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91) 천연기념물 6 기괴함의 극치, 이천 도립리 반룡송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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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에 가장 멋진 소나무로서 정이품송을 소개한 바 있었으므로, 어쩌면 그 반대쪽 극단에 있다고 할 만한 또 다른 소나무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런 개념으로 나무들을 분류한다면, 지난 90호에서 소개한 천자암 쌍향수는 정이품송과 오늘 소개하는 소나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할지 모르겠습니다. 특이하지만 품위를 잘 간추었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나무는 특이함을 넘어서 기괴함의 수준에까지 이른 천연기념물이 아닌가 합니다.
천연기념물로서 지정된 나무 중,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나무는 소나무라고 했습니다. (90호 참조) 그 천연기념물 소나무들 중에서 상당한 수가 (정확하게는 이번 호에 다룰 이 소나무와 함께 5개) 소나무 중에서는 키가 비교적 작은 반송(盤松)이라는 종류의 소나무들입니다. 그 중에서 이 나무는 소나무 종류를 구분하는 의미의 반송이라는 이름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무입니다. (그러니까 정식으로 반송이라 분류된 나무가 네 그루이고 이 나무도 나무의 높이나 가지의 퍼진 모양으로 보면 반송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천연기념물 중에서도 가장 기괴한 모양을 자랑할 만한 나무가 바로 이 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름이 반룡송(蟠龍松)이라 붙여진 것은 하늘에 오르기 전에 땅에 서리고 있는 용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 1996년 천연기념물 제38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소나무는 수령 500년 정도이며, 나무의 높이는 4.25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는 1.83m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상 2m 정도에서 가지가 사방으로 넓게 갈라져서 퍼져 있는데 그 모양이 아주 특이합니다, 나무의 키에 비해서 그 수형이 매우 넓을 뿐 아니라 벋어 나온 가지들이 마치 용틀임하는 용의 모습처럼 기묘하게 비틀려 엉겨 있습니다.
필자는 이 나무를 찾아 이천 도립리 (어산마을이라고도 불립니다.)를 찾았을 때, 약간 비가 부슬거리고 있는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라면 쉽게 눈에 띄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근처에 갔다가 전혀 보이지 않아 돌아설까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천이라는 지방이 곡창지대라 너른 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데, 그 특색 그대로 넓은 경작지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질척거리는 농로를 100m 정도 들어가서야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고, 나무로서는 비교적 작은 키 때문에 쉽사리 외부에서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필자는 약간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날씨 속에서 이 나무 주위를 돌아가며 사진을 찍는 순간, 약간 으스스한 느낌도 가졌습니다. 그만큼 나무 모양이 기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류의 특이한 소나무에는 전설이 깃들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인터넷 두산백과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고 합니다.
신라말기의 승려 도선(道詵)이 이곳에서 장차 난세를 구할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을 예언하며 심은 소나무 중 하나라고도 하며, 혹자는 일만 년 이상 살아갈 용송(龍松)이라는 의미에서 만년송(萬年松)이라고 한다고도 합니다. 민간에서는 이 나무를 훼손하면 반드시 화(禍)를 입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 나무의 껍질을 벗긴 사람이 병을 얻어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있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워낙 기묘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어 생물학적 자료로서도 가치가 높은 나무라고도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여하튼 이 반룡송은 수도권 가까이에 있는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나무에 관심을 가진 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그 기괴한 모양을 블로그, 유튜브 등에 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그런 대열에 낄 생각은 없습니다만, 천연기념물 시리즈를 만들다 보니 약간 필자가 가지고 있는 나무에 대한 기본 철학(?: 가능한 한 특별하지 않은 우리 주변의 나무를 소개하고 싶다는 소박한 철학)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펼친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이 이천 도립리 마을 근처에는 산수유 마을로 알려져서 SNS를 많이 타고 있는 백사면 백사골 또한 한번 들러볼 가치가 있는 마을인데, 그 마을은 오히려 수도권 근처의 산수유마을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필자로서는 그 마을 안쪽에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 보호수가 어쩌면 더 멋진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519년 (중종 14) 기묘사화로 낙향한 선비들 여섯 명을 대표하여 엄용순이 건립했다는 육괴정(六槐亭)이라는 정자 주변에 심었던 느티나무들 중에서 나머지 다섯 그루는 없어지고 겨우 살아남은 한 그루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느티나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줄기도 손상이 거의 없고 싱싱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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