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맞춤형 억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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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면서 동맹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한미 양국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그 중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위기시마다 미국이 주요 전략자산들을 한반도에 전개시키고 있다는 사실인데, 미국의 이런 조치들은 핵우산, 확장억제, 맞춤형 억제 등과 관련이 있다. 핵우산이란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공격을 가하면 미국이 핵을 포함한 무력수단으로 북한에게 응징한다는 약속”으로 1978년 한미 국방장관회담(SCM)에서 발표된 이래 매년 SCM의 공동발표를 통해 재확인해오고 있다.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실시했던 2006년 한미 양국은 제38차 국방장관회담(SCM)을 통해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개념을 정립했는데, 이는 ‘핵우산’이라는 표현이 미국의 응징수단을 핵무기로만 제한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였다. 그러다가, 제3차 핵실험이 실시되었던 2013년 제45차 SCM에서는 양국 국방장관이 ‘맞춤형 억제전략’ 문서에 서명했다. ‘맞춤형 억제’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위협 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단계 등으로 세분하고 단계별로 한미 양국이 외교적․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기시에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들을 전개시키는 것은 맞춤형 억제를 실천하고 핵우산․확장억제 공약 준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어서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2월 13일부터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함을 동해로 보내 한국 해군의 잠수함들과 연합 잠수함훈련을 전개했는데, 이 잠수함은 연습을 마치고 2월 16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다음날인 2월 17일 미국은 F-22 랩터 전투기 4대를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에 전개했고, 주한 미 7공군 사령관은 ““한미동맹의 위력과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에도 B-52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보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직후에는 B-1 랜서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전개한데 더하여, 10월 중순에는 한국의 서해와 남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를 파견하여 한국 해군과 함께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렇듯 미국은 북한이 주요 도발을 할 때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자산들을 한반도에 전개시켜 동맹의 건강성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도발시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확장억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는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공격잠수함, 거리 전략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요코스카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미 7함대 소속 핵항모 로날드 레이건호는 2015년 10월에도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하여 한국 해군의 관함식에 참여한 적이 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이 항모는 배수량이 10만2천 톤으로 길이가333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항모다.
이 항모는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슈퍼호켓(F/A-18)을 비롯한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승조원이 5천 400명에 달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추진 잠수함도 공포의 대상이다. 2015년 6월에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배수량 1만8천 톤의 대형 공격잠수함으로 길이가 170m에 달하며 지금까지 총 18척이 건조되었다. 냉전시절 동안 이 잠수함은 24개의 수직발사대에 10개의 다탄두 트라이던트-2 핵탄두들을 장착한 대형 미사일 24기를 탑재하고 있었는데, 사정거리 11,300km로 세계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이었다. 핵탄두 하나의 위력은 100kt이상으로서 잠수함 한 척이 도합 24메가톤의 파괴력을 보유한 것인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모든 국가들이 사용한 화력의 8배에 달한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의 일부는 핵군축조약에 따라 핵무기를 제거하고 대신 1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은 1천600km 떨어진 목표물을정확하게 타격하는 명중률을 자랑하는 잠대지 무기다. 이후 미국은 조금 더 작고 기동성이 뛰어난7,000톤 급 로스엔젤레스급 핵잠수함들을 60여 척 건조하여 사용해왔으며,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약 8천 톤급 버지니아급 핵잠수함들을 건조하고 있는데 현재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핵잠수함 중에서 가장 최신형 잠수함인 셈이다.
2016년초 부산항에 들어온 버지이나급 노스캐롤라이나함은 배수량 7천 800톤으로 길이는 115m이며 승조원은 130명이다. 토마호크 미사일과 어뢰를 장착한 전형적인 공격용 잠수함이며 핵추진이기 때문에 작전반경은 사실상 무제한이다. 즉, 40,000마력의 출력의 SG-9 원자로를 탑재하여 잠수함의 운용기간인 30년간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유사시 전개될 전략폭격기로는 B-52, B-1, B-2 등을 들 수 있다. ‘하늘의 요새’라는 별명을 가진 B-52는 8개의 엔진을 탑재하고 2만 km의 항속거리를 가진 전략폭격기로 괌에서 이륙하여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4~6시간 만에 한반도에 날아올 수 있다. 총 중량은 221톤이며 최대 무기탑재량은 31톤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북한의 지휘부를 타격하고 지하 군사시설들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타를 비롯하여 각종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포함되며, 비상시에는 핵무기를 탑재하게 된다. B-52에 탑재되는 핵무기인 AGM-69 공대지 미사일은 사거리 200km로서 위력은 170kt으로서 히로시마 원폭의 10배가 넘는다.
2016년 9월 13일, 그러니까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5일째 되던 날 미국은 두 대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전개했으며, 9월 21일에도 두 대의 B-1폭격기가 한반도의 군사분계선 상공에 전개되었고, 그 중 한 대는 수원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직후에 토머스 버거슨 미 7공군 사령관은 “오늘 보여준 B-1B 폭격기는 북한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고, 빈센트 블룩스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지역의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B-1B 랜서는 미 공군이 보유한 최신예 초음속 전략폭격기로 B-52를 대체하기 위해 생산되었다. 음속 1.2배의 속도에 전투반경이 5,500km이며 폭탄장착량은 60톤에 달한다. 24기의 B-61 및 B-83 핵폭탄을 적재할 수 있으며, 한반도 유사시 핵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정밀 유도무기들을 탑재하고 두 시간 반 만에 날아올 수 있다. B-1 폭격기는 1998년 제2차 걸프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 등에 투입되어 맹위를 떨쳤다.
미국은 스텔스 기능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략폭격기인 B-2도 운용하고 있다. 이 폭격기는 항속거리 11,000km에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순항하여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침투하여 정밀공격을 할 수 있는데, 1999년 코소보전쟁, 2001년 대테러 전쟁 등에 참가했으며,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추종세력을 제거하는데 맹활약을 했다. 리비아 공습작전에서는 지구의 절반인 8300km를 날아가 카다피의 전략목표물들을 강타하여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는 단연 세계 최강이다. 적의 레이더 추적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정밀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신예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여 250km 떨어진 직경 1m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능동위상배열 레이더는 2018년부터 한국공군에 도입될 F-35전투기에도 장착된다. 이런 전투기는 조기경보 능력, 레이더 회피 능력, 정밀타격 능력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단독비행으로도 원하는 목표물에 접근하여 타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렇듯 미국은 북한이 핵전쟁을 도발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위기시마다 한반도에 전략자산들을 전개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멈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그것이 곧 한국의 딜레마이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자 및 동맹 차원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안보과제들이 수행되어야 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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