 재차 강조하였다. 세부적으로 산·학·연 협력이 지금과 같이 단순히 과제를 모듈화하여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형식적 협력을 넘어 혁신 주체 간 화학적 결합을 통한 공동연구를 수행하여 실험에서부터 상용화까지 단계별 난제 해결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역설하였다. 또한, 경제적·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별 학제·산업(업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행 정책 설계 및 추진 방식을 학제·산업 간 협력·융합 중심의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단계별로 세부 과제를 기획 및 운영 시 관련 민간 전문가(산·학·연 관계자 및 시민사회)의 참여와 자율성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였다.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로 추진하고 있는 여러 혁신정책들이 주요 혁신 주체인 산·학·연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결국 일방적 정책 강요의 반복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하였다.
특히, 혁신 주체의 역량 수준은 어느 정도 충분하다고 판단되지만 민간 참여를 위해서는 유인이 부족하며, 이를 위해 충분한 유인 제공 및 관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정책 추진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실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목표를 이해관계자들 간의 치열한 논의와 소통을 통해 명확하게 설정하고, 집중 지원을 통해 산·학·연 등 혁신 주체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개별 연구 주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정부 정책의 목표와 부합되도록 노력하고, 개별 목표 달성이 전체 목표 달성과 다른 개별 주체의 목표 달성에도 부합하도록 노력하는 등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이며 합동적인 역할 수행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특히 정부는 민관협력을 통한 연구개발의 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고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확산하며 정부와 산·학·연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실효성 있게 지속될 수 있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5. 맺음말
본고에서는 현행 혁신정책의 주요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산업계, 학계, 연구계 혁신정책 전문가 50인 대상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았다. 국내 R&D의 주요 문제점과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필요성, 그리고 현행 혁신정책 의 개선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 대비 성과가 나타나는 정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라고 응답하였다. 이에 기반하여 국내 R&D가 투입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이 전반적으로 공감을 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둘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R&D의 투입 측면보다는 전략과 성과 문제가 보다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범부처 R&D 전략 부족’을 가장 주된 문제로 응답하였고, ‘R&D 예산 배분 비효율성’, ‘R&D 경제적 성과 부족’ 등으로 응답하였다. 공통적으로 전문가들은 범부처 R&D 전략과 R&D 예산 배분, 중장기적 R&D 전략, 국가 R&D 정책 방향 등 전반적으로 거시적인 R&D 거버넌스 측면의 역량 및 효율성에 대한 문제점과 혁신의 축적성 및 연속성의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전문가들은 R&D 성과 중에서도 기술적 성과보다는 경제적 성과 부족 문제를 보다 강조하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문가들은 국내 R&D 성과 부족 문제에서 전체 R&D 투자 규모나 정부 R&D 예산과 같은 투입 측면에 대한 문제점보다는 R&D 기술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라는 산출 측면의 문제점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성과 중에서는 R&D 경제적 성과 부족 응답률(45.3%)이 기술적 성과 부족(13.2%)의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혁신의 투입이 성과로 연계되는 경로에서 특히 경제적 가치 창출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노정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째, 전문가들은 국내 R&D의 핵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 추진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내 R&D의 복합적·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선 정부 R&D 거버 넌스 체계 개선, 정부의 기획 및 조정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국가 R&D 의 중장기적 전략성 강화, 중장기적·도전적 R&D를 촉진할 수 있는 R&D 평가 및 관리 제도 개선, 혁신 주체 간 협력 강화 및 민간의 역할 확대가 수반되어야 글로벌 기술혁신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산업대전환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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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zzucato, M.(2018), Mission-Oriented Research & Innovation in the European Union, European Commission.
2) Mazzucato, M.(2013), The Entrepreneurial State: Debunking Public vs. Private Sector Myths, Anthem Press.
3)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혁신체계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에 있다. 특히, 시장 실
패를 수정하는 역할을 넘어 혁신 주체로서의 정부 역할이 강조된다. 또한, 임무지향형 혁신정책은 관련성이 적은 다양한 사업
을 지원하기보다는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등 거대 과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목적 중심으로 혁신 활동을
조정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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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산업연구원이 발간하는 [월간 KIET산업경제 1월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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