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의 환경고려 vs 경제우선, 그리고 기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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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은 50번째 지구의 날이었다. 순수 민간운동에서 출발해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된 날이지만, 올해 지구의 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60일간 미국 이민제한을 발표한 날이고, 일본 도쿄 검사자 절반이 양성판정이라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한 날로 기억된다.
과연 포스트코로나에 맞이할 다음 지구의 날에는 지구와 환경을 제대로 조명할 수 있을까? 두가지 전망이 공존한다. 포스트코로나에는 경제회복 우선으로 환경 이니셔티브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코로나19로 인하여 건강 및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인지로 환경에 대한 고려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필자는 단기적으로 개도국관점에서는 전자가 우세하고, 중장기적이고 선진국관점에서는 후자가 유력하다는 판단이다.
전자(경제우선)의 경우, 포스트코로나에는 많은 정부와 기업이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과 매출을 회복시키는 것이 최우선이고, 이 과정에서 환경이나 지속가능성은 사치스러운 구호라고 여긴다. 더욱이 유례없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기업이나 개인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포스트코로나의 경제주체 활동량 회복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가 밝힌 2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대비 25%가 줄었고, 대기질의 주요 지표인 이산화질소는 42%가 줄었지만, 코로나19의 정점을 지나면서 3월 한 달 동안 승인한 석탄발전소가 2019년 한 해 동안 승인한 양 보다 많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5월 셋째주에 발표된 핀란드 에너지대기연구소 연구결과에 의하면, 4월말 현재 중국의 이산화질소/초미세먼지/이산화황의 오염수준은 전년 같은 기간의 농도를 이미 넘어섰고, 고배출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농도회복이 더 빨랐다.
아직 건설부양이 본격화 되기도 전이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는 가운데, 포스트코로나의 불편한 징조로서 경제회복을 기다리는 다른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자(환경고려)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기상이변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수공통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는 자연훼손과 기후변화를 코로나19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어 건강과 자연간의 상관성을 강조한다. 이에 포스트코로나 경기부양책 집행이나 새로운 전략 실행시 다시 자연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라는 건강재앙 앞에서 개인들이 보여준 (봉쇄나 격리 등) 희생감수수준은 건강재앙의 원인인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도 노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청명한 하늘을 목격하며 희망적 결과를 예시적으로 체험했다고도 한다.
따라서 포스트코로나 경기부양책 집행이나 새로운 전략 실행시 기존의 경제사회를 우선하는 기준에 환경고려 기준도 반드시 추가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 도심부의 주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봉쇄기간에 59% 하락했는데 이는 주로 도심 차량 미운행 때문이라고 생태수리학 영국센터가 밝힘으로서, 코로나19 이전에는 10%도 줄이기 어려웠던 도심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까지 실증된 셈이다.
경제우선 주장이 훨씬 강했던 금융위기때와는 달리 지금의 코로나19위기시 환경고려 주장도 만만치 않은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가시화로 사회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위기인지감수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미세먼지 사태를 겪기 전과 후에 사람들이 인지하는 환경의 심각성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러한 상반된 두 주장은 향후에도 불가피하게 공존하겠지만, 이 두가지 전망이 어느정도 수렴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경제성 있는 기술개발이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 보다 저렴한 재생발전이라든가, 디젤차보다 저렴한 수소차라면, 성장과 매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에도 부합하고 환경고려 경기부양 투자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상반된 주장 중 누가 이길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이 언제 요구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기술니즈를 예시로 들어 보자.
출발점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기록을 갱신하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지구온도 상승과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농도 증가의 주요 원인은 우리가 이미 중독된 화석연료의 사용이다.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고, 석유로 자동차를 운행하며, 가스로 건물온도를 맞춤과 동시에, 화석연료를 활용해 다양한 물건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화석연료가 인간의 삶과 밀접하기 때문에 1992년 UN 기후변화협약이 맺어진 이래 거의 30년간 국제사회의 감축 시도에도 불구하고 배출이 오히려 늘었다. UN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이산화탄소기준 온실가스 예상배출량이 562억톤인데 국제사회가 합의한 지구온도 2도씨 이내 상승으로 막기 위해서는 이를 410억톤 이하로 줄여야 한다. 불과 10년내에 상술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한 30% 줄여야 하는데, 영국의 기후과학사이트인 카본브리프에 의하면 이러한 감축은 코로나19와 같은 봉쇄가 향후 10년간 5번 반복되어야 가능할 만큼 어려운 숙제다.
여기에 발전/산업/수송/건물 등 분야별 기술니즈가 있다. 국내에서도 2019년 3월 미세먼지 악화로 기후변화가 더 주목받게 되었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향후 10년간 감축목표(37%)를 달성하기 위해 부문별 감축로드맵을 수립하여 배출권거래제 등 주요 정책수단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느때 보다 어려운 시기에 기업재무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큰 폭의 감축을 밀어부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도 업종별 경제성 있는 기술니즈가 있다. 경제와 환경간 선택의 고민이 커질수록 재무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후변화를 대응하려는 니즈가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사회에도 아직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계 20여개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화(상쇄포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목표와 현실의 차이는 여전하다.
2019년 6월 탄소배출 제로화를 선언한 영국의 경우,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매주 2만대의 내연기관 차량이 운행 중단되어야 하지만 실제 매주 등록되는 저탄소배출 차량의 수는 1천대가 조금 넘는 현실이다. 각 국가별 야심찬 감축선언에도 불구하고 향후 혁신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선진국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24시간 데이터 센터에 접속하여 에너지를 소모한 결과, 2025년에는 ICT산업이 항공산업 보다 2배 많은 이산화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한 보도도 있다. 인터넷 트래픽의 약 2/3는 동영상 때문인데, 이는 사진을 이어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만큼 밀도 높은 데이터와 에너지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30분간 유튜브 영상을 볼 경우 약 6km를 운전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우리는 유튜브도 운전도 포기할 수 없기에 여기에도 분명한 ICT분야 감축기술니즈가 있다.
상술한 부문별/업종별/ICT 기술니즈의 예시가 모두 기회이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우선와 환경고려의 대결 속에서 기술개발 기회라는 수렴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초 과학기술부 주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과기부장관이 기술개발 전략을 하반기에 수립하고, 관련 법 제정도 검토하겠다고 밝 힌 이유도 이 기회 때문인 것 같다. 지난 2월 아마존 CEO인 제프베조스도 전 재산의 8%인 100억달러를 기후변화대응에 기부할 것을 선언하며, 자연계 보전을 목적으로 실질적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와 행동가를 위한 기부라고 설명했다. 역사상 환경관련 가장 큰 기부다. 이는 글로벌 최고경영자의 위기인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고, 과학기술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곧 환경업계의 아마존 탄생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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