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피격과 에너지전환 필요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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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지난 14일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원유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570만 배럴 감소했다. 이는 사우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며, 전 세계 1일 원유 생산량의 약 5%에 해당한다. 생산 차질과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했는데, 피습 후인 지난 16일에는 한때 20%가량 치솟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평가에 의하면 이는 최근 11년만에 하루 최대폭의 급등이다. 문제는 사우디의 폭격 당한 시설이 언제 복구 될 지와 미국 등의 보복공격 여부에 따라 유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복구시기 및 상응조치가 관건
한편 17일 사우디 압둘아지즈 빈 살만 석유장관은 피격으로 줄어든 석유 생산을 빠르게 회복 중이며 이달 말까지는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석유 생산능력을 이번 달과 다음 달까지 약 1천만 배럴로, 11월 말까지는 1천200만 배럴로 복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 후 국제유가는 이날 약 6% 이상 하락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즉,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수준인 유가가 피폭 후 7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예상보다 빠른 복구 소식에 다시 65달러로 내려간 것이다. 복구시기에 대한 이견도 있다.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 아람코 설비 피해 현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원유 생산 정상화까지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람코가 절반가량 공격당한 탈황탑 복구를 위해 필요한 탈황시설 부품 확보에만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복구 소요 시간별 유가 전망을 내놨는데, 1주내 복구시 배럴당 3~5달러, 2~6주내 복구시 5~14달러, 6주 이상 걸려 복구시 15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즉, 브렌트유 배럴당 60달러 기준으로 복구에 한 달 반 이상 걸리면 유가가 25% 이상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복구시기 이외에 미국 등의 상응조치 여부도 관심이다. 비록 트럼프대통령의 유화적 발언이나 유렵 각 국의 신중론으로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지만 월가는 향후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분위기다.
글로벌경제 및 국내영향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은 글로벌 경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에너지값 상승이 기업의 생산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원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수입품 값에 반영되어 결국 소비를 위축시켜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무역전쟁에 유가충격이 더해질 경우 글로벌 경제에 복합불황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다.
국내의 경우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 중 29.0%가 사우디 산이었고 올 들어 8월까지도 전체 수입량의 28.3%를 차지했다. 수입산 원유 중 대략 3분의 1이 사우디에서 들어오는 만큼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 여러 업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포함 원료비 제외)을 통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석유화학 등 관련 전방 업계의 원가부담도 커지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자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석유제품 제조 원가는 7.5%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또한 국제 원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다음달 초부터 휘발유·경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유가에 민감한 항공업계도 유류비가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1/3 수준이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유가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수준인 해운업계도 상황은 비슷한데 비용 상승 분의 가격 전가가 쉽지 않아 불안감이 가중된 상황이다.
더욱이 사우디 발 유가 불안 변수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및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연이어 발생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도 우려되지만 더 불편한 점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특히 기업에는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블랙스완이 가장 위험하다. 측정이 안되니 미리 대비할 수 없기에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필요성과 우리의 민낯
위험의 속살은 우리나라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대외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약 95%에 육박하고 에너지 사용량 세계 8위로, 지나치게 높은 수입 의존도와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기형적 민낯이 위험의 본질이다. 장기적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외생변수에 의해 계속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미래에 발생할 외생변수 자체는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그 변수로 인한 국내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고, 그 중 하나가 에너지전환이다. 이것은 마치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함의 일부가 중국 때문이라도, 국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우선 해 나가야 하는 것과 같다. 에너지전환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환경이다. 이와 관련된 우리의 또 다른 민낯은 미세먼지 농도 OECD 국가 중 1위, 석탄화력 발전비중 42.4%로 CO2배출 세계 7위 라는 사실이다. 이에 에너지안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감축의 종합적 관점에서 사회구성원들이 합심하여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고 점진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을 선도하는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은 사회경제적 혜택을 수반하는데, 에너지 전환에 따른 환경 및 보건적 피해감소와 관련된 혜택은 ’50년까지 누적 $65~160조에 이를 전망으로 이는 필요 투자비용을 크게 상회한다. 또한 ’50년까지 현재 계획된 정책 시나리오와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5.3%($99조)의 GDP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화석연료 분야의 일자리 축소는 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분야 고용효과로 상쇄되어 에너지 부문 총 고용은 0.2% 상승될 예상된다.
재생에너지와 수요감축
에너지전환 중에 필자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과 이를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참하는 수요감축과 병행하는 것이다.
때 마침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시대가 개막됐다. 석탄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1800년대의 일이다. 하지만 나무를 몰아내고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석탄은 오래지 않아 석유와 천연가스에게 다시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금 전 세계는 또 한 번의 역사적인 에너지 전환기를 맞았다.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들이 한꺼번에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200년 이상 동안 세계 에너지 시장을 휩쓸어왔던 화석연료를 밀어내고 새로운 에너지의 ‘왕좌’에 등극할 후보는 바로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지속가능한 연료를 사용하는 재생에너지다. 사우디의 석유장관을 지냈던 세이크 아메드 자키야마니는 “석기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은 돌멩이가 없어서가 아니다. 석유시대도 석유가 바닥나기 전에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을 보면서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면 수소 연료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결국 석유에 대한 수요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한 말인데 이제 그의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부상에 대해서 여전히 시각차가 존재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86퍼센트를 여전히 석유와 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지난 25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더 많은 화석연료를 생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는 더디고 여러 가지 제약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아무 때나 발전을 할 수 있는 화석연료 발전소와 달리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논란의 수렴점은 결국 경제성이다. 재생에너지가 앞으로도 계속 보조금에 의존하게 된다면 새로운 에너지의 ‘왕좌’에 오르기는 커녕 ‘신하’도 되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까지도 재생에너지의 생산 가격은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있어서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럽재생에너지는 물론이고 대만 해상풍력 및 중국 태양광까지도 보조금 없는 시장경쟁 재생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프랑스의 전력 및 가스 그룹인 Engie는 화석연료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기술에 3년여에 걸쳐 10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고 보조금이 필요한 기술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며 철저한 비즈니스로 접근하겠다고 한다.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이제 화석연료 에너지와 핸디캡없이 ‘맞장’을 떠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시장변화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연료인 바람과 태양이 풍부하지 못하고 땅도 좁아서 재생에너지를 위한 최적 조건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연 조건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강원, 경북, 제주 일부지역은 충분한 바람이 불고 전남도 햇빛이 약하지 않다. 땅이 좁으면 바다로 나가거나 버려진 땅을 활용하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고, 염해농지나 간척지 등 활용할 땅이 없지 않다.
OECD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4.9%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5%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에서 20%로 올리기 위해 신규설비 95%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했고, 2040년까지는 30~3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수립했다. 달성한다면 고무적인데, 이는 정부나 관련 공공기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각 지자체, 지역주민, 투자자 등 모든 사회구성원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상호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목적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재생에너지 공급과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참여하는 수요감축 노력이다. 즉, 정부, 기업, 상업, 가정, 개인 모두 에너지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아무리 공급을 똑똑하게 해도 수요감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고, 정부나 기업의 역할 뿐만 아니라 바로 개개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걱정하면서도, 편리한 삶의 관성대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불편함은 감수하지 않는다면 에너지전환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는 마치 우리가 미세먼지는 마시고 싶지 않으면서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은 정부나 기업에만 맡겨두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필자가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에너지전환이 필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단, 과거 20세기말 추진했던 에너지절약과 지금의 차이점은 혁신을 바탕에 둔다는 점이다. 즉 지금의 에너지절약은 단순 원가절감 차원을 넘어 기술혁신과 경쟁력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우리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토에서도 1960~1980년대 글로벌 흐름을 미리 읽고 석유화학에 선 투자해서 경쟁력 있는 주력 산업으로 키워낸 성공경험이 있다. 그 당시에도 우리에게 유가변동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였고 화석연료 자원도 전무한 위기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이를 산업육성의 기회로 삼았다. 이제 글로벌 흐름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서서히 바뀌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3년 전 화석연료 발전시설 신규투자를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신규투자가 넘어서더니 작년에는 그 차이가 3배에 달했다.
마침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처럼 통제하지 못하는 외생변수 영향이 무기력하게궁금한 지금, 글로벌 변화흐름을 미리 읽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촉진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것이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과 재생에너지 시대의 개막이라는 역사적 에너지 전환시대에 대비하는 우리다운 자세다. 물론 이는 정부나 기업 등 특정 집단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참할 때 비로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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