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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론의 실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0월14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16일 09시42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남덕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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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우리 사회는 가끔 괴담에 크게 흔들린다.

천성산 도롱뇽, 미국산 소고기에 관한 비과학적 주장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천성산의 도롱뇽 생태계는 잘 유지되고 있고, 미국산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렸다는 기록도 희소하다.

 

근래에 한 글로벌 투자은행이 한국의 삼성전자에 대해서 비관적 보고서를 발표한 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그 결과 ‘10만 전자’가 ‘5만 전자’로 수직 낙하했다.

 

이런 흐름이 나타나자 국내에서 삼성전자 위기설이 한창 들끓기 시작했다. 이런 보고서와 그에 따른 위기설의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 HBM( 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에의 지각 진출이다. 그 결과 AI 업계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에의 납품 시기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것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2019년에 HBM 개발을 일시 중단한 결과이다. 어떤 판단에 근거하여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으나, AI 관련 산업의 급속한 발달로 HBM 수요가 급증하게 된 상황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의 이런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HBM 생산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 제품에 적합한 스펙(Specification)을 갖췄는지를 시험 중이다. 자동차 회사의 신형 모델이 나오면 부품 납품업체들이 신모델의 새로운 디자인과 성능에 적합하게 그들의 제품을 개선 보완해야 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험 과정에서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간의 상호 피드 백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SK 하이닉스는 초기부터 엔비디아와 거래해 왔기 때문에 이런 스펙의 변화 요구에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으나 삼성전자는 첫 거래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하나 위기론의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파운드리(Foundry) 시장의 시장점유율에서 대만의 TSMC에 크게 뒤져있다는 사실이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60%를, 삼성전자는 10%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이것도 삼성전자가 고객 맞춤형 반도체 생산을 하는 파운드리 시장에 지각 진출한 결과이다. 그러나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는 HBM과 다른 측면이 있다. 시장점유율이란 파운드리가 포함하는 전 품목을 기준으로 한다. TSMC는 로 엔드부터 하이 엔드 제품을 모두 위탁 생산하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하이 엔드 제품에만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60% 대 10%라는 시장점유율만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 두 부문은 분명히 삼성전자의 약점이다. 그러나 HBM의 경우, 아직 엔비디아의 스펙 테스팅이 진행 중이고, 파운드리의 경우 하이 엔드 반도체 특화가 장기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 위기”론을 제기하는 것은 섣부른 주장이다.

 

먼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보유액을 보자. 2024년 6월 현재 124조 원 수준으로 미화로 1,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경쟁업체인 TSMC는 613억 달러( 2024년 3월 현재) 수준, 인텔은 293억 달러(2024년 6월 현재)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은 세계 1위의 위치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맹추격을 하고 있으나 아직 저가 부문에 머무르고 있고, 삼성전자는 저가 반도체는 생산하고 있지 않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금력과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우위가 현재 확고한 기업을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를 현재의 시장 상황을 놓고 평가하면 위기론은 과장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정치와 정부의 움직임, 그리고 삼성전자 경영행태를 살펴보면 가까운 미래에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세 가지 요인이 우리 앞에 방치되어 있다. 인력, 용수, 전력이 그것들이다.

 

반도체, AI 관련 인력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한지는 꽤 오래됐다. 그런데 아직도 인력 공급 체계가 산업 수요에 적합하게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 

 

용인 반도체단지가 용수 문제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것은 지역 이기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신속히 풀어줄 수 있는 정치‧사회적 메카니즘이 우리 사회에 결핍되어 있다.

 

반도체 산업의 전력의존도는 매우 높다. 전력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면 반도체 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국의 송 변전망 구축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송변전망 구축사업의 적기 준공율은 17%에 불과하고, 구축사업들은 평균 41개월 지연되고 있다. 평택의 삼성전자 공장 증설이 지연된 주요 요인이 송변전망 공사의 지연이었다.

 

인력, 용수(用水), 전력, 이 세 가지는 모두 산업인프라이다.

이런 인프라는 정치권과 행정부가 적절히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행태도 우려 대상이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철학이 아직 애매하고,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도 아직 보여준 게 없다. 임직원들도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변화와 도약에 대한 절실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현상 안주에 만족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 불철주야 대응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삼성전자 위기론은 분명 과장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한국의 정치와 행정의 무능함, 삼성전자 임직원의 나태함은 삼성전자의 미래 위험요인이란 점도 부인할 수 없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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