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치, 이제 국민 그만 좀 괴롭혀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0월02일 17시04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03일 09시58분

작성자

메타정보

  • 60

본문

 

 “새누리당은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새누리당 사이트).

그런데 정 국회의장 때문에 국정감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국민 노릇 오래 하다 보니 여당이 국정감사를 거부하는 희한한 일도 다 본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사드 배치 문제, 경주 지진 불안, 지칠 줄 모르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 가계부채 문제, 철도와 현대 자동차 파업, 김영란법으로 고객이 급감한 서비스업, 자녀들을 보육원에 보내는 부모들을 속앓이 하게 하는 ‘맞춤형 보육’, 쌀 가격 하락으로 신음하는 농민들, 취업시즌이지만 취업난에 절망하는 청년들 ...이 산적한 국정 과제들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살피는 것보다도 국회의장을 응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

  국회가 이 지경이 되는 데는 야당이 책임져야 할 몫도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장관추천 청문회를 과도하게 왜곡한 측면이 있다. 한편 국회를 공정하고 원활하게 운영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장은 하지 않아도 될 부적절한 처신으로 분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원인 제공자로 국회를 압박했다. 정부는 야당이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많은 인사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추천했고, 야당 단독 청문회의 승인 거부에도 불구하고 임명했다. 청문회는 정국의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과 야당의 샅바 싸움이 되었고, 그 결과로 국민들의 민생은 외면되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여당, 야당 공히 나름으로 다 할 말이 있고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야당 공히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외면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민생의 어려움과 국민의 바람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 편이라도 국민들의 바람을 우선으로 정국을 이끌었다면, 이렇게 예고된 분란에도 불구하고 마주 달리는 열차식의 막장정치로 민생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을지 묻고 싶다. 

 

068fedb16e43b4b1270b36aafb63aee1_1475455
 불과 5개월 전 4.13 총선 결과로 국민들의 선택이 여소야대의 국회 구성으로 나타났을 때, 정부와 여당, 야당 공히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으며, 국민들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국회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고, 국민의 뜻이 준엄했던 만큼 이제는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여야 할 것 없이 다시 고질적인 ‘극장식 정치’(국민들은 외면하고 자기 패거리들만 모여서 박수치는 정치)로 돌아가 국민들을 실망시키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시작된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은 ‘막장 드라마’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해임안 정국, 국회의장의 ‘맨입 파동’도 부족해서 국회의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국회의장을 중앙지검에 고발하여 이 나라 최고의 정치기구인 국회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정치 부재를 드러내고, 검찰의 개혁이 필요하다던 국회 스스로 검찰에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맡기는 부끄러운 일이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있다. 

 

시대과제를 외면하지 말라

  문제의 핵심은 청와대·여당·야당 공히 국민들이 애타게 해결을 기다리는 시대과제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정치 주도권 다툼에 몰두해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국가미래연구원-동아일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공정사회의 실현(44%)·경제의 안정과 성장(28%)·소통과 대화의 정치(22%)를 시대과제로 보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해임안 정국은 이러한 시대과제를 철저히 외면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국민들의 바람들을 외면하기 때문에 작금의 정치판이 ‘불통’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이나 야당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불통 정치의 청와대와 그 불통 정치를 꺾으려는 거대야당의 힘겨루기 싸움만이 보일 뿐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 뉴스 보기가 두렵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다. 이  정치 막장 드라마의 전개과정에서 정부나 여당 또는 야당에 대하여 국민들은 누가 무엇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여유도 없다. 다만 이런 정치를 보는데 지치고 화나고 괴로울 뿐이다. 정국 주도권 싸움에 몰두한 나머지 국민들을 민생의 고통 속에  버려두고 괴롭히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민들은 민생의 어려움에 괴롭고, 정치로부터 버려진 섭섭함으로 더욱 괴롭고, 희망이 없다는 데 더욱 절망하고 있다.

 

  청와대·여당·야당 공히 더 늦기 전에 극장식 정치를 버리고 시대과제의 해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를 보여 주기 바란다. 맹자(孟子) 말씀에 “백성은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고 했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孟子, 盡心 上). 맹자 말씀에 빗되어 본다면, 우리나라 정치에서 중요도의 서열은 정 반대로 “수장이 가장 중하고, 다음이 당이며, 국민은 별 것 아니다”인 것 같다. 그러니 국민은 섭섭하고 괴로울 뿐이다. 꽉 막힌 정치의 해답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과제의 해결, 그보다 더 중요한 정치과제는 없다.

  젊은 세대가 희망을 잃고 헤매는 시대의 전환기에 기껏 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정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샅바 싸움의 막장 드라마라면, 이러고도 ‘헬조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 이제 국민 그만 좀 괴롭혀라!​ 

60
  • 기사입력 2016년10월02일 17시04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03일 09시58분
  • 검색어 태그 #막장정치#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극장식 정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