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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2022년 사회정책> ‘사다리 복지’로 계층 간 이동성을 제고하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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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1월11일 17시10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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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빈번히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우선순위가 현재의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주어지고 있다.

이런 성격의 복지 프로그램들은 취약계층의 생활에 도움을 준다. 특히 코로나19로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런 도움은 절실하다.

 

그러나 시야를 좀 넓고 길게 보면 이것이 최선일까? 취약 계층의 사람이나 소상공인들이 평생을 복지비로 살아간다면 생계는 유지하겠지만, 희망과 보람이 없는 삶이 아닐까? 현재는 취약한 상황에 있다하더라도 이 사람이 미래에 좋은 일자리를 얻어 보다 높은 소득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소상공인들이 앞으로는 전염병 유행에 염려 없이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방법도 함께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복지 프로그램을 현재지원형과 미래발전형으로 나누어 적절히 병행하고, 복지자원의 배분이나 경제정책의 구성에 이런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경제의 경쟁체제나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재해가 결과적으로 잉태하게 되는 양극화 심화나 생존권 위협을 일시적인 현금 이전지출만으로 완화할 수는 없다. 경쟁조건이나 사업 환경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사다리 복지’란 이러한 구조적 개선을 지원하는 미래 지향형 복지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은 일회성으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본질적인 지원은 이분들이 어떤 전염병이 유행하더라도 안심하고 영업을 하고 손님들도 안심하고 드나들 수 있도록 전염병 방역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이 해결책은 어려운 과제도 아니다. 현재 KIST가 설치해 운용하고 있는 자체 방역시스템을 원용하여 적절히 응용하면 이런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KIST는 기존의 나이팅게일 센터에 자체 개발한 시공간 지문기술(CTS)을 접목해서 자체 방역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중소도시에서는 보건소들에 이동식 방역센터(KIST의 나이팅게일 센터)를 설치하고 그들 네트워크의 데이터 공유와 CTS를 활용하면 되고, 남대문 시장이나 가락동 농산물시장, 다양한 재래 전통 시장이나 먹자골목 등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지역이나 시장에도 이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여주시가 KIST에 앞서 재래시장에 나이팅게일 센터와 코로나 음성 카드시스템을 도입하여 소상공인들의 영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지속되도록 한 선례도 있다.

 

이러한 방역시스템의 전국적 구축에 소요되는 예산은 현행 선별진료소 운영비나 소상공인 피해 지원금(50조~100조)에 비하면 아주 소액으로 1조 원 이하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런 시설이나 소프트웨어는 코로나19 이후 또 올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전염병 방역에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이 미래 지향형 방역 복지다. 어떤 바이러스가 공격해오더라도 정상적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역 하부구조의 구축이 소상공인들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근본 대책이고 사다리 복지다.

 

취약 계층에 대한 미래지향형 사다리 복지란 무엇인가? 이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계층의 상향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처럼 기초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은 당장의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계층을 고착시키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욕구가 있으며, 이런 욕구의 충족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미래 지향형 사다리 복지다. 

 사다리(LADDER)가 갖는 의미는 위로 올라가는 수단이다.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엘리베이터 복지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다리 복지를 복지정책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나라들은 스웨덴 등 북구(北歐) 국가들이다. 그 결과 북구권 국가들의 계층간 이동성(Social Mobility)이 세계 어느 경제권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나라는 취약 계층이 여유 계층에 비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불리하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데 복지 지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이 국가들은 돈을 많이 쓰는 것보다 지출의 효율성이 높은 프로그램의 입안과 집행에 주력하고 있다.

 

사다리 복지의 키 워드(Key Word)는 취약 계층에 속하는 개개인들의 종합적 능력향상과 이들에게 균등한 기회 제공이다. 시장의 경쟁질서는 유지하되, 취약 계층 출신이라는 출생 환경으로 의욕이 있고 기초 소양이 있음에도 경쟁에서 열등한 자격 조건이나 기회의 차별에 직면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뜻이다.

 

우선 취약 계층 개개인의 지적, 신체적 능력 향상을 통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갈수 있는 힘을  배양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수단들이 교육, 보육, 재훈련, 보건, 의료 등이다. 이런 부문들에서 취약 계층이 다른 계층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지적 능력과 건강은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할 때, 그 기본 조건이다. 취약 계층이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열등한 환경에 직면하게 되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한다. 

예컨대 북구 국가들의 대학 교육은 무상이다. 뜻이 있고 학습 능력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취약 계층 어린이들이 저소득으로 인하여 영양 섭취를 정상적으로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같은 차원의 복지 프로그램이다.

 

지역 간 편차를 완화하려는 정책도 이런 기회균등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의 측면에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특정 지역의 주민들이 여타 지역의 주민들에 비해서 불리한 자격 조건을 갖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 균형이라는 개념에도 사다리 복지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강남 특구 이슈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해주는 북구의 복지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직종 간 이동성과 노동생산성을 높여주는 재훈련의 확충이나 고용 형태의 변화에 따른 소득불안에 대한 보호 프로그램도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에 따른 계층 간 이동성 제고를 지원하는 복지 프로그램이다.

 

보육의 공공성 강화는 보육 부담으로 여성이 부딪히는 남성과의 실제적 차별장벽을 극복하게 도와줄 뿐 아니라, 취약 계층 어린이들이 인지 능력 배양에 있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사다리 복지정책은 균등한 기회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노조 정책으로도 확대된다. 비노조원이라고 해서 노조원에 비교해 불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도록 법규를 제정하는 것이다. 노동정책이 노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도록 정책구조를 짜는 것이다.

 

사다리 복지는 거시 경제의 차원에서 보면, 노동의 전문성과 생산성을 제고하고,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높여줌으로써 산업이나 기업들의 기술 변화에 따른 대응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한다. 그 결과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이 유연하고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런 경쟁력 강화는 좋은 일거리를 창출하게 되고, 이것이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더 나아가 산업생산 증대로 점증하는 복지 지출의 소요액을 충당할 수 있는 세원의 확대도 가능해진다.

 

이런 선순환의 고리는 취약 계층의 상향 이동이 용이해 지고 양극화가 완화되는 사회적 통합으로 연결되며, 젠더 이슈의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자본주의의 그림자인 양극화와 기회 불평등에 의한 국민 분열이 완화되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심화되어 사회적 생산시스템(Social Production System)이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되고,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이 강화되어 세계의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이 나라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에서 후보들이 현금성 이전지출을 주축으로 하는 공약들을 다수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금성 이전지출과 미래 지향형 사다리 복지 지출의 조합(組合)이 더 바람직하다. 취약 계층의 현상을 고착시키고, 시장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방치하는 것은 오늘만 보고 내일은 보지 않는 하책(下策)이다. 이들의 경제 사회적 지위가 상향으로 이동하고, 재난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경제 사회 질서의 하부구조를 구축해주는 사다리 복지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취약 계층의 아픔을 치유하는 유효성 높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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