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가상융합경제의 혈액이 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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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 비등점에 도달하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어요).”, “Pictures came and broke your heart(영상이 나오고 당신 마음을 아프게 했죠).” 1979년 싱글 발매된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사 중 일부이다. 그동안의 주력 미디어였던 라디오가 비디오로 급격히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라디오 기반 스타들이 쇠락해 가는 아쉬움을 표현한 노래인데, 뮤직비디오 채널인 MTV가 개국할 때, 맨 처음 전파를 탄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공중파 TV를 중심으로 케이블 TV가 보완재 역할을 하며 콘텐츠 산업의 주류로서 방송 콘텐츠가 대세를 이루던 시대 또한 지나가 버리고, 이제는 인터넷망 기반의 스트리밍 미디어가 대중화되면서, 역으로 TV가 유튜브 등의 OTT 플랫폼에 밀려 점차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으니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콘텐츠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초기의 대중적 정보전달의 출발점은 인쇄매체였다. 신문과 잡지, 다양한 텍스트북을 통해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고 전달되며 콘텐츠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이후, 전파와 방송기술의 개발로 한 번에 다수의 수신자에게 정보를 송출하는 라디오와 TV를 통해 오디오 및 비디오 콘텐츠들이 한 방향으로 제공되고 대량으로 소비되는 브로드캐스팅과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등장은 콘텐츠 소비의 개인화를 가능하게 함은 물론이고, 콘텐츠 소비의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에는 초연결성, 초지능화, 초융합성을 표방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거 등장했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산업과 경제 전반의 비대면화, 가상화 현상이 콘텐츠 산업의 경계와 한계에 대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몰아오고 있다.
100℃가 물의 비등점(沸騰點, Boiling Point)이다. 이는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온도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수증기로 기화되면서 상(Phase)의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을 뜻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콘텐츠 산업’은 현재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위한 비등점에 있다.
일상화될 삶의 변화
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재즈풍 카페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기분 좋은 침대의 진동과 함께 한은지 씨의 아침이 시작된다. 그녀는 데이터분석 컨설턴트로 일하는 전문직 34세 미혼 여성이다.
‘굿모닝 제니, 아침뉴스 부탁해.’ 형체는 없지만 늘 곁에 있는 인공지능 비서 제니가 브리핑해 주는 오늘 아침의 중요 뉴스들을 들으며 그녀는 욕실로 들어선다. 스마트오디오 기능으로 거실의 스피커 소리가 욕실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거울 앞에 서서 칫솔을 잡으면 스마트미러를 통해 실시간 생체상태 점검 데이터가 표시된다. 거울 한쪽에는 오늘 날씨와 일정이 나타나면서 일정표에 포함된 방문 지역으로까지의 차량 이동 예상시간이 나타난다.
방 한편에 마련된 스마트옷장 앞에 서서, 오늘 날씨에 맞추어 추천된 옷 구성을 AR미러를 통해 피팅해 보고, 최종적으로 인공지능 어시스턴트가 추천해 주는 가을과 어울리는 색감의 캐주얼 정장과 얇은 트렌치코트를 선택한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될 주간전략회의에서는 고객사 컨설팅 서비스 제안을 위한 한은지 씨의 PT 리허설이 예정되어 있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35분간은 미리 만들어 놓은 자료를 최종 검토하고 PT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모든 자율운행 택시는 광대역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회사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손쉽게 접속해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기업 고객의 경우 VPN을 통해 네트워크 통신 중인 내용에 대한 보안조치가 완벽하게 제공된다.
사무실에서의 오전 일정을 끝내고 친한 동료 수연 씨와 같이 점심식사를 위해 건물 지하의 코엑스 몰로 향한다. 대기 예약과 음식 주문이 모두 앱에서 처리되므로, 식당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없다. 점심 예약은 오후 12시 25분이기에, 남는 20분의 자투리 시간은 수연씨와 함께 동대문시장 패션투어를 하기로 한다. 코엑스 몰에 설치된 가상쇼핑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XR 체험을 통해 동대문시장 한가운데를 실제로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것 같은 실감을 하게 된다. 편리하면서도 생생한 쇼핑 경험이 충동구매욕을 자극해 얼떨결에 신상품 청자켓 하나를 덜컥 구매해 버렸다.
오후 2시와 4시의 고객사 방문 일정을 위해 택시를 탄다. 타인 접촉이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선호하지만 아직은 운행구간이 제한적이어서 이번 가을에는 자차를 마련할 생각이다. 어떤 차가 좋을지 몰라, 퇴근 후 차량업체에서 제공하는 버츄얼 드라이빙 체험으로 제주도 해변을 달려볼 계획이다. VR 기기와 햅틱 장비를 활용하여 시청각은 물론 촉각까지 체감할 수 있다 보니 이제는 차량구매 전 필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차량 구입 대신 벤츠나 테슬라 같은 수입차를 3~6개월 단위로 구독 변경하며 사용할 수 있는 단기소유 서비스도 인기가 많다. 여러 가지 모델을 누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조금 비싸지만 매력적인 옵션이다.
4시에 만난 고객은 발전소 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이었다. 발전사업의 특성상 거대한 발전 설비의 사전적 위험 예측, 신속한 고장 수리 등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현재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직관적이지 못하고 효율적인 실시간 반영 이 어려워, 작년 초부터 실제 발전설비와 동일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서울 본사에 구축하는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늘 방문에서는 조금 다른 측면의 논의도 포함되었다. 장치산업 중심인 딱딱한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직장으로 인식되었으면 하는 경영진의 요청이 있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기업주관의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방안에 대해 좀 더 논의하기로 하고 미팅을 마무리한다.
이제 한 주간의 업무가 마무리되는 금요일 저녁이다. 금요일 퇴근길은 교통체증이 늘 당연한 것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교통상황이 눈에 띄게 원활해진 것이 느껴진다.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과거 및 현재 교통 데이터들이 M2M 기술을 통해 차량끼리 상호 공유·조정되고 HUD(Head Up Display)나 AR 글래스 등 가상 정보창을 통해 다양한 포맷의 정보 콘텐츠로 실시간 변환되어 운전자 및 해당 차량에 제공되기 때문에 만성적인 교통체증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불금을 즐기러 홍대입구로 달려가 친구들과 밤새 떠들어대며 시간을 보냈겠지만,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삶의 방식을 아예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부담스러워진 만큼, 혼자만의 시간이 오히려 편해졌다. 반대로 실시간 화상채팅을 통해 정기적인 모임이 생겨나니 오히려 그동안 자주 못 보던 친구들과의 모임이 온라인에서 더 활발해진 듯하다.
한은지 씨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맛있는 요리를 하나 배달시켜 놓고, 와인을 한 잔하면서 자신의 부캐가 한참 인기를 얻고 있는 메타버스 공간으로 들어간다. 메타버스 안에서의 한은지 씨는 잘나가는 퐁퐁클럽 DJ인 ‘인어공주’이다. 인어공주 아바타의 인스타 계정 팔로워가 벌써 3,500명이나 되니 이 정도면 꽤나 잘나간다 할 수 있겠다. 한은지 씨는 이참에 본캐를 버리고 부캐로 전직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상융합경제의 시대, 서비스로서의 콘텐츠
이러한 가상 시나리오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법제도적 경계선에 걸려 아직 실현되지 못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1~2년 이내에 보편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가상 시나리오에서 볼 수 있듯이, 콘텐츠의 개념은 넓은 범위의 서비스 프레임과 융합되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음악, 영상,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나 뉴스, 광고, 커뮤니케이션 등의 정보 콘텐츠, 교육, 훈련, 지식 제공 등의 교육 콘텐츠 등 독립적인 콘텍스트를 가진 원형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것이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의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었다면, 앞으로의 콘텐츠 영역은 현실과 가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데이터와 경험, 생산과 소비를 넘나드는 다양한 연결성을 제공하는 융합된 서비스의 개념(CaaS1); Contents as a Service)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데이터와 정보를 원료로 하는 다양한 산업적 적용물들이 생산되고 서비스되면서, 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요 산업분야에서 가속화되기 시작한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의 핵심적 기술요소로써, 가상융합기술(XR, eXtended Reality)이 제시되었고, 이러한 XR기술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계하는 인터페이스로 현실의 물리적 한계를 해소시킴으로써 경제 전반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상융합경제2)가 급부상하게 되었다.
2022년은 ‘메타버스 현상’을 중심으로 한 가상융합경제가 본격화되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콘텐츠’는 ‘디지털화 포맷’을 기반으로 ‘서비스’의 그릇에 담겨져 다양한 영역의 경계를 관통하며 가상융합경제가 돌아가도록 만드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콘텐츠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몇 가지 이슈를 생각해 보자.
새로운 콘텐츠 IP들의 등장 가능성
가상융합경제의 본격적인 도래로 인해, 경제활동 무대가 현실에서 가상융합공간까지 급속도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상융합기술(XR) 중심의 콘텐츠 기술 및 이를 활용한 콘텐츠의 개발은 새로운 경험과 경제적 가치3)를 만들어 낼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산업은 전통적으로 신규 IP의 발굴 육성을 위한 초기투자 리스크가 큰 반면, 성공적 IP의 가치 레버리지 효과는 높은 산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성공적 IP(Super IP)를 보유한 메이저 사업자는 IP의 파생버전을 활용한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Super IP 사례 : 리니지1, 리니지2, 리니지1M, 리니지2M 등).
Super IP 이슈는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로써, 콘텐츠가 주는 응집력(Stickiness) 및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포함한 브랜드 효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Super IP 중심의 콘텐츠 산업생태계는 소비자의 다양한 콘텐츠 선택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소비자의 경제적 효용을 감소시킨다.
한편, 콘텐츠산업에서의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의 중요성 증대는 다양한 상호작용 기법4)을 활용하여 고객의 콘텐츠 가치사슬 참여가 적극 장려되고, 이를 통한 고객의 만족과 충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생성한다. 특히 가상융합경제로의 진입은 새로운 플레이그라운드의 등장과 경기규칙의 제시를 통해 다양한 고객경험이 가능하게 되고 이를 통한 창의적 신규 IP의 발굴과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 내에 YG엔터테인먼트가 만들어 놓은 ‘블핑월드’는 블랙핑크 팬들의 성지가 되어 방문인증 및 공유를 통한 2차 콘텐츠 생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제페토 캐릭터를 활용한 댄스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는 한 달 만에 유튜브 7,200만 뷰를 돌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가상융합경제 내에서의 아바타 콘텐츠, 보정 콘텐츠, 장소 콘텐츠, 퍼포먼스동영상 콘텐츠 등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 발굴 가능성은 전통적 콘텐츠 IP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IP들의 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지배적 디자인5)을 위한 각축
XR 기술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표준선점의 경쟁이 치열하다. 2020년 10월, 애플은 AR기능을 지원하는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아이폰12 프로를 출시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AR 선두주자를 따라잡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한편, 2022년경에는 AR글래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20년 9월 오큘러스퀘스트2를 공개하면서 VR시장의 선두주자로 달려 나가고 있고, 소니는 2022년 공개 예정인 PSVR 헤드셋2 개발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밖에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 IT 하드웨어 기업은 물론 로블록스, 에픽 게임스, 텐센트 등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기업들이 분야별 표준선점을 위해 뛰고 있다.
가상융합경제에서의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기술에 대한 신속한 지배적 디자인 확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기술들이 시장에 도입되면 이 기술들은 각자의 기술을 옹호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일정시간 동안 시장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기 위한 경쟁을 진행하게 된다.
이것은 기술의 우열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사용자가 많은 기술이 대개 기술표준이 되며, 이 표준은 또 다른 기술의 도입 니즈가 생기기 전까지는 한참 동안 시장표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적 디자인에 의한 시장표준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그것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2002~2008년 사이에 소니의 블루레이 디스크와 도시바의 HD- DVD 기술진영 간에 진행되었던 차세대 DVD 표준전쟁이 좋은 사례이다. 양 진영 간의 표준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가정용 홈비디오 콘텐츠의 주요 공급자였던 영화사들은, 양 쪽의 기술 포맷을 적용하기 위한 콘텐츠 중복 출시 및 소비자들의 보유기기 확보 혼란으로 인해 콘텐츠 출시와 유통에 불필요한 비용을 감수해야만 했다.
가상융합경제에서의 기술표준 미확정으로 인한 얼마간의 사회적, 경제적 비용 발생은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보이며, 주요기술의 지배적 디자인의 정착은 향후 3년 이상 중기적 조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기술의 기간산업 접목
서비스를 포함한 콘텐츠의 영역 개념을 확장하게 되면서 그동안 B2C용 콘텐츠 제작 및 운용을 위해 개발되었던 콘텐츠 기술들이 가상융합 기술(XR)로 발전되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 5G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적인 DNA 경쟁력 확보를 바탕으로 산업 전반에 XR을 접목·활용할 경우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서 경제성장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KPMG 자료(2020. 6.)에 의하면 2025년 제조, 유통 등 국내 6대 산업의 XR 활용 부가가치 창출액은 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중 제조업 분야의 부가가치 창출이 전체의 50%를 넘는 13.8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XR 기반의 콘텐츠 기술은 실제 공정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고 지속적인 위험 관리와 원격 유지보수 등이 필수적인 자동차, 화학, 철강 등의 제조현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여, 실제 가동환경을 실시간 센싱하고 이를 통한 현장 설계, 이상 모니터링,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위험관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활용될 것이다. 또한 고위험도 의료 처치, 복합테러 대응, 전투상황 지휘통제 등의 실제 상황 훈련이 어려운 분야들은 가상융합기술을 적용하여 반복 훈련, 교육이 가능하도록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블루오션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제 주행 시뮬레이션을 위해 3D 공간정보의 구축 및 차량흐름 정보, 신호 및 도로 정보 등에 XR 기술을 접목한 효율적이고 안전한 가상훈련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성공사례의 산업적 영향력이 큰 분야이므로 선도사례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선점을 위해 민관협력의 입체적인 전략과 정책추진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상세계의 새로운 규칙
그동안 게임에서 주로 제공되던 가상세계 인터랙션들이 최근 이러한 경험에 익숙한 MZ세대6)를 중심으로 게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상사회(메타버스) 공동체의 활성화를 급속히 만 들어 내고 있다. 현실세계에서 대면으로 친구를 만나거나 업무를 수행하고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보다 가상세계에서 이러한 욕구를 해결하는 것을 훨씬 편하게 여기는 얼리어답터들이 미래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가상세계 참여 및 활동들을 통해 그동안 현실세계 중심으로 생성되고 사용되던 콘텐츠들이 가상세계의 다양한 상황에 따른 상호작용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로 확장될 것이다. 현실세계와는 달리 중앙적 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쉽지 않은 가상융합경제에서 새로운 기준과 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통제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이다.
가상세계에서의 개인 인권 침해나 성적인 일탈, 경제적 범죄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규율들이 현실세계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제시될 수는 있으나 전혀 다른 세계관과 경제관을 가진 영역 간의 가치충돌은 명약관화하다. 이미 기존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및 통제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탈중앙화 의식들이 모여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금융, 인증, 유통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당연한 변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디지털 콘텐츠’로 대표되는 가상세계 자산의 가치입증을 위한 NFT 기술 적용이 사회적 인정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한 소유권 입증이 유효하게 인정되면서, 일부 영역에서는 현재의 규범과 미래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7)들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있다. 가상융합경제의 성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의 자율과 통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미래사회의 혈관, 콘텐츠를 재정의해야 할 때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그의 저서 『콘텐츠의 미래』(2017)에서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는 함정에서 벗어날 것. 대신 연결 관계를 키워나갈 것”이라 설파했다. 개별적인 콘텐츠의 힘보다는 연결(Connection)의 힘을 중요 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통적 콘텐츠(예를 들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음반 콘텐츠나, EA의 피파온라인 게임 콘텐츠 등) 개념이 급격히 확장·변화되고 있다.
이제는 전통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와 정보, 이를 기반으로 하는 2차 서비스 결과물까지도 콘텐츠의 영역에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SKT에서 교통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 제공하는 티맵 앱은 서비스로서의 콘텐츠(CaaS)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이러한 콘텐츠 개념의 확장은 콘텐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가상융합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원(가상융합 기술, XR) 역할로 연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무수한 포맷의 새로운 콘텐츠들을 머지않은 미래에 일상적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콘텐츠 산업’에 대한 재정의가 시작되는 때이다. 삶의 곳곳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 사회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만들어 내는 혈액 역할과도 같은 콘텐츠. 그 진화의 방향과 속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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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사용되는 ‘CaaS’의 개념은 콘텐츠 관리 편의성을 위한 포맷 및 확장 API에 대한 기술적 기준을 설명하는 협의의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콘텐츠를 서비스의 개념으로 확장, 정의 할 것을 제안한다.
2) 관계부처합동(2020. 12.),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 참조
3) PWC(2019. 11.), 2025년 XR로 인한 글로벌 경제파급효과는 4,764억 달러로 전망된다.
4) 영화 <밴더스내치>는 시청자에게 인터렉티브 선택권을 제공하여 최종적 결말을 다르게 제시한다.
5) Utterback and Abernathy(1975), “Dominant Design”
6) 통계청(2021. 7.), “20세에서 40세 사이의 밀레니얼세대, Z세대를 통칭한 개념. 전체 인구의 26%에 해당”
7) 게임 아이템의 NFT화는 게임법상 사행성 행위로 간주되어 해당 게임들에 대한 등급분류는 거절된다.
※ 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소프트웨어중심사회’ ONTHLY SOFTWARE ORIENTED SOCIETY 2월호 ‘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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