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정책 독주와 정치구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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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 통해 탄생, 직접 민주주의 구현 의지 강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다가온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여려 면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어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인수위도 없이 바로 취임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했기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집권 초기 지속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집권기간 동안 평균 60%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책의 일관성도, 책임성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내각은 사라지고 청와대가 정책을 주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약 11개월 동안 추진했던 각종 정책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몇 가지 특징들이 발견된다.
첫째, 정책의 최우선 항목(immediate priority) 선정에 대한 치열함이 없다. <그림 1>은 ‘대통령의 주요 정책 별 평가 중요도’(X축)와 ‘전반적인 대통령의 국정운영평가 결정 계수’(Y축)을 두 축 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분석을 위 한 틀을 보여주고 있다. X축은 국정 운영 주요 정책 별 평가에 대한 체감도’에 대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를 활용한다. Y축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평가를 종속변수, 국정 운영 주요 정책별 평가를 독립변수로 해서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해서 얻어진 ‘표준화된 회귀계수’(standardized coefficient: 베 타 값)을 활용한다.
제1영역은 국정 운영 주요 정책 별 평가에 대한 체감도도 높고,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지·강화 영역’이다. 이 영역은 대통령의 추진하려는 정책들 중 핵심 강점으로 여겨지는 이상적인 영역이다.
제2영역은 국정 운영 주요 정책 별 평가에 대한 체감도는 낮지만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평가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기 추진 영역’이다. 단기적으로 중점 관리해야 할 과제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제1영역으로 편입 될 가능성이 크다.
제3영역은 국정 운영 주요 정책 별 평가에 대한 체감도도 낮고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평가에도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장기관리 영역’이다. 문제는 단기 중점 과제보다 장기 관리 과제에 치중하다보면 정책 엇박자로 인해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 질수 있다.
제4영역은 국정 운영 주요 정책 별 평가에 대한 체감도는 높지만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평가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책 홍보 효과 강화 영역’이다. 이 영역은 대통령의 부수 강점으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집중 홍보할 경우 제1영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우선순위 없이 중구난방이면 ‘NATO(No Achievement Talk Only) 정부 우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도대체 어떤 영역에 포진되어 있는 지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떤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으면 정책은 중구난방으로 흐르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정책 아젠다를 만들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고 결국 성과는 없고 말만 난무한 ‘NATO(No Achievement Talk Only) 정부’로 곤두박질하게 된다. 실패한 박근혜 정부는 출범부터 경제 민주화 → 창조경제→통일 대박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 4대 구조 개혁 등 수시로 정책 어젠다를 변화시켰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항목으로 삼는다면 단기적이고 세금으로 일자를 만드는 것 보다는 지속가능하며 세수에 기여하는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둘째,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들이 가져 올 정책 효과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결여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기조는 ‘선분배 후성장’으로 요약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성장이 된다는 논리다. 이런 기조속에서 최저임금 대폭 상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다. 문제는 정책이 의도했던 일자리와 고용이 늘어날 여지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인 4.5%(청년실업률 11.6%)까지 올랐다. 방향이 옳으면 이를 추진하는 방법이 다소 거칠고 투박해도 된다는 논리는 정책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졸작으로 끝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포트폴리오 분석 틀>
셋째, 부처간의 정책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 노동부는 산업재해 판정을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내부 공정 배치나 사용하는 화학물질 종류 등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관이 나서서 "반도체 생산 시설 배치 등 핵심 기술 공개는 피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외국 경쟁 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을 두고 정부 부처들간에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언급했다. 그런데, 나흘 뒤 국무조정실은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통해 “논란이 된 거래소 폐쇄 방안은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투기적 거래”라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혼란만 키우는 ‘엇박자 정부’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속출했다.
넷째, 집권초기 대통령 지시에 근거를 두고 각종 정책을 추진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교과서 고시 폐지, 세월호 참사 당시 사망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대통령 감찰 등을 추진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설치,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 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도 대통령의 행정 조치에 의해 이뤄졌다. 하지만 법령 정비 이전에 이러한 방식의 정책 지시는 인기영합의 포퓰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독주는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구조 때문
그렇다면 왜 이런 정책독주가 가능한 것일까?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구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의회 정치 연구 학자인 하버드 대학의 쉡슬리(Shepsle) 교수는 ‘구조 유인 균형 상태’(structure-induced equilibrium)’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울타리를 높게 쌓아놓고 쪽문을 하나 만들어 놓은 다음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세우면 그들이 취하는 행위는 쪽문으로 향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비유를 들어 이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울타리는 구조에 해당되는 것이고 쪽문을 행해 가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기형적인 정치 구조는 바뀌지 않으면서 청와대에 의한 정책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더불어 민주당 1강 체제와 보수의 몰락’ ‘청와대 눈치만 보는 집권당’ ‘책임총리와 책임 장관의 부재’ ’유체이탈과 내로남불‘, ‘국민과 무관한 코드 인사’ 등이 고공행진 하는 대통령 의 지지율과 맞물려 정책이 갈수록 오만해 지고, 재정은 무절제하게 낭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경제 정책의 경우, 경제 부총리가 있고, 청와대에는 정책 실장, 경제 수석, 일자리 수석, 경제 보좌관이 포진되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이밖에 정부 여당의 ‘적폐청산’을 앞세운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협치 기반을 훼손시켰다. 그 여파로 여소야대란 불리한 여건을 악화시켰고 적기에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집권당은 과거와 같이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해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 약속 키워드는 통합, 겸손, 협치, 소통, 탕평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행정독주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실천하면 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도 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고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해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으며,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다.”고 했다.
이런 대통령의 약속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합, 겸손, 협치, 소통, 탕평이다. 이런 소중한 가치들이 살아 숨 쉴 때 정책 독주는 사라지고 왜곡된 정치구조도 정상화될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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