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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으로 풀어보는 부동산 투자전략 - 작전편(作戰篇) <9> 토지거래허가제, 끝나지 않는 전쟁은 병력을 소모시킬 뿐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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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4월03일 14시21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03일 14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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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작전편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其用戰也貴勝,久則鈍兵挫銳”
기용전야귀승, 구즉둔병좌예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한 승리이며, 오래 끌면 병력이 약해지고 날카로움이 무뎌진다.”
이 말을 오늘날 한국 부동산 정책에 적용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토지거래허가제도일 것이다.
2025년 2월, 서울시는 강남·송파 일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 내 291개 아파트 단지를 즉시 해제하고, 나머지 14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핀셋 지정”, “시민 재산권 보호”, “규제 완화”와 같은 단어들이 보도자료 곳곳을 장식했지만, 그 이면에 남겨진 질문은 여전히 무겁다.
왜 이 제도는 반복적으로 부활하고 폐지되는가?
서울시는 “지정 초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감소했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들며 정책 조정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적 제도 운용’이 반복될수록 시장의 혼란은 가중된다. 정책은 실험이 아니라 신호다. 그 신호가 오락가락하면 시장은 불안해지고, 참여자들은 지친다.
“군을 오래 주둔시키면 나라가 피폐해진다. 전쟁이 오래 끌리면 병사와 백성 모두 피곤해진다.”
이 구절은 전쟁의 지속이 국가와 민생에 미치는 폐해를 경고한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책은 일정한 전략 아래 움직여야지, 사안이 터질 때마다 꺼내드는 ‘임시 처방전’이어서는 안 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본래 시장 과열을 제어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지만, 이제는 반복적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권에서는 2020년대 초 과열 억제용으로 도입된 이후, 한때 폐지되었다가 최근 가격 반등 조짐에 따라 다시 부활했다. 겉으로 보기엔 시장 반응에 따른 ‘유연한 대응’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정책이 시장보다 한 박자 늦게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시장 구조에 대한 전략적 이해 부족, 그리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를 의미한다.
정책이란 결국 신호다. 그 신호가 시장에 일관되게 작동해야 투자자도 실수요자도 ‘룰’을 따라간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정책의 일관성과 방향성이 흔들릴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시장의 왜곡이다. 규제를 피해 틈새를 노리거나, 아예 시장을 이탈하는 비효율적 선택들이 나타난다.
손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善戰者,先爲不可勝,以待敵之可勝
선전자 선위불가승, 이대적지가승
“현명한 장수는 먼저 이길 수 있는 형세를 만든 후에 싸운다.”라는 뜻으로, 부동산 규제는 단기적인 가격 억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장이 ‘투기보다 실수요가 우선되는 구조’로 흘러가도록 형세를 미리 만드는 전략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장 반응에 따라 제도가 휘청일 때마다 규제를 덧붙였다 풀었다 하는 방식은 전술의 반복일 뿐이며, 장기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토지거래허가제의 법적 근거는「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제10조에 있다.
동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주택은 2년 실거주 조건이 붙는다.
이 제도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실수요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1월에 매매계약을 준비 중이던 한 가구는 3월 초 발표로 인해 계약을 취소했다. 토지거래허가가 필요한 상황으로 바뀌면서 잔금 일정에 문제가 생겼고, 매수인·매도인 모두 불이익을 입었다.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중단되면서 매물은 쌓이고, 거래는 급감했다. 이는 곧 시장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고, 부동산 중개업소, 금융기관, 시공사 등 연관 산업 전체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잦은 제도 변경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거래의 일관성을 무너뜨린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행정비용, 거래지연비용, 법적분쟁증가, 신뢰손실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비용은 단순히 ‘규제를 감수하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책 집행의 타이밍과 방식에 대한 치밀한 전략 없이는 국민의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규제'라는 이름의 그물망에 갇혀 있다. 정부는 투기를 막고 시장을 안정화한다는 명목 아래 다양한 규제 수단을 도입해 왔다. 그중 핵심은 토지거래허가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다. 각 제도는 각각 다른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며, 지정 주체와 적용 범위도 상이하다.
문제는 이 규제들이 한 지역에 중복 적용될 때 발생하는 시장 왜곡과 실수요자 피해다.
우선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으며, 일정 면적 이상 부동산을 거래할 때 구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택 거래의 경우 2년 실거주 요건이 붙어 갭투자는 원천 차단된다. 이는 개발 예정지에 대한 선제적 투기 차단용 무기다.
투기지역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에 근거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세무조사 확대 조치를 통해 세제 차원에서 투기 수익을 억제하는 장치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법」 제63조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며, LTV·DTI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 강화 등 금융 및 청약 규제를 통한 시장 진입 차단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법 시행령」 제102조의2에 근거해 역시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며, 세금·대출·청약에 걸쳐 전방위적 규제가 적용되는 중간 단계의 규제 수단이다.
문제는 이처럼 목적과 근거, 기능이 다른 규제들이 한꺼번에 중첩 적용될 경우, 실수요자들조차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강남 3구나 용산처럼 네 가지 규제가 모두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주택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거주하는 것도 모두 제한된다. 실거주를 원하는 1주택자조차 대출이 막히고, 자금조달계획서에 허덕이며, 실거주 요건과 분양 자격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물론 정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단기적 투기세력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가격 급등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촘촘한 규제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고, 실수요자까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잠기면 가격은 더 왜곡된다. 정상적 거래가 막히면 정보가 불투명해지고, 결국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규제 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중복을 줄이며, 실수요자 보호를 전제로 한 체계 정비다. 규제가 과하면 병이 된다. 규제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회복하려면, 정부는 이제 규제의 '속도'가 아니라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다.”
현재의 부동산 규제는 전투는 이겼을지 몰라도 전쟁은 지고 있는 방식이다. 단기적 거래량 감소와 가격 조정을 성공으로 오해하고, 반복적으로 규제를 꺼내든 결과는 정책 피로와 불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를 이해하고 유도하는 전략이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마치 규제의 ‘이름 바꾸기’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도의 목적과 방향은 잊힌 채, 정책 당국은 과열 국면에서 규제를 꺼내고, 시장이 얼면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손자가 경계한 소모전의 반복이다. 정책은 전투가 아니라 전략이어야 하며, 시장은 대적할 대상이 아니라 설계해야 할 환경이다. 이제 정부가 꺼내야 할 것은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고 시민을 신뢰하는 지혜의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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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4월03일 14시21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03일 14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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