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유류분 위헌 결정의 의미와 그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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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현행 유류분에 관한 민법 제1112조 직계존비속, 배우자에 관한 제1호부터 제3호의 규정에 대하여는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형제자매에 관한 제4호 규정에 대하여는 형제자매의 경우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에 관한 규정은 2025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유류분 상실사유를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법을 개정해야 하고 형제자매에 관한 규정은 이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특정 상속인이 보장받는 일정비율의 상속재산을 말하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에 대하여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에 대하여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 민법상 유류분 제도는 1977년 12월 31일 신설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유류분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입법자의 의도는 공동상속인 간에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자유로운 증여 등의 의사로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즉,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 거래의 안전이라는 피상속인 측의 의도가 녹아있는 부분과 가족생활의 안정,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상속인 측이 기대하는 부분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헌재 2010.4.29. 2007헌바144)
하지만 이러한 유류분 규정이 도입된 1977년 상황과 2024년 상황은 어언 반세기가 지났다. 장남에게만 재산을 모두 몰려주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차남이나 삼남이 불안해하는 상황도 지나갔고 출가외인이라고 하여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분위기도 지금은 아니다. 가산(家産)이라고 하여 모든 가족 구성원이 재산형성에 같이 노력하여 일정부분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한 분배권을 제한하자는 생각도 시대착오적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고려한다면 현행 유류분에 관한 민법 규정은 위헌여부를 판단할 시기가 되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는 변화된 가족의 의미와 경제구조에 대한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이 되고 핵가족구조에서 일구어가는 재산축적은 부부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유류분이라는 개념이 계속 필요할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겠지만 설혹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을 일구어낸 본인의 의사(意思)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유류분이 가족이라는 특수한 커뮤니티에서 적용된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민법상 강력한 물권인 소유권하에서 상속재산 분배권도 피상속인의 자유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유류분제도가 언급될때마다 패륜자식과 패륜 부모가 나온다. 인간으로서 할 도리를 다하지 않은 자식과 부모까지 유류분을 인정해야 되냐는 논의이다. 우리 민법 제1004조는 이 정도면 상속이 이루어지면 안되겠다라는 수준을 규정하고 있다. ①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등 상속과정에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 하려 한자 ②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자 ③ 유언과 관련하여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ㆍ변조ㆍ파기 또는 은닉한 자이다. 규정한 내용을 보면 느끼겠지만 하나같이 형법에 저촉되어 형사벌을 받을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다.
하지만 패륜이라는 단어는 형법에 저촉되는 내용도 있을 수 있지만 형법에 저촉되지 않는 내용도 있을 수 있다. 부모를 살해하는 행위는 패륜적인 행위인 동시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를 돌보지 않는다는 행위는 현재 사회적 분위기를 보자면 어느 정도를 패륜적 행위로 볼지도 의문이며 대부분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볼 수도 없고, 만약 가족간 특별한 역사적 이력이 존재한다면 누가 먼저 정서적, 심리적 가해자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부모에 따라서는 상속인인 아들과 딸이 어느정도 봉양해야 만족스러운 봉양을 받았는지도 각자가 다르게 느낄수도 있다.
이렇게 다르게 느끼는 가족간 문제를 패륜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유류분에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판단할 때 벌써 걱정이 앞선다. 자식을 어린시절부터 방치한 부모가 자식이 사망한 시점에 상속재산을 받겠다고 나서는 행위를 보면서 필자는 그 부모를 비난하는 마음이 생김과 동시에 사망한 자식의 내심의 의사를 추정해 보면 벌써 마음 한켠이 젖어오는 것을 느낀다. 이처럼 복잡한 것이 가족관계다. 부모에게 형법에 저촉될 정도의 위해행위를 가한 자식에게 부모중 일부는 처벌을 원치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가족의 특수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행 유류분 제도는 현재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위헌 결정을 받았다. 형제자매에 대하여는 재산형성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나서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이고 홀가분(?)하다. 하지만 유류분 상실사유를 따로 규정하여 입법해야하는 직계존비속, 배우자 부분은 결국 패륜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패륜에 대한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입법자의 무거운 과제가 될 것 임은 분명하다. 어떤 면에서는 패륜이라는 개념으로 유류분 상실사유를 규정하기 보다는 유류분을 꼭 적용해야만 하는 극히 제한된 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현대사회에 맞는 유류분의 합리적 적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기적으로는 피상속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상속재산의 배분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조심스럽지만 유류분제도의 폐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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