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광의 바이오 산책 <25> 무공해 에너지 재생 생체모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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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동물의 정자(精子)나 미생물을 보면, 둥근 구형 몸체에 긴 채찍 모양을 한 꼬리 같은 편모(鞭毛) 또는 섬모(纖毛)를 볼 수 있다. 수컷 동물 정자에 있는 편모가 활발히 움직여만 암컷의 난자와 결합하여 새로운 개체 (아들, 딸)을 임신할 수 있어서 현미경으로 정자의 활동성을 조사하여 수컷의 생식능력을 조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자는 어떻게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정자를 움직이는 데는 편모의 말단 부분에 아주 작은 생체모터가 있고 모터를 돌려서 움직이는 것이다. 정자의 편모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생체 내에 만든 ATP라는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만약 건강하지 않으면 생체에너지인 ATP 생산이 많지 않아서 편모의 모터를 빨리 돌릴 수 없어서 운동성이 약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정자의 운동성이 단지 정자 건강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 능력이 약해져서 생체모터를 약하게 돌리기 때문에 몸 전체의 건강 문제와도 연관될 수도 있다고 여긴다.
그럼 생체 내에는 정자에만 생체모터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생체에너지인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세포 내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의 막(Membrane)에 있는 ATP 합성효소(ATP sythetase)도 생체모터가 있어서 생체막 내외의 물질을 이동하는 펌프로 사용하고 있다. 생체 내에 있는 모터(Motor)들은 주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여 작동한다. 인체에는 수도 없이 많은 생체모터가 구동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모터와 작용기전이나 원리뿐만 아니라 구조마저도 유사성이 아주 높다.
전기 모터의 최초 발명은 1821년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전지와 자석으로 회전운동을 만들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구상의 원핵생물인 세균과 남조류가 약 30억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으니까 적어도 생물은 30억 년 전부터 이미 전기 모터를 사용하였고 에너지 효율성이나 정밀도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인간이 약 200년 전에 전기 모터를 발명했는데 이미 생물은 발생 초기인 30억 년 전부터 초정밀 전기 모터를 사용하였고 에너지도 순환하여 재생하는 완전 무공해인 점을 보면서 어쩌면 전기 모터도 자연을 모사하거나 아직은 자연에 비하면 조잡한 창작물이 아닌지라는 생각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정자와 미생물 편모의 생체모터>
모터보트가 모터로 스크루(Screw)를 회전시켜 움직이듯이 동물 정자나 미생물에서 편모를 생체모터로 돌려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자나 미생물에는 편모를 회전하여 움직이는 모터가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 쉽게 정자와 비슷한 단세포인 대장균(E. coli)을 예로 설명하고자 한다. 대장균을 현미경으로 보면 먹이를 찾아서 원활하게 움직이기가 상당히 불편할 것 같은 막대 모양이어서 움직이기가 상당히 불편하게 생겼다. 막대 모양으로 생긴 대장균의 몸통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보통 긴 채찍처럼 생긴 편모(Flagellum)가 꼬리 부분에 달려있고 움직일 때는 편모를 모터보트의 스크루처럼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편모라는 운동기관 하부에 붙어 있는 작은 생체모터가 빠른 속도로 돌면서 마치 보트가 스크루를 모터로 돌려서 움직이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미생물들도 때에 따라서는 다른 미생물종과 먹이를 경합하여 차지하기 위해서는 민첩하게 움직여야지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때는 모터를 매우 빨리 돌려서 빠른 속도로 먹이에 다가간다. 빠른 속도의 모터보트가 호수에 궤적을 남기듯이 미생물 먹이가 있는 배지(培地)에 미생물이 움직이면서 퍼지는 궤적도 볼 수 있다. 그럼, 생체모터를 돌려서 대장균은 얼마나 빨리 움직일까? 보통 편모를 돌려서 1초에 자기 몸길이의 60배 정도 움직이는데, 사람의 경우로 바꾸어 170㎝ 키 남자를 예로 들면 1초에 102m(170cm X60=10,200㎝) 정도의 속도로 달릴 수 있어 인간 100m 단거리 기록보다 거의 10배나 빠르게 움직이고 시간당 거의 367Km로 달려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열차의 속도와 거의 비슷하다.
미생물도 편모를 돌리는 사용하는 생체모터는 놀랍게도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여 돌리는 선풍기나 전기자동차의 모터와 아주 흡사한 구조를 가진다. 전기 모터와 미생물의 생체모터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주 유사한 구조를 가졌고 크기는 나노미터(Nana meter. 10-9 meter)로 아주 작다. 하지만, 모터의 크기가 아주 작다고 모터의 돌아가는 회전수가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1분당 6,000-20,000번 정도 회전하여서 미생물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일반 전기 모터는 시계방향으로 돌리다가 갑자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생물 생체모터는 분당 20,000회로 회전을 하다가도, 돌아가는 회전의 단지 1/4회전 만에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간이 만든 어떤 전기 모터도 이런 초급(超急)반 회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주 우수한 성능을 이어서, 초(超)급반전 회전의 기능을 밝힌다면 아주 성능 우수한 새로운 모터를 만들 수 있어서 우선은 자동차 급브레이크 없이 초 급속 정지를 가능하게 하여 많은 교통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미생물 나노 생체모터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전기 모터가 가지는 회전자, 고정자, 제어장치, 베어링 등이 완벽히 갖추어진 것을 알 수 있고 채찍에 해당하는 편모는 대략 24 나노미터의 플라젤린(Flagellin)이라는 단백질이 나선형으로 꼬여서 중합되어 있다. 전기 모터는 전기를 에너지로 이용하여 모터를 돌라는데, 그럼 미생물 모터는 무슨 힘으로 모터를 돌릴까? 전기가 아닌 양성자(Proton, 수소이온)의 흐름(Proton motive force)을 이용하는데, 즉 미생물이 먹이를 소화하면서 얻는 대사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미생물이 편모를 회전시켜서 보트에 달린 스크루처럼 시계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앞뒤로는 갈 수는 있지만, 보트에서는 방향키를 이용하여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데, 미생물은 방향을 바꿀 때는 어떻게 할까? 가장 쉽게 설명이 가능한 방법은 편모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 가능하다. 방향을 바꾸자는 반대편에 있는 편모를 빨리 돌리면 방향 전환이 될 것이다. 그런데, 바다에서 살아가는 세균의 90% 이상은 한 개의 편모만 가지는데, 이때는 어떻게 방향을 바꿀까?
미국의 MIT 대학팀은 고속 촬영 카메라로 1개의 편모를 가진 미생물의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신기하게도 생체모터 위에 붙어 있는 갈고리 모양의 Hook (그림 1.의 중간그림의 파란색 갈고리 모양)가 1/100초의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휘어지면서 방향을 바꾸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편모가 돌다가 방향을 바꿀 때는 편모의 회전 방향을 순간적으로 반대로 돌려서 초기에 앞으로 나가려는 힘과 회전 방향을 바꾸어서 아래, 위로 밀어주는 힘이 생겨서 나가는 방향이 휘어져 나간다. 적어도 1/100초에 일어나기 때문에 몇 차례 회전 방향을 바꾸면 아주 짧은 시간에 미생물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런 방법은 이미 회전 방향을 이용한 초기 계획과는 다른 조절된 실패(Controlled Failure)를 일으켜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성취 예가 된다. 미생물 편모 생체모터는 1분에 약 6,000-20,000만까지 회전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는 불과 1/1,000조 와트 정도이고 에너지 변환효율도 거의 100%로 현재까지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고 효율적인 모터이다. 모터의 크기도 30 나노미터(nm, 10-9m) 정도로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작고 정교하고 내구성이 있는 분자 기계 모터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 때 클러치(Clutch)을 사용하여 엔진은 돌아가지만 회전하는 동력을 끊어 주어 작동하는 바퀴는 돌아가지 않게 하여준다.
신기하게도 미생물의 편모에도 클러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편모에 결합 되어서 필요하면 돌아가는 동력의 전달을 끊어준다. 클러치 역할을 하는 EpsE란 단백질이 클러치 역할을 하고 있어서 간편하고 빠르게 가역적으로 나노 모터를 조절할 수 있게 한다. 가장 흔한 대장균(E coli)이나 청국장을 만드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은 1개의 미생물 세포에 많은 편모가 붙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거나 방향을 바꾸기가 1개의 편모가 있는 경우와는 다르게 아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즉, 여러 개의 편모에는 각기의 나노 모터가 붙어서 제각기 돌려는 속도와 방향을 달리할 수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생체모터 발전기, 미토콘드리아>
인체에서 에너지를 얻는 미토콘드리아 총수는 2경(1016)개 이상으로 세포 총수가 약 50~60조로 예상하면 세포 당 평균 300-400개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고, 무게로 환산하면 체중의 10%를 차지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2경 개 이상의 미토콘드리아에는 에너지를 만드는 수없이 많은 ATP 합성효소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내 외막(Inner and outer membrane), 지방 이중 막(Lipid bilayer))은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다.
저에너지의 ADP에 인산(Pi)이 결합하여 고에너지의 ATP를 만드는 ATP 합성효소의 구조(F1)와 지방 이중 막에 붙어 있는 생체모터의 로타(Rotor)를 포함하는 2개의 양성자(H+) 통로(짙은 파란색 ab2 stator, 하늘색 C10 rotor)를 표시하는 F0 부분이 있다. 양성자가 통로를 통해서 양성자(H+)가 들어가면 각각에 붙은 +이온의 아미노산 아르지닌(Arginine)과 –이온의 아미노산 아스파틱산(Asp artic ACI)이 각각 작용하여 밑바닥에 있는 로타가 회전하면 전체 축이 회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토콘드리아 막 내부에 연결되어있는 ATP 합성효소의 알파(α)와 베타(β)의 구성단위(Subunit)가 돌아가면서 저에너지의 ADP와 충돌하면서 알파 구성단위에 들어가서 인산(Pi)와 결합하여 고에너지의 ATP를 만들게 된다. 이때 막 내외부의 양성자의 농도 차를 막 외부와 내부로 연결된 긴 관인 ab2 Stator 따라 내부로 들어가서 계속 적으로 회전할 수 있게 하여 미토콘드리아는 쉬지 않고 회전하고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생체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결국, 양성자의 전기적 흐름이 밑바닥 로타를 모터처럼 돌리고 로타가 미토콘드리아 속 ATP 합성효소의 알파와 베타를 돌려서 효율적으로 고에너지의 ATP를 만들게 된다. 이런 원리는 물의 높이 차를 이용한 위치에너지로 수뢰(물레방아)를 돌려서 수력발전기를 돌려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방법과 같다. 수력발전은 물의 높이에 따른 위치에너지를 이용하지만 물 높이가 낮아지면 전기를 만들지 못한 데 비해 생체는 생체막 내외부의 미세한 양성자를 이용하면서도 생체가 살아 있는 한 지속해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발전기인 셈이다.
하지만, 1~2경(1016)개 이상의 인체 미토콘드리아 중 70% 이상이 모터의 활성이 떨어지면 미토콘드리아 비 정상(dysfunction) 생겨서 인체는 질병이 생기게 되는데, 특히, 대사활동이 왕성한 뇌나 근육에는 미토콘드리아 숫자가 세포 당 1,000-3,000개로 다른 부위보다 많은데 ATP 합성효소 저하로 에너지를 왕성히 만들지 못하면 파킨슨, 뇌 신경 변성으로 뇌졸중, 치매 등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고, 이외 뇌 신경 발작증, 섬유근육통 증후군, 심근증, 간경변, 갑상선저하증, 당뇨병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당뇨병은 에너지원인 당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여 ATP 합성효소 생체모터의 회전이 원활하지 못하여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게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가 비정상화되면서 된다. 이렇게 되면 세포 속으로 당(糖)을 유입시키지 못하여 혈액 속에 높은 농도의 당분이 있는 당뇨병에 걸리고, 결국은 당분을 충분히 대사하여 에너지를 얻지 못하여 심각한 장애를 가져온다. 특히, 뇌를 포함한 다른 장기에도 미토콘드리아 비정상이 일어나면 세포가 죽어가면 세포막의 주성분인 지질이 분해되어 Malondialdehyde 나 4-HNE와 같은 반응성 높은 활성 카보닐이나 활성산소를 만들어 세포를 공격하여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맺는말>
생체모터 분야를 잘 연구하면 지금의 모터보다 효율성이 훨씬 높고 내구성이 강한 모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보통,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미생물 나노 모터를 만드는 데는 25~40개의 구성요소가 모두 정확하게 조립되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모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차원에서는 여러 개의 편모보다는 1개의 편모를 움직이는 것이 훨씬 효율성이 높아서 생체모방(Biomimicry)으로 나노 크기의 생체모터를 만든다면 1개 편모 대상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살모넬라(Salmonella)와 같은 병원성균은 나노 생체모터가 6개 또는 7개 가지고 있어서 이들 모터가 각기 어떻게 움직여서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원리를 아는 것은 새로운 운동시스템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모터나 엔진을 여러 개 가진 자동차나 비행기를 만들기보다는 대개 1, 2개의 모터나 엔진을 평행으로 놓고 핸들이나 방향키와 같은 장치로 미세하게 조절하여 방향을 바꾸는데 여러 개의 효율성이 아주 높은 나노 모터 사용의 조화로움을 미생물에서 잘 배운다면 창의적이고 새로운 초소형 로봇이나 다기능 자동차와 같은 정밀기계의 제조에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초소형 로봇 이용한 혈관 속 청소나 암세포 제거와 같이 원하는 세포 부분에 이동하여 혈관을 청소하거나 암세포를 치료하는 로봇은 의료 분야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줄 것이다. 실제로 박테리아 로봇(전남대학교 박종오 교수팀)은 약물을 실은 운반체를 특정 암세포에 찾아가서 원하는 암 부위만 약물로 치료하는 로봇을 만들었고 독일에서는 정자로 항암 로봇을 개발하였다. 결국 로봇 제조에 가장 큰 걸림돌인 모터의 크기와 동력 문제는 생체모터를 이용하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생체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드는 에너지 발전기는 극초소형이지만 무공해이어서 아주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귀중한 생체기술이다. 생물은 수를 셀 수도 없이 많은 초극소의 발전기로 코끼리나 고래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무공해로 생체가 만들 수 있다는데 큰 경이를 느끼고 있다. 아주 작은 생체의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하여 이미 로봇을 만들 수 있고 탄소제로와 같은 환경문제 해결에 생체모방 기술의 무한함은 단지 극소의 세포 기능의 놀라운 과학으로 표현할 것이 아니라 현 지구촌의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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