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를 관통하는 세 가지 관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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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는 ‘제도, 후보자 도덕성, 민심‘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조명해불 수 있다.
첫째, 인사 청문회 제도다.
국회 인사 청문회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견제해서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여당은 야당과 함께 장관 후보자들의 소신과 추진력, 리더십과 행정 업무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도 건강해지고 의회 민주주의도 복원될 수 있다. 그런데 여당은 무조건 대통령 지명 후보자를 옹호하고 야당은 반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청문회와 한국 청문회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공직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청문회 이전에 검증이 확증돼야만 청문회가 열릴 수 있다. 통상, 국세청(IRS), 연방수사국(FBI),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후보자를 검증해 대통령에게 직보한다. 주목할 것은 백악관은 지명자에 대한 각종 검증 자료를 의회에 제출한다. 대통령의 임명 의사가 아무리 강해도 여론 경청 단계에서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하면 후보 사퇴 또는 대통령 지명 철회가 이뤄진다. 한국처럼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에 대해 국회에 청문요청서를 보낸 후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여야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다. 또한, 모든 청문회 대상은 해당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표결을 한다. 한국의 경우, 상임위에서 표결은 없고 단지 청문보고서 채택만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10일 이내에서 날짜를 정해 어느 때든 임명 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이미 16명의 장관급 인사가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었다. 엄격하게 평가하면 한국 청문회는 무늬만 청문회다.
여야가 증인 채택 문제로 예정된 9월 2일 청문회 개최가 무산되자 조국 후보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여당 수석 원내부대변인이 사회를 보고 기자들이 일문일답하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조 후보자에 500분간 무제한 해명 기회를 제공했다.
진보를 대표하는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인사청문회를 우회하는 전례 없는 셀프 간담회에 대해 “대통령이 법과 제도, 나아가 정당정치의 규범들을 무시하고 뛰어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넘어서는 권력 남용 내지 초법적 권력행사”라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는 (또) 사법행정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의 도덕적 자질이 본질이라고 본다”고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직결된 문제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촛불시위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이라고 대통령이 말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여하튼 조 후보자와 여당은 특권과 반칙속에서 인사청문회 제도와 국회 기능을 무력화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둘째,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다.
청와대는 조국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유로 지명했다. 그런데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조 후보자를 통해 사법개혁을 완수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돼버렸다. 도덕적 권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개혁을 하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도덕성과 언행일치, 그리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조 후보 딸의 논문과 입시, 가족 사모펀드 투자, 조 후보자 가족이 운영하는 웅동학원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은 이미 법률적 차원을 넘었다. 오죽하면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조국 캐슬’,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겠는가.
서울대, 고려대 등 대학에선 ‘조국 OUT’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은 국회에서 야당과의 조율과 협조 없이는 힘들다. 야당과 최악의 관계에 있는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오히려 사법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개혁의 대상이 된 조 후보자가 어떻게 사법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이탈리아 사회학자 애드워드 밴필드(Edward C. Banfield)는 ‘비도덕적 가족주의’(amoral familism)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자신의 가족을 위한 것은 아무리 비도덕적이라 해도 용인될 수 있다는 ‘가족에 대한 무한 충성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것은 법치 훼손의 주범이고 사회 불신의 근원이다. 가족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으로 가득 찬 사람이 어떻게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치를 완수할 수 있겠는가?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다.
8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관리해야 할 법무부장관은 다른 무엇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후보자는 지난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적도 있다. 단지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조 후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또한 고소·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만으로 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 후보자 본인이 평소 쏟아 낸 말과 글을 보면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신을 계승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촛불 정신이 지향하는 가치는 공정, 정의, 평등이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은 이런 촛불 정신을 전면 부정한다. 조 후보자의 위선과 탐욕으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도루아미타불 물거품이 됐다.
조 후보자의 제자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지난 4일 조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정의를 고민한 조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를 지켜보며 그가 품은 정의란 무엇인지, 실제의 삶 사이에 크나 큰 간극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무슨 창피함인가. ’왜 도덕인가?‘의 저자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도덕성이 살아야 정의도 살 수 있고, 무너진 원칙도 다시 바로세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 후보자가 크게 성찰해야 할 말이 아닌가?
셋째, 민심의 향배다.
여론조사는 국민의 관심이 증폭되는 논쟁적 현안에 대해 민심을 수렴하는 과학적 방법이다. KBS가 실시한 1차 조사(15-16일)에서 조 후보자 지명에 대해 '적절하다'가 42%, '부적절하다' 36%였다. 그런데 일주일 후 실시한 KBS 2차 조사(22-23일)에서는 ‘적합’이 18%로 급락했고 ‘부적합’은 48%로 급상승했다. 중앙일보(23-24일) 여론조사에서도 조국 후보자 임명에 대해 60.2%가 “반대‘한 반면 ‘찬성’은 27.2%에 불과했다. 조 후보자가 재산 사회 환원 발표(23일) 이후 조사했지만 오히려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것은 조 후보자의 제안이 ’돈을 주고 장관직을 사려고 하느냐”라는 부정 의견을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그 이후 <한국갤럽> 여론조사(27일-29일)에서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적절하지 않다’가 57%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적절하다'는 27%에 그쳤다.
중도층과 서울 지역의 민심 향방도 중요하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념적 진영 논리에서 자유스러운 중도층에서 ‘부적’합 비율이 60%로 ‘적합(26%)을 압도했다. 지역주의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아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서울 지역에서도 ’부적합‘ 여론이 63%로, 대구경북(66%)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왔다. 덧붙여 흥미로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의 절반(56%) 정도만이 ‘적합’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여론조사는 표본의 대표성과 조사의 정확성을 담보로 민심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완벽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론 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민심을 오류 없이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국내 최고 빅 데이터 분석 기관인 타파크로스의 ‘트랜드업 분석’ 기법을 통해 매스미디어, 트위터, 페이스 북,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조국 후보자‘에 대해 검색해봤다. 대통령의 조 후보 지명 8월 9일부터 8월 17일까지 조 후보자 총 버즈량은 1만5천368건이었다. 감성 연관어 분석에서는 긍정 47.1%, 부정 52.9%로 비슷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8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버즈량은 32만4천22건으로 급증했고, 부정 연관어는 77.0%로 긍정(23.0%)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한 9월 2일부터 9월 5일까지 조 후보자에 대한 버즈량은 14만 8천2백36건이었고, 부정 74.7%, 긍정 25.3%였다. 여하튼 각종 여론조사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적격“이고, 이런 부정 여론이 흔들림 없이 상승․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여권이 셀프 간담회 후 여론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응징의 선을 이미 넘었다. 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확신하고 있다. ”여론 60%의 법칙“이 있다. 이념 간에 첨예한 진영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60% 정도의 여론이 형성되었다면 그것이 대세고 그것을 거부하면 민심이 응징한다. 또한, ’부적격‘과 ’반대‘ 여론이 60% 정도 형성된 상황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맹목적 추종 또는 충동적 여론은 허구가 될 수 밖에 없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산더미처럼 쌓여지고 있고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면 조국을 살릴 수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촛불 정부를 버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저 없이 ‘읍참조국’(泣斬曺國)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 정권의 촛불 정통성이 지켜지고 본인이 갈망하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시절 야당인 민주당은 청문회전 지명 철회 3건과 사퇴 2건, 청문회 후 사퇴 6건과 지명 철회 1건 등 총 12명의 공직 후보자들을 낙마시켰다.
민주당에게 묻는다. 그 때 그 기준으로 조국 후보를 검증했는가? 그렇지 않았으면 위선이고 기만이다. 정의당도 선거제도 개혁과의 연계라는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오직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따라 ’데스 노트‘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야합 노트‘라는 말도 사라진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아들 입시 비리와 과거 혼인 신고 논란으로 지명 닷새 만에 사퇴했다. 그는 법무부를 통해 밝힌 사퇴 의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습니다.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는 꼭 이뤄져야 합니다. 저를 밟고 검찰개혁의 길에 나아가십시오”라고 했다. 사퇴 다음날 진보 매체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교수로서 학자로서 그의 삶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에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를 고려할 때 안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안 후보자가 용퇴한 것은 학자로서의 양심과 책임감을 발휘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현재 조 후보자를 둘러 싼 의혹은 안 후보자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것 같다. 조 후보자는 이제 허황된 권력에 대한 집착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게 불철저하고 안이했던 것을 성찰할 때다. 자신이 젊은 시절 매료됐다던 사르트르처럼 자기 안에 있는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해야 한다. 한국 정치엔 ‘국정실패 불변의 법칙’이 있다.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고 오기를 부리고, 특정 인물에 집착하면서, 비선 실세에 둘러싸여 불통으로 치달을 때 예외 없이 실패했다. 지금이 “실패냐 신뢰 회복이냐”의 변곡점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재현 될 뿐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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