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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문제 -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의 도화선 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0월23일 19시08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21일 16시38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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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문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도이체 방크는 1870년에 설립된 146년의 역사를 지닌 은행으로 은행업무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의 글로벌 기업으로, 독일 최대이자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가운데 하나다. 자산 규모 1조 8,000억 유로에 70여 국가에 10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어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 전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스캔들과 영업부진, 2015년 4월 런던은행간금리(LIBOR) 담합혐의로 영국과 미국에 25억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CoCo채권(우발전환사채) 배당재원 고갈 우려,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RMBS) 부실판매로 미국에서 거액의 벌금을 부과 받을 위기로 주가의 하락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 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미법무부의 거액의 벌금에서 비롯

도이체방크 문제의 발단은 2005~07년에 걸쳐 도이체방크가 실시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RMBS) 판매 업무에 부당행위를 둘러싸고 미국 법무부(DOJ)가 14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리먼부러더스 사태의 재연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 도이체방크 문제는, 향후 동 은행이 미국 법무부와 청구금액의 감액협상 결과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전체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즉, 도이체방크의 자본과 유동성은 2016년 2/4분기 현재 2,230억 유로로 2007년에 650억 유로에 비해 3.4배 증가하는 등 은행건전성의 개선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2016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대폭적인 경기침체를 상정하여도 도이체방크의 보통주 등 기본자기자본(TierⅠ)비율(CET1)은 7.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결과를 보였다. 막대한 유동성(2/4분기 2,230억 유로)을 가지고 당면한 자금조달에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시장의 반응은 분명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즉, 단기자금거래에 의존하였던 리먼부러더스의 경우와 달리 도이체방크는 사업이 다각화되어 있고, 투기성위주의 기관투자자들이 이나 투기성거래자들이 아닌 소매금융 거래자의 비중이 높다. 다만, 도이체방크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자기자본 대비 가치평가가 불가능한 자산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한다. 노출된 명목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2015년 말 기준 42조 유로로 독일의 2016년 GDP 3조 유로의 14배에 달하는 것이며, 더욱 은행이 보유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시장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복잡한 파생상품이나 부실채권 등 레벨3 자산이 Tier1의 72% 수준으로 평가되는 점이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보유한 레벨3 자산은 글로벌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12곳의 평균인 38%의 2배에 가깝다. 다른 글로벌 IB들보다 가치평가가 어려운 자산 규모가 큰 것은 파생상품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2016년 말 기준으로 비유동 파생상품 보유규모가 10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는 바클레이즈의 80억 달러나 골드만삭스의 59억 달러보다 많다. 또한 앞으로도 도이체방크의 수익성은 낮은 금리환경과 더불어 구조 조정에 따른 손상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는 데에 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은행산업 환경변화에 적절한 대응미흡

도이체방크가 위기에 빠진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Martin Wolf(FT, 2016년 10월 5일 보도)가 지적한 것처럼, 은행산업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즉, 독일 금융시스템의 견고한 소비금융 토대의 부족은 '고위험-고수익' 사업모델 및 미국계 투자은행들과의 극심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은행들은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면서  예금과 대출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글로벌 IB 부문에 대한 주요 국가의 강력한 규제로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전통적인 은행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모바일과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작지만 발 빠른 은행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이후 금융정책의 (경직적인) 전개와 경제상황의 악화는 금융산업 분야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민감하게 작용한다. 은행산업은 시장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도이체방크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 경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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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법무부와 벌금 합의수준이 관건

미국 법무부는 이미 미국의 5대 은행과 RMBS를 둘러싼 부당행위에 벌금을 부과하고 합의한 경험이 있다. 그 중에서도 뱅크 오브 아메리카(최초 부과액 200억 달러→최종 경감액 167억 달러), JP모간·체이스(200억 달러→130억 달러)에 대한 벌금이 눈에 띠는 수준이다. 그 외 씨티그룹(120억 달러→70억 달러), 골드만삭스(150억 달러→51억 달러), 모건스탠리(28억 달러) 등의 경우 벌금규모는 평균적으로 50억 달러 수준이다. 특히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JP모간·체이스 양사는 당시 증권화 업무에 은행의 성패를 걸고 금융기관의 인수 등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특수 요인이 없는 도이체방크에 높은 벌금부과금액은 과대하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의 최종 벌금규모가 28〜80억 달러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54억 달러로 결정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과거에도 미국 법무부의 벌금부과사례에서 모두 감액이 있어 왔지만,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RMBS 문제를 포함한 2건이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55억 유로(62억 달러)의 소송 충당금을 계상하였다. 일부에서는 벌금이 40억 달러 수준에서 결정되더라도 자본 적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벌금이 소송 충당금을 초과하는 경우 도이체방크는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CET1은 감소하여, 주주배당과 CoCo채권의 이자지급이 제한되는 수준(MDA, 2/4분기 결산에서는 10.76%)에 도달할 우려도 있다. 대략적 시산에서는 합의금이 12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경우 도이체방크는 다양한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식매각, 증자, 사업전략 재검토 등 구조조정 노력

현재 논의되는 대응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월가 최상위 IB들은 도이체방크 관계자들과 만나 주식매각이나 자산처분 등을 통한 자금조달과 관련한 비공식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는 보도이다. IB들은 50억 유로 규모의 신주 매각을 제안했다. 이는 도이체방크가 주주들의 승인 없이 주식을 할인 매각할 수 있는 최대 규모다. 도이체방크는 주주들에게 추가 자금조달을 위한 승인을 요청할 수도 있다. 둘째, 도이체방크는 아울러 주요주주들과도 증자방안에 대해 물밑으로 협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주요주주들로는 카타르 왕가(증자이후 주식비율은 25%로 확대 고려), 블랙록, 노르웨이 은행 등이 있다. 독일 주요 상장대기업들도 도이체방크의 주식을 사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밖에 도이체 포스트 방크 부문이나 자산운용 부문의 매각을 재논의 할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셋째, 투자자들과 IB들은 위기를 맞은 도이체방크가 보다 근원적으로 사업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IB와 자산운용, 소매금융을 동시에 하는 것보다는, IB 부문을 버리고 독일·유럽 기업·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 바랍직 하다는 입장이다. 넷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즉답을 회피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도이체방크에 대한 정부차원의 구제금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금융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한 지원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행, 새로운 경쟁자 등장 등 빠른 변화에 대응해야

도이체방크의 사례에서 보는 교훈은 비록 건전성이 높더라도 시장의 심리적인 쏠림이 해당은행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시장 쏠림 결과의 부정적 영향이 컸 다는 평가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미국법무부와 신속한 합의가 필요 하다. 비록 이번 도이체방크의 문제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오지 않더라도 은행산업 안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빠르게 보급된 인터넷·모바일 뱅킹 비중의 증가에 이어 조만간 인터넷은행이 등장할 만큼 금융시장 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다. 경쟁대상도 기존의 은행산업에 진출한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국내외 모바일업체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 과거와는 달라진 요동치는 환경가운데 진정 한국의 금융산업(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늦으면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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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어 태그 #도이체방크 문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연 #글로벌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미국 법무부(DOJ) 과징금 #은행산업 환경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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