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은 촛불정신마저도 버리려하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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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라, 박근혜, 그리고 광화문의 촛불
2016년,이화여대 캠퍼스는 #정유라라는 승마선수의 입시부정 이슈로 뜨거웠다.
그녀의 모친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최고 핵심 측근 비선실세였던 최순실 씨였기때문에 이 이슈는 더 뜨거워졌다.
이화여대 캠퍼스에 가득찬 공정과 평등, 정의에 대한 열망이 소위 '최순실게이트'로 연계되면서 그 열기가 광화문으로 퍼져 나갔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박근혜정권 몰락의 단초가 되었다.
광화문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하나같이 열망한 것이 '공정, 평등, 정의'가 확립된 국가사회 질서 였다.
이 외침에 편승한 것이 당시의 집권 보수세력에 맞서왔던 이른바 '진보세력'이었다.
**진보세력이 내세운 가치와 촛불정신 : 평등 · 공정 · 정의
국내정치에서 소위 '진보세력'이라 불리고 스스로 자칭하는 정치인, 지식인들이 추구하고 내세우는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평등·공정·정의'와 같은 사회적가치(social value)라고 생각한다. 소위 보수세력이 '동태적 효율성(dynamic efficiency)'에 우선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과 대조 비교된다. 이런 양 그룹간의 차이는 영국 산업혁명이후 세계 각국에서 나타난 정치정당들 간의 차별화와 유사하다.
선의로 해석하면,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추구를 통해서 국가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화합(cohesiveness)을 실현하려는 것이 소위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으려하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사회적가치를 존중한다. 사람이 이웃들과 함께 평화와 안정을 누릴수있는 '따뜻한 사회공동체'는 맑고 온화한 공기처럼 인간 생활의 안락을 밑받침하는 기초 환경이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의 밀림속에서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고, 약육강식이 일상화되는 질서로 움직이는 국가사회는 동물의 세계와 가깝지, 사람의 세계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평등·공정·정의'를 외치는 진보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은 “따뜻한 세상”을 갈구하는 보통사람들 다수로부터 박수를 받고, 정치적 지지를 받는다고 판단한다.
촛불정신은 이들 진보세력이 내세운 가치와 일맥상통했다.
***저소득과 경제가 어려웠던 시대엔 평등·공정·정의의 실현이 어려웠다
그러나 진보적 가치만으로 '사람다운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의 물질적 풍요가 함께 주어질때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사람다운 삶'을 누릴수 있다. 보수 세력이 내세우는 동태적 효율성이 또한 중요한 이유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발달 과정을 보면 일정수준이상의 소득이 달성된 이후(일반적으로 일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본격적으로 사회적가치에 눈을 돌렸으며, 그 이후에 '사회적 가치'와 '동태적 효율성'간의 가치 갈등을 현명하게, 미래지향적으로 조화시킬수 있었던 국가가 지속적인 번영과 민생 안정을 누렸다.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1977년에 1000달러,1987년에 3500달러,1994년에 1만달러였다.)
1960년,대한민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수준이었다. 당시엔 필리핀이 한국보다 더 잘 살았다. 60년대엔 우리 대선배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되어 서독에 광부나 간호사로 취업해서 나갔다. 일자리가 없어서 많은 대학졸업생들이 고향의 오두막을 지키고 있었고, 봄철의 보릿고개 시기(쌀이 떨어지고,보리 수확이 되기전까지의 기간)엔 아사자(餓死者)들이 속출했다.
이런 수준의 물질적 빈곤 하에서는 평등·공정·정의라는 사회적가치의 실현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런 물질적 빈곤하에선 의식주라는 기초 생존 조건의 충족에 우선적 가치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가 단순한 새마을운동 노래 가사가 아니라 국민들이 자발적 마음으로 외치는 구호였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가치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정치적 의사 결정에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수용된 것은 한국경제의 60~70년대 고도성장기간이 지나고, 80년대초의 극심한 경제침체기를 지나 3저(三低)호황을 맞았던 1987년부터 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1980년경에는 권위주의 정부의 집권과 1·2차 석유파동과 중화학공업추진 후유증으로 매우 어려워진 경제상황이 어우러져, 사회적 가치의 수용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3저 호황과 정치적 민주화 이후…… 무게중심으로 이동한 사회적 가치
87년 이후의 민주화와 함께 사회적가치가 국정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됐으나, 97년 외환위기때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일자리가 크게 감소하여,생존과 민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을 경험했다. 김대중정부는 IMF에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뺏긴 상태에서 외채상환과 기업구조조정에 전력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평등·공정·정의'의 가치는 IMF와 국제금융계가 요구하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가치에 밀릴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세계속의 한 나라'이지, 지구밖에 홀로 존재하는 국가가 아님을 실감하는 경험이었다.
한국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볼수있는 1953년 이후 현재까지의 흐름을 되돌아 볼 때 절대적 빈곤기나 극심한 경제침체기엔 동태적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사회적 가치에 우선했다고 평가한다.
더욱이 세계경제질서가 무역·자본시장의 개방과 국가간 가치사슬(Value Chain) 분업 체제로빠르게 자리잡혀 가면서, 동태적 효율성과 경쟁력이란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국가의 국력약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는 국력 강화와 민생안정의 관점에서 상호 보완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정부의 이데올로기, 그 뿌리는 촛불정신
한국사회도 이런 역사적 맥락속에 있었고, 그 와중에 보수 세력에 뿌리를 둔 박근혜정권이 비효율적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 과정에서 정유라와 최순실로 상징되는 '특권과 반칙의 노출'이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이러한 ‘불평등·불공정·불의’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불만과 항쟁이 문재인정부의 탄생 배경이다. 이 정부를 이끄는 주체세력들이 평소에 내세웠던 '평등·공정·정의'를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그 실현에 기대를 걸고 이들에게 국가운영을 맡긴 것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이데올로기와 집권의 뿌리는 '평등·공정·정의'의 실현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있다고 본다. 문대통령은 물론 이 정권의 핵심 이데올로그인 조국 교수가 줄기차게 외친 것이 바로 이런 '사회적가치' 였다.
그런 문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담은 것이 이들이 외치고 다수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이게 나라냐?” 라는 구호였다. ”적폐청산”, ”소득주도성장”, ”갑질문화 척결”등의 주요 정책들은 이런 기조하에서 추진되었다고 생각한다.
*******국정운영의 초라한 실적,그래도 기대했던 것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여 국정운영 실적은 초라하다. 전방위에서 뭔가 불안한 현상들이 노출되고 있다.
“일자리 정부”라는 깃발을 높이 들었는데, 실업률은 외환위기 수준이다.
“소득평등”을 주창하며 “소득주도성장” 구호를 줄기차게 외쳐왔는데, '소득격차'는 더 심화됐다. 기업환경이 나빠져 기업인들은 의욕을 잃고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고, 근로 현장에서는 '열심히 일하려는 근로정신'이 쇠퇴하고 있다. 실적이 나쁠 뿐만 아니라 '경제하려는 의지'마저 약해져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미·중 패권 다툼, 한·일관계 악화는 이런 국내의 어려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사회적 분열은 역사적으로 가장 심화되었고(진영논리로 모든 것을 이해), 국방 안보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국제사회에서는 전통 우방인 미국/일본과 멀어지고 있고, 중국/러시아는 한국을 깔보아서인지 이 나라들의 전투기들이 대한민국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희생을 각오하고, 통일과 평화 공존의 대상으로 공을 들여온 북한은 이제 드러내놓고 ‘봉남통미(封南通美)’의 자세로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과만 직접 소통하려는 자세이다.
이런 답답한 성과들은 포용과 통합을 통한 서로 다른 가치의 미래지향적 융합보다 과거에 얽매인 배척과 분열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정운영의 예상되었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초라한 국정운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와 집권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낮아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한국당이 엉망진창이라서? 그런 측면도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 자기 개혁이 전혀 없이 '실패했던 과거'로 다시 회귀하려는 이런 정당을 누가 지지하려 하겠는가?
그러나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기회는 평등하게,과정은 공정하게,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믿음과 기대때문이다. 동태적 효율성이라는 가치에 밀려있던 평등·공정·정의라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기대를 걸고, 그 대가로 다른 측면의 희생은 각오했다고나 할까.
*******촛불정신마저 배신하면?
그런데 만약 이 기대마저 무너지면? 문재인 정부의 '존재가치'가 있을까? 무엇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에 있어서 “평등·공정·정의”라는 가치는 최후의 보루이다.
경제·외교·안보에 있어서의 국정운영 능력은 이미 그 바닥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보루였던 사회적 가치 추구마져 무너진다면?
수명은 유지되지만 존재의 의미가 없는 '식물정권'이 되지 않을까?
조국 교수는 이 정권의 핵심 이데올로그(ide’ologues)다.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그의 가족이(그가 그렇게 줄기차게 비판하고 개혁을 외쳤던) 기득권으로서 활용할수있는 모든 특권을 누구보다 더 많이 누렸고, 그 과정에서 반칙도 불사했다는 합리적 의심(검찰 수사 진행)을 받을 만한 행적을 보였다면?
그 범법 여부는 진행중인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 정권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해왔던 그의 내면적 이중성과 도덕적 해이가 다수 국민에게 주는 배신감은 이 정권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과거에 어느 총리 후보는 과다한 수임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진 사퇴했지 않았는가? 사퇴했던 그가 범법행위를 했었나?(특히 유시민씨에게 묻고싶다.)
******** 식물정권으로 몰락해선 안 된다
이 정권의 주체세력들이 그저 정권을 잡아 권력을 향유하려는 정략적 수단으로 '평등·공정·정의'를 내세워 다수의 국민들을 속이고 현혹시켰다는 의심이 커지면 경제·안보·외교에서의 초라한 실적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어우러져, 정권에 대한 국민신뢰는 붕괴될 것이다.
금년 이후 앞으로 수년간 국내경제는 “1%대 성장”이라는 저성장의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년부터는 세수전망도 어두운데 적자재정으로 임시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혜택을 무작정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국가 파산을 각오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어려운 민생과 정권에 대한 불신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정권을 무력한 식물상태로 만들수도 있다. 현재의 외교관계 상태로 볼때, 우리가 곤경에 빠질때 기꺼이 도와줄 나라가 있을까? 평화경제?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험난한 먼 훗날의 희망일 뿐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 국가가 퇴행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권력이 정의다”라는 왜곡된 가치관이 대한민국을 혼돈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문재인정권이 사회적가치 실현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그것이 이정권의 존재 의미이고 역사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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