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법개정(안) 유감(有感)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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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올해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통하여 공개한 2016년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신산업투자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는 성장산업 R&D 세액공제를 11대 신산업기술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신성장산업 R&D 투자가 많을수록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여 최대 30%까지 소득세․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주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국가경쟁력의 초석인 기업의 경쟁력은 미래의 신산업을 이끌어갈 원천기술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신산업의 원천기술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월세 세액공제율을 10%에서 12%로 2%p 인상한 것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개정이다. 과세되는 상장법인 대주주의 범위를 확장한 것도 자본소득 과세의 기반을 확충하는 우리 세제가 반드시 걸어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개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세법개정(안)을 보면서 위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개정내용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 근로소득세 과세미달자 비율 48.1%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근로소득세 과세미달자 비율은 2005년 48.7%에서 2013년 32.4%로 꾸준히 개선되어 왔으나 2014년 연말정산 파동이후 그 비율이 48.1%로 폭등하였다. 근로소득자 2명중 1명꼴로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기이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세미달자 비율을 낮추는 것이 국민각자가 국가재정에 대하여 책임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므로 지나친 면세자의 비율은 적정하게 낮추어야 한다.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법인세법에서 운용하고 있는 최저한세 도입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둘째, 현 정부가 지향하는 비과세, 공제, 감면 등 조세지출을 줄여서 명목세율을 인상하지 않고도 증세효과를 보겠다는 큰 흐름에 역행하는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정(안)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일몰시기가 도래한 25개 조세지출항목 중 완전히 종료된 항목은 4개에 불과하고 21개항목이 연장되었다. 조세지출에 관한 내용은 세법에 한번 들어오게 되면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으로 좀처럼 폐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유권자인 납세자의 반응에 민감한 정치권에서는 한번 도입한 조세혜택을 줄이는 것이 선거에 불리한 상황이 된다고 생각한다. 세법개정에 정치논리를 개입하면 조세지출을 줄이는 것은 요원하다. 만약 세율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 조세지출을 줄이기로 정책방향을 잡았다면 일몰시기가 도래하였을 때 그 제도의 입법취지가 달성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제로베이스에서 연장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입법취지가 달성된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폐지하는 정책 실현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한 예로 일몰기간을 연장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는 1993년 도입당시 신용카드 사용을 통한 투명한 세제환경의 구축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은 여러 번의 일몰기간 연장으로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평가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일몰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 현재 연장하는 이유는 처음 도입할 때의 목적이 아니고 근로자 세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 목적이라면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특정목적으로 도입된 조세지출이 그 목적이 달성되고 나서도 다른 목적을 표방하면서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포퓰리즘(populism)에 기인한다고 오해 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
셋째, “출산육아에 대한 세제지원”등 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최근 한국에서의 저출산 문제는 두 자녀나 세 자녀의 출산 시 세액 공제금액을 20만원, 40만원 늘려줌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 현실적으로 바로 영향을 못준다고 정책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출산을 장려한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차원에서 분명히 그 의미는 있다. 하지만 출산 시 기존에 부여하던 조세혜택은 정부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데 모자라지 않다. 기존의 혜택에 추가적인 혜택을 주어서 출산율을 높여 보겠다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측면에서 미약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작은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이러한 정책은 세수만 줄일 뿐이지 실제 기대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넷째, 2015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세제로서 이에 대한 사소한 내용의 수정으로 그 근본적인 문제점을 치유할 수 없다. 기존의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소득*80%-투자·임금증가·배당)*10% 로 과세하는 투자포함형과 (소득*30%-임금증가·배당)*10%로 과세하는 투자제외형으로 구분되는데 한번 선택하면 3년간 변경이 불가능했다. 개정(안)은 법인의 투자유도를 위해 투자제외형에서 투자포함형으로의 전환을 허용하고 기업소득이 배당 보다는 임금증가와 투자로 환류될 수 있도록 임금증가나 배당에 대한 가중치를 투자:임금증가:배당이 1:1:1이던 것을 1:1.5:0.8로 개정하였다. 기획재정부가 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분 환류세 신고실적을 분석한 결과 2845개 법인이 투자에 100조 8000억원, 배당에 33조 8000억원, 임금증가에 4조 8000억원 사용하여 임금증가액보다 투자가 21배, 배당이 7배 많았다. 세제로서 투자, 임금, 배당을 늘여보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그나마 배당이 그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배당을 하지 않음으로 해서 법인세를 추가로 부담할 바에야 배당률을 높이자는 생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나 임금의 증가는 세제로 영향을 주기가 매우 어려운 항목이다. 왜냐하면 작은 세제혜택을 누리기 위하여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큰 위험을 무릅쓰는 투자를 하기 힘들 것이고, 한번 올리면 내리기 힘든 임금의 하방경직성으로 말미암아 세금을 줄이기 위하여 임금을 올리는 것은 기업으로서 쉽지 않은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인과관계를 잘못 분석하여 정책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기업에 부담만 주는 세제이다. 그러므로 내용의 개정 보다는 폐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세법은 너무 자주 바뀐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제환경이 격변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기도 한다. 양쪽의 논리 중 어느 한 쪽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년 바뀌더라도 세법개정의 큰 맥락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이 없는 개정은 누더기 개정이 되며 매년 고생해서 나온 개정(안)에서 바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가 없다. 세법개정이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포퓰리즘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 증세를 받아들이는 유권자의 합리적인 판단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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